2025.3
흙? 돌?
그러면 적의 공격을 방어할 성곽은 흙과 돌 중 어떤 것으로 쌓는 것이 좋을까.
본래 성이라는 개념은 城이라는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 흙으로 만든 것이었다. 한자부터가 흙으로 이루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자가 만들어질 시기, 중국의 중심지인 황하 유역에서는 흙으로 성을 쌓았다. 지천에 널린 것이 고운 황토였고 이를 켜켜이 쌓아 성을 쌓았다. 당시 중국의 중심지에선 큰 돌을 구하기가 어려웠기도 했지만 흙은 잘 다져 쌓기만 해도 튼튼히 버틴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토성의 시대 이후 기술적인 발전을 거치며 흙을 구워 벽돌을 만들고 벽돌로 성을 쌓았다. 지금 남아있는 중국의 성들은 대부분 이러한 벽돌성이다.
한반도에서도 한강을 위시한 서부 해안지역에선 흙으로 성을 쌓았다. 특히 백제의 권역에서 이러한 토성이 많이 쌓아졌는데 오늘 날까지 남아있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위시로 한강 유역의 성들은 대부분이 토성이었다.
하지만 서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산지였던 한반도에선 돌을 쪼개어 능선을 따라 쌓는 것이 더욱 유리했다. 산성을 만들려면 능선을 확보해야하는데 능선의 흙을 퍼다가 쓰면 능선이 무너질테고 그렇다고 산아래에서 흙을 가져오기엔 너무 힘이 드니 지천에 널린 돌을 쪼개어 쌓았다. 우리 머릿속에 성 하면 떠오르는 그 석성들이다.
일본은 관서지방에선 토성이, 관동지방에선 석성이 주로 쌓아졌다. 그렇다고 해당 지역의 성들이 꼭 그렇게만 쌓인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성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난다.
흙이 더 약하다는 인식과 달리 평지에 석성을 지을때는 흙을 잘 다지고 경사면을 만든 다음 그 위에 돌을 몇 겹 겹쳐 쌓아올렸다. 이른바 편축법이라고 하는 건축법이다.
그런가하면 토성을 쌓을 때에는 내부에 돌을 쌓아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쌓아 올렸다. 석심토축법이라는 방식이다.
흙과 돌은 이렇듯 상호 보완적인 존재다.
늘 강하다고 생각했던 돌로 만든 벽은 아무리 높게 쌓아도 포탄에 무너진다.
반면 약하다고 생각했던 흙벽은 낮게 쌓아도 포탄을 버틴다.
그러나 적이 인해전술로 공격해들어오면 쉽사리 넘을 수 있는 흙벽에 비해
돌벽은 수십 만이 달라붙어도 끄떡없다.
살다보면 흙 같은 사람도, 돌 같은 사람도 많다.
그래도 조직에 필요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러니 흙이든 돌이든, 잘 쌓아올리자.
아, 중요한 건 쓰임에 맞게
그리고 조화롭게 쌓아 올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