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손자병법은 시계로 시작한다.
시계는 계計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본래는 그저 계 편인데 후대에 시始를 덧붙였다.
計는 시작한다. 헤아리고 센다는 의미로 계획, 계책, 계략의 줄기가 되는 말이다.
손자병법은 이렇게 시작한다.
손자 왈, 전쟁이란 나라의 큰 일이다. (개인에게는)죽고 사는 일의 바탕이며 (국가에는)존속과 멸망을 가르는 길이니 자세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맞다. 전쟁은 개인에게는 사생지지요, 나라에는 존망지도다.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한 뒤, 마케팅을 거치고 세일즈로 일구고 고객을 계속해서 관리하는 기본적인 일들에 심혈을 기울일 이유다.
기업을 일궈내는 이유는 개인적인 부나 사회적인 명예, 산적된 문제에 대한 해결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같이 일궈낼 직원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서 나온다.
단지 잘될 것이라 자위하는대신 제3자보다도 비판적으로 나를 돌아보아야하는 이유도 그 지점에서 나온다. '우린 안될거야, 그러니 포기하자.' 라는 대책없는 좌절도 문제지만 '우리 문제가 아니잖아! 어쨌든 우리가 맞잖아? 시장이 아직 우릴 맞아들일 준비가 안된거야!' 라고 최면에 빠지는 건 더 큰 문제다.
좌절하면 스스로 삼가게 된다. 성공하진 못해도 당장 망하진 않고 오늘내일 밥 먹고 사는 데엔 큰 문제가 없다. 말라죽되 새롭게 도전하기까지 시간이 만들어진다.
반면 최면에 빠지면 답이 없다. 최근 컨설팅 한 기업이 십년 전에 호두과자를 수출할 생각을 했을 때 모두가 말렸다고 한다. 다른 기업에선 이십년 전 쯤, 소화제나 숙취해소제 등의 환을 소포장해서 판매할 생각을 하니 회사에 투자했던 장인어른이 말렸디고 한다.
그 두 회사가 그때 내가 먼저 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시길래 그때 했으면 망했을 거라고 대답해드렸다. 그러니 지금 남은 내일에 더 가치있게 쓰시라 전했다.
최면에 빠지면 나만 빼고 모두 헛똑똑이나 바보로 보인다. 시장도 고객도 전문가도 다 그렇게 보인다. 내 의견에 고개 끄덕여주는 사람은 그렇게 이뻐보이고 미래를 잘 아는 깨어있는 친구들처럼 보인다.
남들이 안된다고 지레 포기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이유는 곱씹어봐야하지 않을까. 그냥 안된다고 초치는 이들이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비판한다면 들어봄직하다.
경영은 피 말리는 전쟁터요, 대표와 임원은 직원들과 그 가족까지 책임지는 임금이요, 재상이며 장수다. 나라가 어찌되든 상관없이 제 생각이 옳다고 강행하는 경영은 수 양제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수 양제는 불과 스물 한 살에 남정군 총사령관으로 오십만 대군을 지휘하며 진나라를 멸망시킨 훌륭한 사령관이었다. 대운하를 완공해 북중국과 남중국을 연결했고 북쪽의 돌궐, 남쪽의 대월, 서쪽의 토욕혼을 정복했고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러나 아집과 욕망 속에서 패륜을 벌이며 즉위했고 온갖 사치와 부패, 무리한 고구려 정벌 등으로 어렵게 일군 천하를 송두리째 뺏겼다.
자신감 넘치는 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꿈에 대한 비판까지도 셔유있게 들을 수 있을 마음의 크기가 아닐까.
출근하며 손자병법을 읽다가 또 별 시답잖은 글로 시간을 죽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