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크림

2025.11.

by 유영준


나는 열이 많아 한겨울에도 몸이 늘 뜨겁다. 그래서 자그마한 일에도 짜증을 느끼고 여름도 힘들어하곤 한다. 맑은 햇빛을 좋아하지만 그 따가움을 오래 견뎌내기에 몸은 늘 불덩어리다. 그래서 처음 악수를 하면 한겨울에도 손이 따뜻하다고 놀라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다. 그래서 나는 차가운 걸 좋아한다.

십년도 전에 만나던 '炫'을 그래서 더 좋아했는 지도 모르겠다. 처음 그 아이를 알았던 날, 우리는 서로 전화번호도 모른채 보이스톡으로 5시간 동안 이야기하였고 자면서도 켜두고 잤다. 내 오랜 잠버릇을 처음 안 날, 그녀는 알았을 것이다. 그날 내가 잠꼬대로 무슨 헛소리를 했는 지는 끝끝내 알려준 적이 없다.

처음 만난 날은 눈이 지저분하게 쏟아지던 날이었다. 장갑없이 나와 빨갛게 물든 손을 처음 잡았는데 얼음장같이 차가워 너무 좋았다. 손은 작고 오밀조밀했지만 손가락이 길게 뻗어 낭창댔다.

나는 무심코 손이 차가워 좋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내 이름엔 물이 들어가는데 뜨겁고 자신의 이름엔 불이 들어가는데 차갑다며 웃었다. 어린 애가 무슨 그런걸 얘기하나 하며 나도 따라 웃었다.

해가 지나도 그 아이의 손을 늘 차갑고 하얗게 반짝거렸다.
그 아이는 내 마음이 차가워 손이 뜨겁고 자신은 따뜻해 손이 차다고 하였다. 무슨 헛소리냐며 웃다가 꼬옥 손을 잡아 녹이곤 했다. 손을 잡고 있으면 그 아이의 손도 어느덧 다시 따뜻해지곤 했다. 나의 따뜻함으로 누군가를 데운다는 일이 어린 나이에 퍽 좋았다.

나는 늘 그 아이에게 똥강아지라고 부르곤 했고 그 아이는 그걸 좋아했다.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끼인 그는 자신이 아낌받지 못했다며 아이처럼 아껴주는 걸 무척 좋아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처음 만날 때 한 이야기 탓에 그 아이는 늘 나를 만날때 찬 물로 손을 씻었다고 했다. 그래서 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하고 티가 안나게 핸드크림으로 덮었다고 했다. 그 아이가 조금의 추위도 싫어하는 건 더 나중에야 안 사실이다.

10월은 내가 그 아이를 처음 알았던 시간이고 인연이 끊어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5년전 쯤,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난 걸 뒤늦게 안 시간이다.

나를 보기 싫어 한 거짓말이라 생각하며 나는 혹시 몰라 늘 10월이 되면 핸드크림을 챙기고 다닌다. 그저 우연처럼 마주치면 핸드크림이라도 쥐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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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