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_잔상(殘像)
길고 무겁고, 머릿속이 꽉 차 있다
진짜 어이가 없지. 회의에서 그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몰고 간 거, 결국엔 또 내 탓으로 마무리됐잖아. 누가 봐도 그 팀장 말이 이상했던 건데. 근데 또 아무도 말 안 하지. 다들 알아도 조용하지. 조용한 게 생존이니까. 근데 왜 나만 이렇게 속이 터질까?
진짜, 그 실장은 하루에 열 번도 더 마음속에서 자르고 싶다. 보고서도 안 읽고 왜 매번 틀렸다고 하지?
틀렸으면 어떻게 고치라는 말이라도 해주던가.
그냥 '이건 아닌 것 같아.' 뭐가 아닌데요, 도대체?
회의실에선 아무도 거들지 않았다. 다들 모른 척, 조용히, 벽만 바라본다. 이해한다. 다 살아남아야 하니까.
숨이, 조금 가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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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_무게
단어는 남아 있고, 문장은 잘려 나간다.
보고서.
수정.
또 수정. 근데 방향이 바뀌었단다.
말 안 해줬잖아요. 그런 건 원래 내가 눈치챘어야 했던 건가?
팀 채팅창.
떠다니는 말들.
"그건 우리 소관 아닙니다"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네요"
명확하지 않은 건 내 감정도 마찬가지다. 화가 났다가 지쳤다가 무뎌졌다가.
다리가 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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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_정지
몸이 무거워진다.
지금 무슨 생각 했지?
...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그냥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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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_없음
의식도, 이유도 없다. 그냥 남은 건 리듬뿐.
오늘 무슨 요일이지 모르겠다.
목이 마르고 땀이 흐르고 발이 닿고 또 닿고.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아무 감정도 없다.
...
러닝 10킬로미터 종료.
오늘도,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