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통해 얻은 배움

인내하고 또 인내하기

by 묵작가

나는 요즘 헬스장에 다닌다. 군 복무를 할 때부터 조금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 전역을 하면서 동시에 나를 위한 선물로 헬스장에 등록했다. 큰 이유는 없다. 그저 계속 꾸준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어렸을 때 많이 약했다. 어릴적 사진을 보면 빼빼 마르고 햇빛 조차 보지 않았을 법한 곱상한 얼굴에 여학생보다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아 물론 지금은 아니다. 계속 얼굴을 잘 가꾸었으면 어땠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나를 억지로 먹이면서 먹는 양을 늘리셨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은 모임이 있으면 가장 많이, 오랫동안 먹는 멤버가 되어버렸다.


처음 체력단련실에 들어가서 운동을 할 때가 생각난다. 당시에 나와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는 선임 중에는 운동을 좋아하는 이가 없었다. 결국 혼자서 가고는 했는데 생각보다 다른 생활관 선임들이 신경을 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각자 운동을 할 뿐이고 하루, 이틀 자주 보게되면서 가볍게 인사만 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이상하게 운동을 했다. 덤벨을 이용해서 운동하다가도 선임이 그건 어디 운동하는거냐고 물어볼 만큼 지금보면 굉장히 어색한 동작이었다. 어깨넘어로 동작을 배우면서 따라했고 주말에는 사이버지식정보방, 이른바 '사지방'에서 운동영상을 찾아보며 루틴과 자세를 공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새 '아 이런식으로 하면 되겠다' 라고 느끼게 되었고 요즘은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에게 자세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가 한번은 바벨을 놓친적이 있었다. 벤치프레스라는 가슴운동을 하는 중이었는데 '조금만 더 증량해볼까?' 하는 욕심에 그만 힘이 풀려 얼굴 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당시에 안경을 쓴 채 운동을 했는데 코 받침대를 누르면서 안경은 부서졌고 겨우 이마 위쪽으로 밀어 넘기며 깔리지는 않았다. 웃긴건 그 때 같이 있던 사람들이 아무도 신경을 안 썼다. 사람이 잘못하다가 죽을 뻔했는데 저렇게 태연하게 바라만 보다니. 실제로 벤치 프레스를 하는 사람 중에 바벨에 깔려 사망한 경우가 있을 만큼 나도 위험했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코 위쪽에 빨간 상처와 함께 핏방울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나마 눈이나 머리에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코에 통증을 느껴 걱정이 되었다.


생활관에 돌아와 선임들에게 말하니 웃으면서 병원 가보라고 했고 다음날 바로 국군병원에 갔다. 코 뼈와 관련된게 성형외과인줄 그 때 처음 알았다. 단순히 뼈라서 정형외과를 찾았더니 얼굴은 성형외과로 가라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본인이 보기엔 멀쩡하시다며 걱정되면 CT를 찍어보라고 하셨다. 내 얼굴 뼈 모양도 궁금하기도 하고 진짜 다친건 아닌지 걱정돼서 처음으로 CT촬영도 했다. 결과는 깔끔하게 멀쩡하다. 의사선생님께서 본인이 진료보면서 나같은 환자는 또 처음본다며 얼굴 뼈가 예쁘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무리해서 무게를 올리려고 하지 않았다. 데드리프트처럼 바닥에서 당겨 올리는 운동이야 놓으면 그만이지만 벤치프레스는 놓치면 깔리기 때문에 솔직히 많이 무서웠다. 그래서 그럽게 무겁지도 않았지만 나를 공포에 떨게 만든 그 무게를 들어올리기 까지 2달 정도가 걸렸다. 운동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아까운 시간이다. 마치 정체기가 온 것처럼 멈춰있는 시간인 셈이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다. 무서웠지만 다시 도전을 했다. 조금더 무게를 올릴 때는 같이 운동하던 후임들에게 봐달라 하기도 하면서 도전을 했다.


지금은 그 때의 무게를 기본으로 해서 운동한다. 예전보다 몸도, 마음가짐도 단단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중간에 무서움을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SNS를 보면 세상에 이렇게나 몸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놀라고는 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최근들어 더욱 열풍이 불어서 그런지 몸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그들이 그 만한 몸을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을 우리는 때때로 잊고만다. 고작 한달동안 다이어트를 하면서 왜 본인은 저 여자 연예인처럼 멋진 몸매를 만들지 못하는지, 1년을 운동하면서 20년 운동한 사람의 몸을 바란다. 분명 알고는 있다.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을지를 머리로는 안다. 다만 몸이 힘들어 그걸 거부할 뿐이다.

요즘은 전염병으로 인해 헬스장에서도 마스크를 껴야한다.

운동을 하면서 인내하는걸 배웠다.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 그게 설령 빠르지는 않더라도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 힘들다고 무작정 주저앉지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르며 다시 이어나갈 뿐이다. 지금의 숨가쁜 시간을 버티고 버틸 때 찢어진 상처는 아물고 새롭고 더 단단한 근육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몸매가 만들어진다. 우리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거대한 역경이 우리를 뒤엎어도 다시금 일어나서 나아갈 수 있는 인내와 도전정신, 그게 우리들의 삶을 궁극적으로 보면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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