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하해~ 예쁘다! 잘 살아야 해!"
"드레스 예쁘더라. 머리도 딱 식장 분위기랑 어울렸어!"
"천고가 너무 낮더라. 너넨 키도 큰데 천고 높은 곳으로 하지 그랬어. 아쉽다 얘."
"식당이 좁고 음식 가짓수가 적더라. 왜 이런 곳으로 했어 돈 좀 써서 더 좋은 곳으로 하지."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결혼식인 만큼 많은 사람이 내 결혼식에 입을 댔다.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했지만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처음은 설렜다. 결혼식 날짜를 대략적으로 정하고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우리 형편에 맞게 전반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나는 유튜브와 웨딩사이트, 여러 사람의 준비사례들을 철저히 찾아보았다. 남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자유로웠던 나는 결혼 준비 리스트를 만들어 수시로 그와 공유했다.
"오빠, 이번 주 토요일에 여기 한번 가보자. 플래너 따로 쓰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여기 이용하면 플래너 비용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일일이 다 알아보고 해야 하긴 하는데 난 그게 더 편하니까 괜찮을 것 같아."
"그래, 그렇게 해."
여러 매체를 동해 실현 가능한 선택지를 찾는 것에 강한 나와, 선택지 중에 가장 최선의 것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에 강한 그, 자연스럽게 역할이 분담되었다.
웨딩박람회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행사장을 방문했고 매칭 된 플래너와 상담을 진행했다.
직업상 대화를 주고받는 것,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나와는 다르게 그는 상담을 시작한 지 15분 만에 주리를 틀기 시작했다. 허리가 불편한지 자세를 바꿔가며 몸을 움직였고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몽롱해져 가는 게 보였다.
"오빠 괜찮아? 더 앉아있을 수 있겠어? 힘들면 밖에 나갔다 올래? 내가 듣고 정리해 놓을게."
"아냐, 괜찮아."
그는 큰 눈을 껌벅이며 집중하려 노력했고, 상담사도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웨딩촬영은 생각이 없었다. 주변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결혼하고 앨범을 거의 열어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플래너가 보여주는 앨범을 보고 있으니 열어보지 않는다고 해도 그때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기록해놓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자리에서 스튜디오를 정했다. 대신 기본 컷만 들어가는 패키지로 선정하는 건 그의 선택이었다.
"드레스샵은 저의 업체에서 선정한 곳들이 **, ##, && 이렇게 있어요. 여기 말고도 생각하신 곳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컨택해보겠습니다."
나는 후기와 사진, 방문자수 등 이것저것을 검색해보고 정한 드레스샵을 말씀드렸고 제휴가 되어있는 업체라 우리가 생각한 날짜에 피팅 예약도 할 수 있었다. 대신 드레스 투어를 하지 않았다.
드레스에 로망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사진 속의 예쁜 신부가 될 수도 없다는 걸 알기에 굳이 피팅에 몇만 원을 지출하면서까지 다니고 싶지 않았다.
"메이크업은 드레스샵에서 같이 하니까 피팅 날짜에 가셔서 리허설 메이크업도 받으실 수 있어요."
평소 메이크업에 관심이 없었지만 웨딩 메이크업이라는 건 받아보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신부화장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하던 차였다.
마지막으로 웨딩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가 생각하는 시기에 비어있는 웨딩홀을 추렸다.
여기까지는 수월했다. 내가 찾은 정보대로 플래너가 이야기했고 내가 생각했던 답을 얻었다. 가장 힘들어하는 단계에 접어들 때가 되었다. 직접 현장으로 가서 상담을 받는 것.
"오빠, 담당자들이랑 협의하는 건 오빠가 하고 난 옆에서 듣고 있다가 질문할 것들만 말해도 될까?"
"그렇게 해 그럼."
나는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보는 사람에 불안을 느낀다. 상대가 주는 시선에 예민하고 작은 태도변화도 송곳이 되어 나를 찌른다. 그래서 협의를 위해 현장방문을 하면 난 늘 그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다니곤 했다.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선택, 리허설 메이크업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사전에 찾아봤던 정보들이었고 미리 알아갔던 것들이라 생각과 다르면 질문을 통해 이해하면 되었다. 순전히 신랑과 신부를 위한 준비였기에 그는 내 의견을 100% 따라주었다.
하지만 웨딩홀은 달랐다. 손님들을 모시는 곳이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홀 담당자와 홀 투어를 끝내고 상담실에 앉았다. 나는 질문할 것들을 적어놓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어떠셨어요? 말씀하신 시간에 예약이 없는 홀이 2개고 신랑분은 촛불 테마 홀을 선호하시는 것 같던데."
"네. 그 홀은 대관료가 얼마인가요?"
"10월 달은 성수기라서 @@만원입니다. 폐백도 하신다고 하셨죠? 폐백 도우미분 수고비도 포함된 가격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계약할게요."
그는 몇 마디만 하고는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했다. 나는 그의 손을 막아서며 담당자에게 물었다.
"코로나로 수용인원이 정해져 있는데 혹시..."
"홀 안으로는 들어오는 하객수 체크해서 99명이 되면 나머지 분들은 밖에 있도록 합니다."
"그럼 뷔페에서는요? 다른 홀 하객들과 섞이면 최대 수용인원이 넘지는 않을까요?"
"아... 그건 그때 당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라, 정부 규제가 어떻게 될지는 잘..."
"그럼 홀 측에서는 그때를 대비해서 어떤 대처방안을 갖고 있나요?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코로나가 심해져서 뷔페 이용에 제한을 두면요?"
"음, 그건 저희 소관이 아니라서요. 뷔페 담당자랑 그때 가서 물어보셔야 할 것 같은데... 뷔페 계약은 식 한 달 전에 하실 수 있어요."
"네? 홀 계약은 지금 하고 뷔페는 4개월 뒤예요? 식은 진행하지만 뷔페를 이용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겠네요?"
"그런 경우가 아직은 없었는데 만약 생긴다고 하면..."
담당자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코로나라는 변수에서 식을 준비하는 것이라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건 우리도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주차문제는요? 아까 오면서 확인했는데 주차장이 생각보다는 넓지만 주차장 입구도 눈에 잘 띄지 않던데 안내요원은 배치가 되나요?"
"네, 건물을 둘러싸고 안내요원이 모서리마다 서있을 거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식이 없나요?"
"아니요? 아까 보셨다시피 있는데요?"
몰라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우리는 주차장 입구를 찾아 건물을 두 바퀴나 돌았고 그 과정에서 안내요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아, 저희 올 때 주차장 입구 찾는 게 힘들었어서, 안내요원도 보이지 않았고요."
"식 시작하고 10분 지나면 안내요원이 철수해서 그럴 거예요."
"주차요원도 한 분이시던데 조금이라도 입장이 지체가 되면 입구 쪽 도로도 막힐 것 같던데요?"
"그 옆에 있는 대형마트 주자창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저희랑 계약이 되어있어서 동일 날짜에 식이 5건이면 무료로 개방합니다."
"마트가 휴일이라도요?"
"네 마트만 휴일이라서 주차장 이용에 문제는 없습니다."
"그럼 만약 당일에..."
"신부님, 저희 가까운 역에서부터 10분 단위로 버스도 운영하고 있어서 주차문제가 신경 쓰이시면 버스 이용을 적극 권유해주세요. 청첩장에도 그렇게 넣어주시고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옅게 웃는 걸 보니 내 질문이 조금 불쾌한 듯 보였다.
담당자는 수첩에 뭔가를 적어 내려가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그에게 시선을 돌려 홀 계약서를 내밀었다.
"신랑님 성함으로 계약하시는..."
그는 나를 돌아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더 질문할 것이 없냐는 뜻이었다. 나는 수첩의 다음장을 넘겨 입을 열었다.
"지난번 지인 결혼식도 여기서, 이 홀에서 했는데 그때 스탭한테 물어보니 본 웨딩홀 패키지를 계약한 경우에만 축의금 봉투나 명부, 펜을 제공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떤 걸 제공하시나요?"
"아... 네. 여기서 스드메 계약하신 분들에게만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관만 하시는 거라 다른 서비스 품목 없이 대관만 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물품은 드레스샵이랑 업체에서 준비해오셔야 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뭐, 원하신다면 약간의 축의금 봉투나 펜은 준비해드릴게요. 하하."
"아니에요. 어떤 걸 준비해와야 하는지 궁금해서 질문드렸어요. 업체 측에 문의할게요."
"그럼 또 다른 질문 있으실까요?"
"네, 사이트 찾아보니 반입이 안 되는 거라든지 금지하는 사항들이 몇 가지 있던데 화환도 반입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아... 홀의 컨디션을 위해서 저희가 준비하는 꽃장식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환도 이전에는 허용했었는데 거둬가지 않아 저희가 비용을 지불하고 처리해야 했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서 훑어보니까 축포는 가능하다고 되어있는데 사이트에서는 축포도 안되다고 되어있어서요. 그거는..."
"아, 축포... 이제는 안됩니다. 계약서는 정해지기 전에 작성해놓은 거라서요. 바꿔드릴까요?"
"아니요. 다른 게 보여서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저희는 딱히,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안 할 거라서."
축포 X, 담당자는 내 수첩에 오래 시선을 머물렀다.
"신부님, 혹시..."
"네?"
"기자세요?"
나와 담당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탁, 부딪혔다.
"아니요. 워낙 궁금한 게 많은 타입이라. 계약서 쓰면 되죠?"
순간의 침묵을 깬 건 그였다. 그는 펜을 들어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담당자는 곧바로 그에게 몸을 틀어 적어야 하는 부분들을 손으로 짚어주었다. 나는 멈칫했지만 메모했던 내용을 살펴보며 말했다.
"정리하면 식 전까지 수용인원을 제외하고는 정해진 대처방안은 없다고 이해하면 되는 거죠? 뷔페와 관련된 건 식 한 달 전에 다시 논의해야 하는 거고, 대관 말고는 저희가 준비해야 하는 건 업체와 정하고... 축포 금지, 화환 금지 탈의실은 다른 이용자 없으면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 맞죠?"
"아... 네 맞아요. 예민해하시는 주차문제도 말씀드렸듯이 버스 이용을 권유해주세요."
결국 담당자 입에서 '예민'하다는 말이 나왔다.
매번 질문이 많다는 건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손을 쓸 수 없게 될까 봐 불안하다. 아무리 잘 준비해놔도 언제 어느 때 문제가 발생할지 그 누구도 모른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이라도 알 수 있게 단서라도 알아 놔야 하는 게 내 피곤한 성격이다.
계약서는 마무리가 됐고 계약서 뒷장을 넣은 봉투를 건네받아 그곳을 나왔다.
이제는 그와의 협의를 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