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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Sep 16. 2016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보편적 고난기

철학 혹은 심리서적에 가까운 사랑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는 2007년에 양장본이 나온 모양이지만, 2005년에 읽었다고 흔적만 남겼다. 사랑에 대한 통찰력에 감탄했던 것만 같은 기억이 나는데, 사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들 그랬겠지만, 저 책 덕분에 알랭 드 보통 책을 계속 찾아 읽다가, 어느 순간 관뒀다. 그에 대한 사랑이 권태기에 들어간 마냥 떠났던 작가다.


그가 21년 만에 장편소설을 냈다. "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기면" 쓰겠다고 했다는 소설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낭만적 연애를 거친 다음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일이다. 익숙하거나 은근 공감되는 솔직한 이야기를 지적인 언어로 풀어내는게 그의 장기. 내게는 결혼생활에 대한 심리 상담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실제 출간된 건 93년이고 원제가 <Essays in Love> 라면, 2016년 이 책의 제목은 사실 <The Course of Love>. 이러나 저러나 사랑 타령들. 사실 사랑 빼면 인생 뭣이 중헌디.


트윗 메모와 짧은 감상만 살짝 옮겨놓는다.  




이런 미심쩍음은 욕망에 불을 붙일뿐이다.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그를 즉시 받아주거나(그들의 판단은 의심스럽다) 아예 틈을 안내주는 사람이 아니라(그들의 무관심에 화가난다) 어떤 짐작할 수 없는 이유로..그를 잠시 애태우는 사람이다

관계가 늘 그렇다. 애태우는 사람이 항상 매력적이라니ㅎㅎ


아직 첫걸음도 떼지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 서로 죽이고 싶은..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

낭만적 연애는 저런 수순으로 이어진다. 서로 죽인고 싶거나, 스스로 죽고 싶은 그런 일들이 이어지는게 진짜 러브스토리라... 흠흠


성욕은 처음에는 단지 생리적 현상, 호르몬을 깨우고 신경 말단을 자극한 결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실은 감각적이라기보다 관념적이다. 무엇보다 받아들여졌다는 생각, 외로움과 부끄러움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얼마나 정서적 동물인가. 단순히 본능만으로 해결 안되는 복잡한 존재라는 사실에 실망할 일은 아니고.. 오히려 으쓱.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이해를 돕기위해 아무것도 않는다. 설명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입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꼭 말을 해야 아는건지. 옆지기는 제발 말을 해달라고 한다. 말 안해도 알아주면 좋겠다는 건 여자들의 기대. 설명해줘야 한다는게 더 화나는 일이지만. 남자들에겐 그런 센스가 없다는 건 진작 알았다ㅎ


그는 자신도 아내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곰곰히 생각해본다..좋은 관계를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둘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쾌히 인정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인정해야 편한 건 맞지.


세상은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번번이 우리에게 혼란과 실망, 좌절과 상처를 안긴다..우리는 정말로 책임 있는 권력자에게 소리를 내지를 수가 없기에 우리가 비난을 해도 가장 너그럽게 보아주리라 확신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내가 소싯적 엄마에게 화를 냈던건, 엄마가 가장 만만했기 때문이겠지. 가족이 늘 만만하다. 그래서 종종 미안하다.


부모의 다정함만으로 충분하다면 인류는 활기를 잃고 머지않아 사멸할것. 인류의 생존은 마침내 넌더리를 내고 사랑과 흥분을 선사할 더 만족스러운 원천을 찾겠다는 희망을 품은채 세상으로 나아갈 아이들에게 달려있다

부모의 사랑과 집착이 아이를 망친다고 믿어왔지만, 인류의 사멸까지ㅠ 사랑하지만 아이 삶에 개입 덜하고 응원만 하는 경계선이 어렵다. 무튼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영원히 어른아이. 한국 시회에서 결혼이 힘들고 명절이 피곤한건 종종 부모가 아이를 놓아주지 않은 탓.


중년의 유혹자가 보이는 솔직함이란 자신감, 오만함이 아니라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는 처량한 인식에서 나오는 일종의 조급한 절망감..자신만의 매력에 의구심을 품고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만한지 계속 알아내야하는 애처롭고 불안정한 남자들

조급한 절망감이라.. 그러나 여전히 매력이 있는건지 불안한건 늙어가는 존재의 당연한 심리 아닐까ㅎㅎ


한번도 배신당해보지 않은건 신의를 계속 유지하기에 좋은 전제조건이 못된다..한동한 극한의 공황과 모욕을 겪고 붕괴 일보 직전까지 가봐야. 그러면 비로소 배우자를 배신하지 말라는 명령이 틀에 박힌 말이 아니라 뚜렷하게 빛을 발하는

뒤에 잘린 말은 도덕적 의무.. 보통은 가정을 지키는게 최선이라며 이런 언급을 하기 시작했다! 책이 뒤로 갈수록 교과서적인건, 보통도 가정을 지키는 유부남이기 때문인걸까?ㅎㅎ 무튼 타산지석이라는 동양의 간단한 표현이 있단다.


사랑은 아주 든든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자신이 이해되고 있다는 경험에서 시작. 상대방은 나의 외로운 내면을 이해하고..이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진 않는다..그게 정상.어떤 사람도 다른 누군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

인생은 원래 외로운 것. 가끔 외로운게 당연. 누가 나를 이해해주지? 여러분? 이건 노랫말이고 가끔 그럴 수 있는..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

닮은 영혼의 반쪽에 매달릴 필요 없다. 설혹 진짜 반쪽이라 해도 영원히 이해되는 반쪽은 없다. 다름을 인정하는 건 언제나 진리..


이 책은 원서나 번역본이나 표지가 같다. 해외 언론들의 극찬이 새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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