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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28. 2019

<부산 통영 2박3일> 귀한 시간들

0111-0113. 2주 전 여행. 달랑 하루 휴가에 일요일 한 번 안 나갔는데, 기억할 일이 많았던 시간으로 남을듯요. 당초 휴가 이틀 내고 좀 멀리 다녀올까 했는데. 10일에 큰 행사가 잡히는 바람에 고민 끝에 급히 변경한 일정. 그래도 기록해둡니다.



금요일 아침에 급한 업무 처리하고 0940 출발

휴게소 간식을 거쳐 부산과 만남은 돼지국밥으로 시작. 늦은점심 @신창국밥. 2014년 10월에 다녀왔던 그 집. 역시 부산 돼지국밥은 진리.


일단 해운대 옆 동백섬. 베이101 부근에 차를 세운다는게 누리마루APEC하우스 부근이라 전망대 따라 가볍게 산책. 아이들은 부산이 처음인데, 아찔한 고층빌딩 라인으로 기억할듯요. 2005년 APEC 회의장은 근사한 동시에 세월무상. 이후 우리는 많은 일들을 겪었죠.


해운대 산책도 당연히 기본 코스. 겨울 바다라 발을 적시지는 못했지만. 파도와 장난 좀 쳐주는 아이들. 오래 남을 사진들 건지고.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에어비앤비 써봤어요. 사실 아이들 고딩 시절에 여행을 거의 못 다녀서 숙소 알아볼 일도 없었죠. 아래 오른쪽 사진은 해운대 달맞이길 주변에 있던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입니다. 작은 아파트인데 1박 12만원에 4인 가족 잘 쉬었어요.

에어비앤비 숙소 쥔장께서는 친절하게 몇 가지 팁을 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인근 회센터. 10만원에 잡어회 한 상. 상차림 비용과 술값 별도고요. 정작 밤에는 검은 바다 잘 안 보여서 먹는 동안엔 전경 구경 못했고 나와서 야경 한 컷.


저녁에 어디 가볼까 하다가 순전히 광안대교 지나 가보는 코스로 검색. 부산타워에 갔어요. 근데 구시가지 야경은 광안리 해운대에 비하면 소박해서, 부산이 어떻게 달라졌나 실감만 했어요.


입장료 받는 부산타워는 대신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려고 애쓴 곳. 인증샷 찍기 좋은 짧은 코스가 있고. 나오면 또 바로 정자풍 카페에서 쉬다 가도록 안배. 어쨌거나 가족 나들이 오랜만이라 수다수다. 스카이캐슬 정주행중인 아들 덕에 11시 이전에 숙소로 돌아왔죠.


이틀째 아침엔 눈 뜨자마자 숙소 바로 옆의 힐스파에서 몸 좀 풀었어요. 탕에 몸을 담그고 바다를 볼 수 있답니다. 더 뭘 바래요. 촬영은 당연히 불가. 퍼온 사진입니다.


몸 풀고 나니 속도 풀어야. 사실 전 운전 담당이라 숙소에서 조금 홀짝한게 전부라 아쉬웠던. 무튼 바로 그 해운대 금수복국. 복어가 매우 귀엽고 굿즈가 많은 아이란걸 진열품들 보며 확인.


아홉산숲, 범어사 등의 코스는 거가대교 통해 통영으로 넘어가는 이동 코스를 감안해 모두 포기. 대신 보수동 책방골목과 국제시장에 들리기로. 2016년 11월에 제가 출장 때 들린 코스를 참고했습니다. 그 때 참 좋았던 기억은 여기.

무튼 역시 책방은 잼나요. 책은 한 장도 보지 않는 아들만 시큰둥. 의외의 발견은 옆지기 몫. LP판 매대 앞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더니......


국제시장 구경은 역시 보는 즐거움이 있고요. 당근 먹는 즐거움도. 비빔당면, 유부주머니와 오뎅, 밀면을 한번에 해결했어요. 도장깨기.


거가대교를 비롯해 바다 구경은 역시 날이 좋아야. 흐려서 경치 구경은 별로. 어쨌든 통영 ‘봄날의 책방’을 찍고 갔습니다. 네비에선 그 옆 ‘남해의 봄날’ 출판사로 찾았어요.

봄날의 책방. 제 버킷리스트였어요. 정말 와보고 싶었어요. 작은 도로를 따라 골목에 들어서면서 벌써 두근. 작은 집을 어찌나 예쁘게 만들었는지. 벽에서 만나는 문인들.. 근데 외부 촬영만 하라고, 동네 책방 손님들 방해 안되도록 내부 촬영 안된다고요.


그런데 책방 내부.. 이렇게 창의적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니. 소박하고 작은 방마다 하나의 주제로 딱 취향저격 큐레이션. 너무 많은 선택지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골라서 보여줍니다.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공기가 흐릅니다. 느긋하게 살펴보는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행복한 시간.

책방 뒷 건물이 미술관입니다. 전혁림 미술관. 뉘신지 잘 모르고 들어갔다가. 앗. 청와대에서 봤던 통영함의 그 분이군요. 통영에 문인과 화가, 예술인이 많은 이유는?

이번 여행의 소소한 전리품.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몬스터 특별판 득템. 그냥 서울에서 사도 되겠지만, 여행지에서는 평소보다 과감히 지르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도리. 옆지기가 LP판 산다고 신난걸 보면서 충동구매한걸까요.. 흠. 무튼 요리와 음식과 미식 일상에 대한 책을 모아놓은 봄날의 책방 부엌에서 한 권 골랐습니다. 딸에게는 책과 시가 들어 있는 서프라이즈 봉투를 사주고..


책방 나들이 이후 통영의 필수코스라는 루지. 멋진 동료 두나 말대로 완전 신났어요. 애들만 장갑 사주고, 전 들고 다니던거 끼고. 괜찮다던 옆지기만 손이 좀 시렸다고요ㅋ 간만 스피드 즐기고. 1회만 탄 것을 좀 아쉬워하면서


통영의 저녁은 아들이 검색한 집 낙점. 부두 옆 골목 한마음식당에서 인당 3만원의 굴 정식. 생굴과 멍게 해삼 낙지는 기본. 굴찜은 달콤하고, 굴어묵은 고소하고, 굴탕수육은 단짠. 굴과 삼겹살 삼합 구이도 은근 별미. 굴미역국에 굴밥까지. 전 이 저녁을 이번 여행 최고로 꼽는데..


식당 부근 통영 중앙시장에서 문어구이와 통영 꿀빵 등을 챙겨서 숙소로. 시장에서 구입한 멸치와 다시마, 디포리, 다음날 또 그 부근 노점에서 3만원에 10마리나 챙긴 반건조 우럭까지 양가 부모님과 세 집 푸짐하게 나눴습니다.


시내에서 30분 거리의 집은 에어비앤비와 네비게이션 시대라 가능한 곳. 정말 깜깜한 밤에 찾아가느라 힘들었는데 별이 쏟아지는 깊은 곳. 어느 귀인들의 주말 별장이라는데 바다가 보이는 전원주택입니다. 뒷뜰엔 바베큐, 다락방 앞에는 야외 자쿠지, 앞뜰엔 차 마시기 좋은 데크가 있는데.. 한 밤에 들어가 아침에 바로 나오기엔 아까운 숙소였어요. 며칠 푹 쉬기 좋은 집. 1박에 15만원 정도.


옆지기는 전날 화려한 굴 정식보다 다음날 아침 서호시장 어귀의 원조시락국이 더 좋았다고요. 올들어 1000원 올라 6000원. 장어뼈로 국물을 내고. 부추와 산초를 팍팍 넣습니다. 부둣가 어부와 상인들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줬을 오랜 국박집. 밥과 반찬 인심이 남다릅니다.


통영에서는 케이블카도 기본. 570여개 다 보이지는 않지만 점점이 늘어선 다도해 풍경. 미세먼지 나쁨이라 시야가.. ㅠ

동피랑은 그야말로 사진 인증샷이 필요한 SNS 시대의 관광지. 누가 시작하셨는지 동네를 살렸네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함께 쉬엄쉬엄 놀고 산책하고 구경하고.

어디든 아이디어가 관건. 나름 낄낄대는 곳들. 돌고돌아 날개 벽화에서는 천사 포즈를 취해주고. 내려가다보니 또 날개.

동피랑 마을에서 바라본 통영 뷰. 그리고 내려와서 다시 어젯밤 그 부두.


슬슬 서울로 갑니다. 우리는 조금 돌아 지리산 성삼재에 들리기로 했어요. 점심은 1.4만원 지리산 산채정식. 애들 깜짝 놀라는 밥상의 아우라.


예정에 없이 화엄사에 들려봅니다. 지리산 정기를 품은 장엄한 사찰.


그리고 성삼재 휴게소 어렵게 올라갔는데.. 개인적으로는 고딩 때 부모님과 가본 이후 처음인거 같은데.. 아.. 미세먼지ㅠ 굽이굽이 능선 뷰 감상에 실패.


그래도 2박3일 알찬 여정. 이제는 수험생 가족 시대를 마무리하고.. 아이들과 다시 멀든 가깝든 여행을 다닐 수 있습니다. 온 가족 모두 바쁜척 끝장이지만. 그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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