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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Nov 27. 2020

<뉴미디어> 선을 넘는 과정의 질문들. K언론 얘기


"미국의 뉴미디어 매체 Vox의 아트디렉터 Dion Lee가 한국에 왔을 때 나눈 말이 있다. 그가 처음 취직했을 당시 Vox에는 10명 남짓한 인원이 있었다. 애니메이터, 저널리스트 할 것 없이 모두가 글도 쓰고 연구도 하고 실제 제작도 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Vox다운' 최선의 작업물을 위해 서로를 이해하는 게 먼저였다. 나는 이 팀의 멤버들이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한 배에 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한 줄 한 줄, 곱씹게 되는 글. 스스로 제게 던져보는 질문들입니다. 페북에 즉흥 포스팅한거라... 깊은 고민 아닙니다.


- 기자만 특권층. 언제 바뀔까요. 


언론사 공채의 벽은 강고합니다. 고시 기수 따지는 무리와 비슷합니다. 전체 언론사가 몇 년 입사 연조를 따지며 선후배로 뭉치는 구조. 기자일 때 몰랐던 기자 특권을 그만두고 알았는데, 언론사에서 기자는 1등 시민입니다. 인터넷 기업 적응 과정에서 개발자가 브라만인가 싶고, 스탭 조직은 그야말로 지원군이구나, 제가 자각했던건 제가 두고온 '지위'를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Vox의 애니메이터, 아트디렉터가 모두 '원 팀'이라 자각하는 거, 이거 리더십 문제입니다. 


- 선을 넘도록 하는건 어떻게 가능할까요.


"각자 임무를 맡은 팀원의 이해도와 임무를 넘나드는 적극성이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선 넘는 놈'들이 필요하다."...... '뉴'미디어는 없던 일 하는 거라, 기존 조직과 충돌하며 협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던대로 하는 이들에게 다른걸 얘기해야 합니다. 오지랖 욕 듣는 건 감수하는데, 일이 되게 만들려면?  필자는 "의사결정권자의 리더십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는데, 저는 결국 리더십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 보상과 동기 부여는 어떻게. 


"최근 한 신문사의 뉴미디어 팀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해봤자 '팽' 당할 사람들 다시 뽑아서 일 시킬 자신이 없어요.” 익숙한 무한 루프다."...... 언론사 디지털 조직의 인력만 힘 빠지는게 아녀요. 각 부처에 디지털소통 인력을 새로 충원했는데, 그들도 '벽'을 느기는게 당연.  (그만둔지 1년 반인데 최근에도 고충을 듣다니..) 


'디지털 기술자', '용병' 취급 받는 거.. 이것도 결국 리더십. 글에 인용된 뉴미디어 팀장처럼 중간 관리자에겐 몹시 힘들어요. 이거 해결 못하면...


- '뉴'미디어. 뉴란.. 


"뉴미디어가 왜 '뉴'일까. 양질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임무는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사람을 갈아 넣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뉴'가 있다고 말했다. 멋있으면서 슬픈 말이다.".... 이젠 모두 디지털. '뉴'를 분리하고, "쟤네들"로 여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업무 방식에 문제 있어요. 대체로 도전 조직이다보니 충분한 지원은 없고, 영상 편집 업무 특성상 날밤 새기 일쑤고..(미안해요 ㄹㅍ. 옛날 생각이..ㅠㅠ).. 모두, 함께, 제대로 일할 구조를 만든다는 건. 


- 미디어 조직 아닌 어디에서든..


“어떤 직무의 종사자는 소위 공채로 뽑히고, 어떤 직무의 종사자는 왜 그렇지 않은가? 어떤 역할이 정규직이고, 어떤 역할이 비정규직인가? 비정규직으로 실험을 시작하면 끝내 어떤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가? 비정규직 팀원을 데리고 있는 팀장들의 딜레마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  역할로만 보면, 모두가 정규직인게 맞나 싶을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노동, 동일직무라면 얘기가 다르고요. 비정규직일수록 시간과 노력에 대해 합당한 가치를 부여하면서, 다른 보호망을 만드는 방향이 맞지 않나 고민해봅니다. 


- 새로운 세대에 대한 책무 


"밀레니얼 세대에 '뉴'를 맡겨버린 업계. 우리에겐 지금이라도 좀 더 자세한 질문이 필요하다"..... 정말, 가슴을 휘젓는 질문이네요. 


나름 '뉴미디어' 직함에 달고 일했던 이로서... 제게는 매우 아픈 지적이 가득합니다. 언론 뿐 아니라 공공에서도 '뉴미디어'는 도전적인 상황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냥 그 조직의 목적 하나만 보고, 함께 뛰도록 하는게 최선. 원 팀이라면.. 공유와 공감을 만들면서 가는 거...와중에 Vox도 처음엔 10명이었군요... 각 조직의 뉴미디어팀이 열악할테지만.. 관건은.. 그들'도' 일 잘 하도록, 즐겁게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어떤 건지는 최고책임자들이 고민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고민하도록 설득하고 얘기하고 얘기하는 것은 모두의 몫. 




<보탤 말이 없는 기사> 


방역 당국이 비판받을 점이 분명히 있지만, 방역 정책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시비를 걸고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들은 정말 어떤 문제의식에 바탕을 뒀다기보다는 그간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어떤 보도들은 아주 ‘각’을 잡고 가설을 세운 다음 필요한 근거들을 입맛에 맞게 수집해 갖다 붙였다.


왜 그럴까. 한국 언론은 왜 코로나19라는 국가적·세계적 위기를 만나서도 진화하지 못하고 낡고 나쁜 관성을 반복해 보여주기만 할까.


(반면..) 


“철저히 과학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보도하고, 기사 하나 쓰는 데 들어가는 수치나 그래프들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소개하면 그 원문의 링크를 반드시 넣으며 수치까지 정확하게 인용한다. 비주얼 저널리즘을 구현한 보도들은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그 기기에 걸맞은 글씨 크기와 배열, 그림, 동영상 등이 적절하게 기사에 집중할 수 있게 배치된다. 그런 시각 요소 때문에 기사를 여러 번 찾으며 인용하고 싶게 된다.”


정보와 지식 전달, 권력 비판과 감시에 더해 언론이 해내야 할 또 하나의 역할은 ‘연대와 협력을 위한 노력’이다.


기사 하나 더.. 




미디어 얘기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미디어 얘기가 어디선가 나타납니다. 알고리즘, 혹은 관계망 덕분이죠. 

이렇게 도움되는 글...도 구독 없이 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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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소비자가 미디어 구독을 하지 않게 되는 첫번째 이유는 정말로, ‘볼 게 없어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정기 구독료가  4,900원만 넘어가도 수십 만 편의 VOD를 제공하는 왓챠와 경쟁해야 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도 경쟁해야 한다.


극단적인 콘텐츠에 대한 독자의 호응이 높은 것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들어야 할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 듣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게 콘텐츠를 통한 직접적인 수익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디지털 구독 매체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NYT조차도 디지털 구독 수익이 전체 수익의 40% 가량을 차지할 때까지 8년이 걸렸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확실한 가치를 전달하자. 이를 통해 견고한 미래에 투자하라. 뚜렷한 구독 서비스의 선두주자가 없는 한국의 환경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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