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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31. 2020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이런게 소통


맛집을 탐하는 인간입니다. 소셜미디어 입소문에 혹하는 부류죠. 몇 년 전부터 저만 빼고 모두 고기리의 어느 막국수 집을 다녀오는 것 같았어요. 그게 대체 어느 동네지? 왜들 난리지? 들기름 막국수라고? 

얼마전에야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다녀와서 구체적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습니다. 안 가봤어도 괜찮아요. 국숫집 사장님이 차분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가면 또 남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을듯요.


단정한 에세이입니다. 글도 사람도 가게도 비슷한 결일거라 짐작합니다. 태도에 대한 성찰이고,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고, 업에 대한 마음입니다. 어느 쪽으로 봐도 담백하고 맑은 기운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자 시절엔 그리 깊이 생각했었나 흐릿하지만, 인터넷 기업에서 일할 땐 이용자를 먼저 생각하자고 다잡았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공공 일을 할 때에는 국민만 바라보자고 했었죠. 손님의 눈으로 손님의 마음을 늘 헤아리는 국숫집 주인장의 이야기는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건 태도, 마음의 문제란걸 재확인합니다. 그리고, 이게 소통인거죠ㅎㅎ 


건강검진 기다리는 중간중간 다 읽었어요. 술술 넘어가는데 이 부부의 인생이 훅 들어옵니다. 우리 다 그렇듯 곡절을 쌓으며 고비를 넘기고 더 단단해진 삶. 이런 막국수 만들어주셔서 고맙고요. 이렇게 마음을 다해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그 기운을 나눠주는 힘이 있습니다. 역시 고맙죠.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같이 먹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고, 같이 먹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겠지요.” (68쪽)


식탐으로 음식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인간으로서 앞으로는 저렇게 얘기해 보렵니다. 원래 저런 마음이라니까요ㅎㅎ 


가볍게 들릴 수 있는 집은 아닌지라, 언제 다시 가보나, 기다림을 키워보겠습니다. 고소하고 거친 맛에 설레이던 들기름막국수, 과하지 않게 적당한 양념으로 입맛 달래던 비빔막국수, 슴슴하고 깔끔해 개운하던 물막국수, 잡내 없이 부드럽게 삶아진 수육까지.. 그리고 그 공간과 시간의 완벽한 조화까지 더 그립고 애타게 만드는게 이 책의 문제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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