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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Mar 14. 2021

[독서가와 행동가들]뭐 읽고 있니? 클하살롱 epi 4

독서에 진심인 사람들끼리 클하 살롱. [독서가와 행동가들] 뭐 읽고 있니?  
1, 2회 , 3회 이어 4주째 토요일 밤 10시. (캡쳐도 못해서.. 지난주꺼 재활용...) 

3주 해보니... 책 추천이 넘 많아서, 장바구니가 각자 터져나가는 상황. 이젠 1인당 1권만 추천하자, 시간도 2시간 넘기지 말고 1시간, 혹은 최대 1시간30분만 해보자, 대신 책 수다를 더 풍부하게 나누자고 했어요. 그리하여 1시간 반, 책 권수는 확 줄였는데.. 제 장바구니 접수는 결코 줄지 않았다는게.. ;;; 그만큼 좋은 책 추천이 많았다는 거죠. 


가볍게 10분 전에 모여서 수다 떠는데 벌써 등장한 책 소개. 은희님이 추천한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마음>. 절판 책은 취급 않으려 했는데ㅎ 반디앤루니스에 있답니다. 은희님은 어릴적 읽은 고전이 인생의 고비마다 다시 읽힌다며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와 박완서님 <나목>을 언급하셨는데, 세상에.. 두 책 다 그래픽노블로도 나와있다는 전문가 태형님 추천! 
(태형님이나 저나 중딩 때 인생 고전은 헤르만 헤세. 기억 전혀 안 나고요.. 태형님은 까뮈, 카프카... 전 고딩 때 똘스또이와 도스또옙스끼에 빠졌는데.. 이후 다시 펼쳐볼 기회가 없었어요.. 인생 고비가 없어서는 아니고, 살기 바빠서....) 

태형님의 이번주 픽은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저자인 마커스 드 사토이는 과학대중화사업(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책임자인 시모니 석좌교수 자리를 리처드 도킨스로부터 물려받은 분. 태형님 말로는 도킨스가 쌈닭이라면 이 분은 온건한데 잘 읽힌다고요. 인간이 그동안 알 수 없는걸 신에게 돌려왔다면, 과학이 어떻게 그 경계를 넓혀왔는지 찬찬히 살펴보는데 첫 문장이 "과학은 왕이다". 

지난주 [독서가와 행동가들]에서 추천 받은 <오해의 동물원>을 바로 주문한 이유가 빌 브라이슨이 "한없이 재미있다"고, 리처드 도킨스가 "터무니없이 재밌다"고 한 덕분인데.. 빌 브라이슨이 또 등장했어요. 이 책에 대해서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환상적이다. 어려운 주제를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책은 두 번 다시 찾기 힘들 것이다"... 아니, 빌 브라이슨 옵바는 온동네 과학책 추천을 이런 식으로?? 뭐, 다들 칭찬하는데다 태형님이 완전 강추하신 과학책.... 장바구니로.....;;; 

과학책 더 있나 여쭸다가 은희님이 소개하신 책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로 그 <아이, 로봇>. 사실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만 좀 보고 팬이라고 한게 미안하네요. 영화 봤으니 됐다고 생각했을까요? 알고보면 이 책은 로봇 단편집. '소녀를 사랑한 로봇' 로비를 비롯해 '자존심 때문에 사라진 로봇' 네스터 10호 등 '술래잡기 로봇', '부하를 거느린 로봇', '대도시 시장이 된 로봇'의 이야기가 각각 펼쳐진다고요.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로봇 이야기라니.. 책에서 모티브만 얻었다는 영화도 훌륭하고 책도 훌륭하고.... 이것도 봐야하나봐요.. 

두 권을 킵했다 싶을때 정훈님이 추천하신 <태어난 게 범죄>... 아 이 책 바로 장바구니로. 
담주에 그래미 호스트할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의 책입니다. 기구하게도 1984년 남아공에서 태어났는데 엄마는 흑인, 아빠는 스위스 백인. 그 시대엔 타 인종과의 성관계 자체가 5년 이하 징역형 범죄. 즉 트레버는 존재 자체가 범죄의 증거인거죠. 게다가 혼혈이라 '기타유색인'으로 분류됐는데, 중국인이 같은 분류. (잘사는) 일본 사람은 백인으로 분류했다니 남아공 뭐죠? 더 놀라운 건, 트레버가 유대계 학교 공연에 '히틀러'라는 이름의 친구와 함께 간 사연. 남아공은 흑인들에게 교육을 제대로 안했고, 특히 지배층인 유럽인의 흑역사는 가르치지 않았다니다. 그래서 트레버는 진짜 히틀러와 유대인의 관계를 잘 몰랐답니다...그는 오히려 벨기에 레오폴드2세가 콩고에서 저지른 잔혹사를 비롯해 홀로코스트보다 더 나쁠 수도 있는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선 무시하는 유럽인들이 이해안되는 거죠. 이 부분, 저도 생각도 못했던 것.... 무튼 이 책은 빌게이츠 추천도서, NYT 베스트셀러. 아마존 17년 논픽션 top5..대단한 책. 그리고 더 대단한건 그의 엄마. 사실 그는 태어난 게 범죄이지만, 엄마는 불법인걸 알면서 백인과 연애했고, 아이를 갖겠다 했고, 혼자 키웠고.. 그 시대에 말이죠. <블랙 팬서>의 나키아(그 이전에 <노예12년>에서 놀라웠던) 루피타 뇽오가 영화 제작을 결정했고, 그 엄마 역할을 맡기로 했다네요.

아, 벌써 책을 세 권이나 사야 하나.. 하는데 복병이 더 등장. 정원님은 4권 추천 받아 1권 고르는 책모임을 하는데, 태형님에게 그래픽노블 추천을 청했답니다. 그 자리에서 50권의 목록을 폰으로 써내려갔다는 태형님(.. 소장하신 그래픽노블이 500권이라니..) 그 중에서 고른 4권.. 중에서 정원님 책모임이 고른 한 권이 바로 <펀 홈 : 가족희비극>입니다. 영화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의미있게 등장하는지 살피는 '백델 테스트'를 고안한 앨리슨 백델의 책. 레즈비언인 딸과 게이인 아빠의 가족 얘기라니.. 문학작품 인용이 끝내주고, 한마디로 몹시 흥미로운 책... 그래픽노블 전문가 태형님이 고르고 고른 리스트 자체가 엄청나잖아요ㅠ

지난주 철학책 두 권을 무척 재미나게 설명해주신 연선님의 오늘 픽은 시집. 이해인 수녀님의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봄마다 이 시집을 읽는다는 선생님 연선님은 그 중 '꽃 이름 외우듯이'를 학기초 늘 아이들에게 읽어주신답니다. 저희에게도 낭독해주셨는데ㅎㅎ 아이들에게 왜 읽어주시는지 알겠어요ㅎㅎ 궁금하시면 여기ㅎ 
 
시집으로 물꼬를 터주시니.. 세원님은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꺼내셨습니다. 어린 소녀의 눈으로 자세하게 묘사된 감정을 따라.. 각자 첫사랑을 떠올릴 그런 소설. (전 기억 안나요ㅠ).. 혜란님은 같은 사랑 이야기이지만 결말은 사뭇 다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추천하셨습니다. 박광식님은 (에밀 아자르 라는 필명으로 콩쿠르상을 또 받은)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픽. (워낙 명작이지만 역시 전 기억이 안나고..) 신념에 대한 확신으로 정답을 강요하고 설득하는 이들이 많은 시대에, 종교, 인종, 젠더, 죽음.. 다양한 주제를 건드리는 이 책에 대해.. 1975년의 프랑스 사회의 사유가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연결해주셨습니다. 

저의 오늘 픽은 김하영님의 <뭐든 다 배달합니다>. 사실 오후에 #트레바리 #디지털시대읽기 3월 모임으로 3시간40분 동안 토론 나눈 책입니다. 이 책 얘기는 따로 남길게요..토론이 정말 좋았거든요..

이 책에 더해 메디님이 김민섭님의 <대리사회>를 꺼내주셔서 반가웠습니다. 


대화의 밀도는 높이고, 책의 갯수를 줄이는데 성공했으나.... 살 책은 여전히 많아서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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