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미디어 <힘의 역전 1, 2> 포럼 프로그래머로서, 그 인터뷰들을 정리한 저자로서 <힘의 역전3>을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없다면 거짓말. 메디치는 <힘의 역전> 대신 이번에 훨씬 더 다양한 전문가들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촉'을 정리했다. 서문에 이렇게 내 책이 소개된 것은 읽다가 알았다. 향후 4~5년까지? 음.
격년 전망서라는 타이틀인데 각 분야 전문가 중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쌤이 책을 시작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책은 "불안과 우울과 혐오의 확대공급이 기본값인 2022~2023년을 점친다"고 하는데, 개인의 안녕이 출발점인 셈이다. 그냥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개인이 엄혹한 시대를 건너가는 중이고, 시민이 연대하는 공동체에 대한 로망은 위태롭다.
"무엇도 계획하고 희망할 수 없다는 것은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고, 결국 마음은 현재와 과거를 향하게 만든다. 그런 마음은 갈수록 신중해지고 보수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본인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자신이 얼마나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분위기가 나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내 관점에서 느끼는 공감마저도 선택적으로 작동한다..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든 시기라면 타인의 아픔을 내가 느끼는 것은 사치다." (32-33쪽)
이럴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56쪽에 나온다ㅎㅎ
설상가상 악전고투하는 이들은 불안정성에 빠지고 "이러한 상황에서 취약한 개인들은 강한 귀속감을 주는 부족적 집단을 갈망하게 된다"는 것이 고한석님의 분석. "개인의 불안정성과 막대한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부족화된 집단은 자신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과의 갈등과 혐오를 이용"하는 법이다.
팬데믹이 이런 추세에 불을 붙인 건 분명하고. 위기 상태의 공동체 우선주의는 경계할 지점이 있다. 한나 아렌트의 언급은 언젠가 따로 보고 싶어서 기록.
"이미 1957년 한나 아렌트는 기술이 세계를 가로질러 연대를 이루어내지만, 시민들이 자신의 육체적 생존을 위해서 또는 두려움과 혐오에서 비롯된 연대를 '부정적 연대'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를 공공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에 기반한 정치적 연대인 '긍정적 연대'와 구별하였다." (79쪽)
이 시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집필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심사. '회자정리 거자필반의 세계 경제'를 정리한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이 걱정하는 것도 온도 차다. 중국 변수 등을 종합 분석한 뒤 한국 경제를 살펴보면서 "수출산업은 호황이 지속되고 서비스업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지만, 제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고 가계는 부채상환 압력을 크게 느껴 소비를 늘리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그는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불행하다"는 안나 카레리나의 명문을 인용하며 "부디 세대 간 계층 간 그 불행의 격차가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다.
윤태곤님의 정치 분석은 한국 정치판이 워낙 빠르게 출렁거리는 덕분에 역대 대선 분석과 연결된 지점만 참고.
이선옥님의 '약좌의 게임'은 지나친 PC 압박에 대해 반발하는 문제의식은 인정하지만, 각론에서는 공감 안된다. 보편적이지 않은 사례를 들어 일반화하는 것도 불편하고, 약자로 자신을 정체화한 이들이 온라인을 이용해 피해자가 되는 방식으로 정치를 한다는 지점도 동의하기 어렵다. 약자가 벼슬이나 완장이 되는 사례가 없지 않겠지만, 그러기엔 약자들의 고통이 실재하는데 싸잡아 공격하면 곤란하다. 약자들이 표현을 검열하고 통제하는 권력을 쟁취했다고? 말은 칼이 아니니까 실제 못 찌른다는 말을 강조하는게 답이라고? 그런 식으로 약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실체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기도 어렵다. 무튼 함께 독서토론 하신 분들은 대체로 문제 제기에 공감하는 편이라는 것도 팩트.
이하 다른 분들의 글에 대해서는 코멘트 생략. 기력 소진....
여느 때처럼 줌 단체사진 찍은 와중에 다른 분들의 프라이버시를 감안해 제 얼굴만 공개.. 다른 이들과 같이 있는 사진에선 몰랐는데 얼굴 크게 나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