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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Nov 09. 2022

<파타고니아, 파도가..>지구를 지켜라. 뭘 더!


다들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 하더니. 이젠 내가 거리에서 파타고니아 옷을 입은 이를 보면 괜히 반가워 눈꼬리가 휘어진다.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파타고니아 조끼’를 비롯해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세계 최고의 아웃도어 기업.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 환경을 위해 옷을 최대한 수선해 입자고 호소하는데도 매해 성장하며 팬덤을 만들었고, 나 역시 당근마켓에서 중고 파타고니아 옷을 둘러보는 중이다. 

#김혜리의_조용한생활 10월호 책으로 #파타고니아_파도가_칠때는_서핑을, 전설적 등반가이자 환경운동가, 파타고니아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를 골랐다. (늘 부끄러움 없이 말하지만ㅎ 꽤 괜찮다. 들어보시라)

https://podbbang.page.link/s7kqYrXMD5dWsKAX9


9월에 들려온 소식 덕분이다. 쉬나드와 그 가족이 30억 달러(약 4.3조원) 상당의 회사 지분을 몽땅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기업이 성장하면, 상장부터 하고, 주주들이 이익을 챙기는게 자본주의 흔한 풍경. 파타고니아는 애초에 기업 목표 자체가 환경보호였고, 거기에 매진하기 위해 걸리적거리는(?) 주주를 두지 않으려 상장도 안했다. 게다가 "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고 선언해버렸으니 이 기업 대체 뭐냐고. 

“Hopefully this will influence a new form of capitalism that doesn’t end up with a few rich people and a bunch of poor people... We are going to give away the maximum amount of money to people who are actively working on saving this planet.” 


책은 쉬나드의 60년 경영 철학을 정리한 것으로 2005년 첫 출간 당시 사내용 경영철학 매뉴얼임에도 불구하고 10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초판 쓰는데도 15년 걸렸다는데, 이후 2016년 개정 증보판을 낸 이유는 "전형적인 기업의 규칙에 따르지 않고도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 단순히 좋은 성과가 아니라 훨씬 더 압도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100년 후에도 존재하고 싶은 기업들에게 확실하게 증명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기업가인게 부끄러운가? "자연의 적이 되어 토착 문화를 파괴하고,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착취한 것을 부유한 사람들에게 쥐여 주고, 공장폐수로 지구를 오염시킨 일들을 책임져야 할 주체"로 기업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한편 기업은 "식량을 생산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인구를 제한하고, 사람들을 고용하고, 우리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성과 영혼을 저버리지 않고도 수익을 내면서 이런 좋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25쪽)


그는 38년생이다. 정규교육은 3년이 전부인 그의 아버지는 미장공, 목수, 전기공, 배관공으로 일했다. 한마디로 재주가 좋았다. 이본 쉬나드는 학업에 별 관심이 없었고, 등반, 낚시, 서핑을 좋아했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할 때 인수봉을 다니며 '취나드Chouinard A, B’ 길을 개척한 등반가. 본인이 쓰려고 등산 장비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1964년 카탈로그로 팔기 시작했다. 사업이 목적이 아니라 등반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부업이랄까. 등반장비를 계속 개선하며 만들어 파는건 쉬운 장사가 아니다. 손재주 좋고, 스스로 좋아하니 한거 아닐까. 1970년 쉬나드 이큅먼트는 미국 최대 등반 장비 업체가 됐다. 이 무렵, 해머로 크랙에 박아넣는 주력 상품인 '피톤'이 사랑하는 암벽을 흉하게 망가뜨린다는 걸 깨닫고 해머 대신 손으로 끼워넣는 '초크'를 개발했다. 모두가 피톤 장사를 할 때, 그들은 카탈로그에 피톤의 환경 해악을 밝히면서 사업을 포기했다. 


인간의 경제 시스템과 지구 시스템이 전쟁 중이란 걸 그에게 가르친건 학교가 아니라 산과 바다였을까? 2053년 90억 인구가 되고, 사람들의 부가 매년 2.5~3% 증가하면 2050년 인구의 수요는 지구가 스스로를 갱신하는 능력의 300~500%. 즉 파산 상태가 된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현재 국제적으로 합의한 2도 이내 온난화라는 희망은 선진국이 연간 8~10% 탄소 배출을 줄일 때나 가능한 일이지만, 세계 경제는 1900년 한 해 동안 산출하던 양을 단 17일 만에 생산해낸다. 사막이 커지고, 호수와 숲은 산성화에 시달린다. 지구 온도는 2도는 커녕 4~6도 정도는 최소한 오를 전망. 다같이 망하는 거다. 그와 파타고니아는 초지일관 지구를 지키겠노라 애썼다. 


1984년에 아주아주 일찌감치 사내 어린이집을 개설하고(당시 전국에 120개, 지금은 8000개), 재활용 종이로 카탈로그를 만들고, 그것만으로 첫해 350만 킬로와트의 전기와 600만 갤런의 물을 절약하고 23.5톤의 오염물질 배출 막고, 1.4만 그루 나무가 잘리는 걸 막았고, 1986년에 이미 매년 수익 10%를 환경단체에 기부 결정하고.. 


그러나 1991년 위기를 맞고, 직원 20%를 해고할 때 그는 '왜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치열한 내부 고민 끝에 나온 '우리의 가치관'이 아주 가관이다. 환경운동가이자 이사회 멤버였던 제리 맨더가 이사회에 쓱 내민 문서. 


왜 사업을 하냐고?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위태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전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회사의 모든 결정은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린다"

어떻게?

"우리는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분투해야만 한다"


"..제품의 품질에 최대한의 관심을 쏟는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성공적인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직원들과 지역사회, 공급업자와 고객들이 포함된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이 모든 관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그들의 보편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린다. 회사와 근본적인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시에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다.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


"성장과 확장은 우리 회사의 기반이 되는 가치가 아니다"라고 못박아 버렸다. 아마, 이게 여느 기업과 달리 투자자를 모아 상장하지 않은 이유일게다. 성장의 덫이 자멸의 덫이라 믿고, 하고 싶은 걸 했다. 소수 주주가 지배하는 비공개 기업으로 남아, 가장 중요한 일, 즉 선행을 하는데 집중했다. 스스로 "사업 활동이 환경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매출 1% 혹은 연 수익 10% 중 큰 금액을  ‘지구세’로 부과해 지역 공동체와 환경운동의 보조금으로 사용한다"고 해버렸다. 공개 기업(going public) 대신 ‘목적 기업(going purpose)’를 택했다. 


2005년부터 재활용 위해 고객들로부터 폴리에스테르 의류를 수거하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전 제품을 회수한다. 그래도 다 회수하지 못하니, 북미 최대 의류 수선 시설을 운영해 매년 4만 건 이상 처리한다. 옷을 9개월만 더 사용해도 관련 탄소, 폐기물, 물 발자국이 각각 20~30% 감소한다고 한다. 지구에 쓰레기를 늘리지 않고 싶다며 가급적 뭘 사지 않는 내가, 옷을 사지 않을 이유가 늘었다. 


제품 철학? "필요한 기능을 갖추었는가. 다기능적인가. 내구성이 있는가. 수선이 가능한가. 고객에게 잘 맞는가. 디자인이 단순한가. 제품 라인이 단순한가. 혁신인가 발명인가. 글로벌한 디자인인가.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진짜인가. 아름다운가. 패션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가" 패션 추세에 굴복하게 되면 중고 의류는 쓰레기 더미에 던져지게 될 것이라고.


구김이 덜 가고 옷이 줄어들지 않게 하려고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물질을 쓰는 관행을 거부했다. 그런 물질을 쓰는 목화밭의 토양은 완전히 죽어버리니까. 미국 농경지의 2.5%인 목화밭이 화학 살충제의 22.5%, 농약의 10%를 사용한다. 파타고니아는 1994년에 결정해 1996년부터 100% 유기농 목화만 쓴다. 염료는 독성 덜한 독일제로 했는데, 주황색은 독일제도 독성이 덜하지 않아서 더이상 주황색 제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단다. (문득 지금도 그런가? 주황색은 사지 말아야 해? 궁금)


"불가능하다"는 말은 변변찮은 변명 중에서도 가장 변변찮다고. 어렵거나 비현실적이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 수는 있지만, 불가능한 건 거의 없다. 노동자를 지원하는 공정무역 인증 제품으로 노선을 변경했고, 가능한한 현지 생산한다. 기차나 배로 물건 1km 운송하는데 톤당 250 BTU(1파운드 물을 대기압에 화씨 2도 올리는데 필요한 에너지) 에너지가 드는데 트럭은 2000. 항공 화물은 1.3만. 당일 배송? 꼭 필요한가?


회사 철학이 분명하다보니, 카탈로그 시절부터 소비자와 소통하는게 큰 일. 반다나 시바, 제레드 다이아몬드 등이 글을 썼다. 2013년 지주회사 파타고니아 웍스를 출범시키며 다시 명시한다.

"단 하나의 대의에 헌신한다. 사업을 이용해서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정부도 기업도 자원 사용에 완전 원가 회계(full cost accounting)를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눈에 들어온다. "GDP는 공기와 물의 청결성, 토양의 건전성,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해수온도와 같이 재화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자연 자원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아니라 생산된 재화의 가치로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측정한다"고. 이때문에 자연 자원을 보호하기는 커녕, 자주 유출되는 위험물질 인근 대수층 오염, 유독 대기오염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구에 남은 기름 한 방울까지 짜내겠다고 경쟁한다. 


땅을 살리는 유기농업을 진행하면, 땅이 탄소를 배출하기는 커녕 머금는다. 탄소 함량이 매년 토지 1헥타르 당 9톤씩 늘어간다. 미국 식수 94%에 아트라진(제초제, 내분비 교란물질 의심)이 존재한다. 지난 150년간 세계 표토의 절반이 소실됐다. 그렇다. 파타고니아는 2013년 농업에도 뛰어들었다. 현대적 식량 생산은 지구 파괴 주범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탓한다. 멕시코인들은 애를 너무 많이 낳고, 중국인들은 고유황 석탄을 태우고, ‘정부’는 알래스카 북극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석유를 시추하고.. 그러면서 자신은 SUV를 타고 다니며...중국과 인도는 펑펑쓰는 화석연료를 왜 우리는 아껴야 하냐고 한다"


자원을 소비하고 오염을 일으키면서 정부가 변하기만을 기다려?  파타고니아는 1985~2016년 환경운동에 현금과 현물 7900만 달러 기부했다. 이번 4조원 지분 기부는 그 연장선일 뿐이다. NYT 기자는 "21세기 문제를 20세기 기부 방식으로는 풀 수 없다”며 파타고니아의 기부 방식을 극찬했다. 


조용한생활 녹음을 준비할 무렵,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이상 고온으로 파타고니아의 한 국립공원에서 산악 빙하가 붕괴됐다. 폭포수가 쏟아지듯 협곡 사이로 무너져내린 빙하의 크기가 200m에 달했다. 선진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 규모로 기후변화 대응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Let My People Go Surfing.. 직원들은 날짜를 정해놓고 쉬는게 아니라 볕과 파도가 좋을 때 나간다. 회사에서 두 블럭만 나가면 바다다. 이본 쉬나드는 또 다른 파타고니아 책도 썼는데, 그건 진짜 자연 이야기. 'Some Stories: Lessons from the Edge of Business and Sport'다. 요세미티 계곡, 남캘리 매사냥 클럽, 파타고니아 플라밍고, 네브라스카 샌드힐 두루미, 바하마 제도 여울멸 낚시 얘기를 담았다고 한다. 이 분, 정말 인생을 제대로 사셨네.. 우리는 왜 이걸 부러워만 할까? 파타고니아 채용 공고 찾아보려다 참았다. 각자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찾으면 되지. 무튼 당근마켓에 적당한 거 나오면 하나 챙겨서, 파타고니아를 북극성 삼아 보련다. 


아.. 조용한생활 10월호에서는 이 책과 함께 창업가 자서전 하나 더 했다. 읽는 재미로 따지면 역시 역대급. 두 분 다, 당대의 또라이로 여겨졌다는게 공통점이다.. 

https://brunch.co.kr/@manya/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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