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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n 04. 2023

<생각하는 손> 무형문화재 작업을 흙과 실의 춤으로

17세에 그릇을 만들기 시작, 67년째 작업을 이어가는 장인의 손을 공연으로 만났다. 57년째 실을 쥐고 있다는 분의 손짓도 보았다. 이를 #흙과_실의_춤 무용, 소리와 선율로 엮어내다니 창작은 정말 상상하기 나름이구나. 이 공연이 가을엔 베를린에서 열리다니 끝내주는구나!

#생각하는_손,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매듭장 보유자인 김정옥, 김혜순 선생님의 작업을 춤으로 엮었다.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작업 무용극'이라는 설명만으로 갸웃했던 공연이다.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컷. 사기장 김정옥 선생 뒤로 춤이 이어진다.

흙의 아버지에게 물레 소리는 음악이란다. 땅을 상징하는 가장 낮은 소리, 콘트라베이스와 물레소리의 협연이라니. 김정옥 선생의 아들과 손자까지 3대가 흙을 빚고 올리는 사이 달 항아리의 춤이 절창을 이어간다.


실의 어머니에게 '한 올 한 올 실을 풀어내는 일은 세상을 털어내는 무념의 몸짓'. 끈을 맺고 잇는 일은 사람들의 인연 같다. 선은 면으로 완성되고, 흔들리면서 삶을 보여준다.

국립무형유산원 제공 컷. 매듭장 김혜순 선생님의 존재감, 참으로 단아했다.

작곡가라더니 대본과 연출을 맡은 김희정 언니야말로 사기캐, 전방위 아티스트 맞다. 작곡가로서 흙 이기는 소리, 물레소리, 숨소리를 통해 그림을 그렸다니, 그 동네는 진짜 다 통하는 걸까?


무대 가장 앞에서 발물레를 돌리며 손수 그릇을 빚는 장인, 끈틀을 돌리는 일을 연주처럼 해내는 장인, 그 뒤로 춤사위가 아름다웠다. 몸의 선에 먼저 반했고, 공간을 지배하는 몸짓에 감탄했다. 누에고치 의상을 비롯해 매번 바뀌는 의상, 격조를 보여주는 무대장치에도 설레였다.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한 베를린 공연이 9월, 11월에는 광주에서 열린다. 베를린 이후 세계를 누비는 공연이 될거라 믿는다. ”해외 무대에서 우리 공연을 기획하거나, 해외 공연을 국내로 가져오거나, 현지 극장을 섭외하고 이런저런 모든 일을 싹 진행하는 건 김희정만 할 수 있다“, 부인부심 뜨겁던 형부 말씀도 기록해둔다. 오늘 서울 공연을 볼 수 있었다니 행운이다.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은 또 처음인데, 봄바람 즐기기에 더할나위 없다. 이렇게 또 중년 부부의 데이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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