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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ug 12. 2024

<윈난성 3일차> 이상향 대신 티벳 문화 맛본 샹그릴라

<윈난성 리장 1일차> 리장 가는 길​

<윈난성 리장2일차> 신들의 산속 아찔한 차마고도​


옥룡설산의 아침. 산 너머 햇빛이 구름을 빛낸다. 절경이로구나.

차마객잔에서 닭죽과 토마토,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비싼 윈난 드립커피까지 아침 마무리. 다시 이동이다.

꼬불꼬불 도로가 꺾어질 때마다 옥룡설산 저편 히말라야 쪽 능선이 아련하다. 신들의 세계에서 멀어지는 기분인데 사진으로 담는데 실패. 기후변화로 만년설 꼭대기 부분이 많이 줄었고, 두 설산 중턱에 터널을 뚫어 기차가 달린다고 한다. 와…


넓다란 대륙의 여행 답게 자동차로 꽤 움직인다. 오늘 목적지는 차마객잔에서 2시간 거리 샹그릴라. 가는 길에 우리가 하룻밤을 보낸 하바설산을 전망대에서 바라봤다. 시리게 파란 하늘이 다 하는구나.


샹그릴라 부근 나파하이. 푸른 초원이다. 원래 말을 타기로 했는데, 쫄랑쫄랑 끌어주는 방식이라고 해서 포기. 완전 겉핥기로 봐도 광활하게 푸르다. 5000m 옥룡설산과 하바설산 협곡에서 몇시간 달렸다고 초원이라니.

동네엔 티벳 양식의 큰 건물이 눈에 띈다. 티벳 사람들은 4대, 5대까지 같이 살기 때문에 집이 크다고 한다. 와, 그댁 며느리의 삶을 상상할 뻔. 기대 못했던 관광은 티벳 가정집에서 제공하는 점심이었다. 일단 으리뻔쩍한 집에 놀랐고, 시진핑까지 지도자들 사진에다 집안 곳곳이 클래식하고 화려하다. 우리의 감탄은 사실 음식에서 난리났다.

일단 일명 버터차로 불리는 수유차. 차에 소금과 버터를 넣었다. 티벳 분들은 하루 30잔 씩 마신다는 차를 계속 리필해주는데 난 세 잔. 고소하고 진한 맛에 중독성 있다. 3000m 이상 고산지대에만 사는 야크 젖으로 만든 버터와 치즈를 섞은 것도 궁극의 단짠이다. 요거트도 지중해 스타일보다 더 새큼하다, 티벳 전통빵과 먹으면 이미 배가 부른데 야크고기, 야생버섯, 여 주계란볶음 등 음식도 훌륭했다.


리장 여행은 알고보니 티벳 맛보기 코스가 포함됐다. 점심 직전 방문한 스투파도 그렇지만, 점심 후 방문한 티벳불교 사찰 송찬림사 역시 '리틀 포탈라궁'이라고 불린다. 17세기 말 건축된 여러 채의 건물이 이어지는데 지붕마다 금빛으로 빛난다. 건물 뿐 아니라 사진촬영이 금지된 내부도 온통 금불상이다. 이 동네가 그렇게 부유했을 것 같지 않은데 황금사찰이라니. 사찰 내부는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금불상 외에도 온통 오방색 휘장과 장식으로 알록달록하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대성당 못지않게 화려하다.

남녀 성기를 그대로 그려넣은 그림에도 놀랐다. 여성의 자세나 뭐나 불편한 구도인데 저게 또 뭔 신화 중 하나겠지?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이건 뭔가 싶고.


송찬림사는 일종의 친중 티벳 사찰이다. 망명 티벳정부를 이끄는 달라이라마 대신 베이징의 판첸라마를 추앙한다. 중국은 청나라 멸망 이후 독립을 선언한 티벳을 인정하지 않고, 1951년 자치구로 포함시켰다. 티벳 독립? 어림 없다. 달라이라마? 판첸라마로 그를 지우는게 목표다. 가이드쌤 설명으로는 송찬림사는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의 스승을 모시고 있다는데, 활불? 생불? 난 사람을 추앙하는 종교가 낯설다.

이 사찰에는 스님이 300명이나 계신다는데, 검붉은 가사를 입은 멋진 스님들을 거의 못봤다. 기념품 파는 스님만 두분 봤으니, 내참.

대신 티벳 전통 복장의 관광객들 구경했다ㅎㅎ 의상 뿐 아니라 메이크업까지 예쁘다. 이거 우리도 리장 돌아가서 해야하는데ㅎㅎ

샹그릴라 고성(두커종) 관광이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다. 리장 고성과 비슷하게 예쁜 상점가다. 고성을 내려다보기 위해 200계단 오르다가 숨 넘어갈 뻔. 여기 고도가 3300m라 활동량이 늘어나면 힘들다. 울 동네 병원은 고산병에 대비해 비아그라를 처방해줬는데 아직 안 먹었다.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부작용이 싫어서 일단 버텨봤는데 첫날 두통에 진통제를 먹은 이후 아직까지 괜찮다.

샹그릴라,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1933)에 나오는 이상향이다. 작가는 윈난성에 다녀온 이의 설명에 영감을 얻어 평화로운 지상낙원 샹그릴라를 창조했다. 중국 정부는 2001년 여기가 바로 거기라며 도시 이름을 '샹그릴라'로 바꿔버렸다.


힐튼의 소설 속 샹그릴라는 높은 설산들 가운데 협곡. 리장의 옥룡설산과 하바설산 협곡을 오히려 닮은게 아닐까 했더니, 샹그릴라에도 그런 곳이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호수까지 그림 같은 협곡. 다만 고도 3700m 라서 고산병 문제로 일반인이 쉽게 갈 곳은 아니라고 한다. 어쩌면 나는 어제 산 속에서, 오늘 초원에서 이미 낙원 같은 땅은 발견했다. 소수 민족과 다문화를 포용하는 이 지역 문화가 평화의 모태일 수도 있겠다. 사실 얼마나 근사 해야 낙원이라 하겠나. 소설 속 샹그릴라는 무언가 조급하게 성취하는 대신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일상을 즐기는 곳이라고 한다. 낙원 찾아 헤매고, 낙원에서 벗어나려 하고, 인간사 다 그렇지 뭐.


저녁은 두커종 거리에서 티벳 스타일 야크 샤브샤브. 30년 자라는 야크 대신 소와 교배해 7년이면 다 자라는 편우 야크는 소고기 맛과 비슷하다. 고산병은 없어도 다들 기력이 좀 딸 리는 기분인지라, 일찍 쉰다. 여기 호텔 끝내주는데, 밤 9시에 갑자기 문 두드리고 따끈한 야크 우유를 주다니?!

#마냐여행 #윈난성 #샹그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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