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성 3일차> 이상향 대신 티벳 문화 맛본 샹그릴라
그 산 정상에 무공비급이 숨겨져있다고 해서 무림 고수들이 모여드는데..그 산에 가봤더니 봉우리가 여럿. 대체 어느 봉우리인가.
무협지에 흔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깍아지른 절벽 봉우리가 여럿이다. 기암괴석 하나만 봐도 아찔할텐데 줄줄이 이어진다.
윈난성 샹그릴라에서 차로 4시간, 리장에서 2시간반 거리 리밍(黎明)에 천귀산이 있다. 노군산 국립공원 내 이 산은 천마리 거북이가 해를 향해 올랐다고 천귀산(千龜山, 영상 찍으면서 거북이가 200만년 된 생명이라고 잘못 말했다. 2억년 된 종이다. 영생과 부의 상징!).
이 절경을 만나는데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최고의 장점ㅎ 2700m 정상 부근에서 만난 풍경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나의 비루한 표현력에 부끄러워졌다. 대박. 와우. 끝내준다. 미쳤다.. 누군가는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릴 만한 영감 넘치는 곳이다. 저 봉우리들에 대해 용을 쫓는 코끼리 두 마리라고 표현한 이들도 있고, 그 용에 올라보면 거북이 등딱지 같은 암벽에 천마리 거북의 설화도 나왔거늘. 이 상상력 빈곤한 현대인 같으니라고.
부처님 머리 같은 바위 모습에 감탄하고, 용의 비늘이 느껴지는 꼬리 바위를 만지며 행운을 빌었다. 꼭 껴안은 정인이 기둥이 된듯한 ‘정인주’ 앞에서는 꼭 안고 사진을 찍어야해!
저 암벽을 수직으로 뛰어오르는 경공의 고수가 끝내 무공비급을 찾았을까? 조금 외진 곳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는 산에서 온갖 상상을 다해본다. 오는 길에 구름을 걸친 산자락들에 감탄했지만 다 잊어버렸다. 차마고도와 또 차원이 다른 비경이다.
정상에서 중턱까지 오르락 내리락 걷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여긴 산 아래가 한라산보다 고도가 높고, 며칠전 설산들보다는 낮지만 천귀산도 백두산급 고도다. 계단 좀 오르면 숨이 가쁘다.
어제 일행 중 막내가 죽다 살아났다. 고열에 토하고, 숨쉬기가 어려워 잠도 설쳤단다. 그리고 아침에 부활했다. 약발이 통했는지 열이 내렸고, 3300m에서 2000m 정도로 내려왔더니 쌩쌩해졌다. 고산병이었다.
사람마다 겪는게 다르단다. 힘든 기억이 있는 친구는 일찌감치 약을 복용했고, 막내는 나처럼 일단 버텨보다가 당했다. 나는 이틀째 자다깨다 반복했다. 숨쉬기가 문제다.
어제는 모두 머리를 감지 못했다. 3300m 동네에 적응 못한 상태로 머리 감다가 자칫 모공이 열리면? 고통이 어마어마하고 사람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멍해진다고 가이드쌤이 경험담을 말해주셨기 때문이다. 고산지역 티벳 사람들은 자주 씻기 어렵다고 한다. 적응되면 또 괜찮다지만 완전히 다른 기준의 세상이다.
…
찬귀산의 점심도 저녁도 각종 볶음요리에 대만족. 양배추와 가지를 볶는 비법을 배우고 싶다. 향이 살아있는 버섯은 뭘해도 기막히다. 오늘은 저녁 2차로 온갖 꼬치구이를 맛봤다. 메뚜기 구이에 도전 못했지만, 돼지 뇌 요리는 맛을 확인했다. 곁들인 고수 맛만 났다ㅋㅋ
객잔의 밤이 깊어간다. 객잔 2층에서 오가는 사람을 슬쩍 보는게 또 무협세계의 클리셰인데, 이 객잔은 마당에서 천귀산이 보인다. 종일 비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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