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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Feb 16. 2024

너 오늘 왜 그래

Day 10



아쉬탕가 수업이다. 그간 아쉬탕가 기초 수업만으로도 벅차하던 나였는데 얼마 전 몸이 그래도 첫 수업보단 훨씬 수월히 따라가기에, 뭣보다도 원장님께서 일반 아쉬탕가 수업도 초보들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라 하셨기에 오늘은 용기 내어 ‘그렇다면 도전?!’이라 외치고 씩씩하게 요가원으로 갔다. 아! 그전에 감사히도! 오늘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매우 딥슬립을 했던 몇 안 되는 감사한 날이다. 하지만 컨디션 최상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오늘따라 무지하게 집중이 안된다.


아쉬탕가 수업의 강사님은 처음 뵙는 분이긴 했지만 내가 집중을 못하고 이 분께 적응을 해야 할 정도의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물 흐르듯 세세하게 잘 알려주시는 분이셨다. 적절한 비유도 써주며 수업을 이해하기 편하게 이끌어 주셨다.


문제는 집중을 못하는 나 자신.


집중이 안되니 어제보다 몸이 더 흔들리고 쉽게 힘이 빠지려 한다.

‘에잇, 그냥 해. 그냥.’  하며 평소처럼 마음을 가다듬지만 잠시도 못 가 또 흔들흔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음 주부터 생리 시작이다.

‘하…… 어김없네.’


어김이 없다. 생리 전엔 생리 전 증후군이 심하게 오는 편이다. 이번엔 속이 좀 거북하고 살짝 탈 난 정도로만 지날 줄 알았는데 몸에 힘이 없다니… 뭔가 요가 전에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온 사람 마냥 몸이 늘어지고 쉬고 만 싶다. 하지만 이렇게 쉬면 정작 생리기간에 또 며칠을 쉬어야 하므로 이런 걸로 빠져선 안 되는 거다. 힘들고 늘어지고 중간중간 쉬더라도 나와서 뭐라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빠지면 다닐 수 있는 횟수가 며칠 안되어 버리니까. 돈도 돈이지만 이제 좀 익숙해지고 탄력 붙었는가 싶은 때에 쉬어 버리면 진짜 영영 쉴 것 같다. 물론 나는 100일 요가라는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기에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지만 만약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중간에 늘어져서 흐지부지 관둘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그랬으니까. 조금 맛보고 ‘아. 하나 했다.’며 만족하고 다른 걸 찾는다.


늘 그런 식이었다. 뭘 오래 이끌어 가는 법이 없다. 가령 좋아하는 A, B, C의 세 가지 활동이 있다면, A활동을 먼저 한 분기 정도 하고 관둔다. 그러고는 ‘아. 했다.’ 이러고 B를 시작한다. B도 비슷하게 하다 관두고 C를 한다. 그리고 C를 관두기 전에 그다음엔 뭘 하지? 고민하다 다시 A로 돌아간다. 하나를 끝내는 법이 없고 이렇게 조금씩 하다 바꾸고를 반복하는데 웃긴 건 다 거기서 거기인 활동들이란 거다. 뭔가 임계점을 하나씩은 더 넘겼으면 좋겠는데 변덕이 좀 있는 성격이라 그런 가 패턴 바꾸는 게 영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매일같이 하는 한 가지가 있으니 그건 바로 ‘글쓰기’이다. 일기이든 간단한 메모이든 간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유일한 한 가지가 내게는 ‘글쓰기’인데 그렇다면 이 글쓰기에 저 활동들을 접목하는 건 어떨까 싶어 시작한 게 바로 이 100일 요가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라 말하니 참 거창하지만 그저 나는 요가를 오래 해보고 싶을 뿐이고 그게 100일인 이유는… 딱히 없다. 으레 내 기준에 100번이면 뭔가 ‘했다’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피아노를 취미로 할 때에도 한 곡을 100번 치기를 목표로 한 적이 있다. 애석하게도 한 번에 100번은 못 쳤지만 50번 치고 쉬다를 서너 번 반복하니 지금까지 3년 동안 그 한 곡을 200번은 넘게 쳐봤을 거다. 이 정도 했으면 눈 감고도 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손에 익어 어렵지 않게 치는 수준은 늘 유지하는 것 같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그림도 마찬가지다. 2019년 봄에 산 비틀즈 유화 그리기를 2021년에야 완성했다. 몇몇 물감들이 굳어 뒤늦게 완성하는데 애먹었지만 결국엔 낑낑대며 완성했다. 끝내기는 끝내고야 마는 성격인 건가.


변덕이 있는 꾸준함.


변덕과 꾸준함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은데 저렇게 내 패턴을 쓰고 나니 꽤나 꾸준하다.


이런저런 취미라도 해보니 나를 좀 아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그것 참 괜찮은 행위로구먼.


하지만 이젠 목표를 가지고 끊김이 없이 무언가를 달성했을 때의 기분이 궁금해졌다. 중요한 건 ‘끊김이 없다’는 거다. 변덕 때문에 중간에 쉬는 걸 이겨내 보는 것.


몸에 자꾸 힘이 풀리는 와중에도 끝까지 했다.

마치 방금 막 건진 오징어처럼 축 늘어져 보이는 몸짓이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따라 하려 노력했다.


그래.


오늘도 하나 했고 조금씩 조금씩 채워나가면 된다.


힘들어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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