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호 Feb 08. 2024

불안하면 움직여

Day 9



제길. 며칠 째 악몽인지 모르겠다. 요즘 자꾸 싫은 꿈을 꾼다. 불안하고 두렵고 조바심 나는 내 심리 상태가 반영이 된 건지, 이놈의 꿈은 애써 눌러 놓은 무의식의 감정들을 굳이 장면으로 만들어 보여준다. 정말이지 고약하다. 아니 어쩌면 나는 잠들기 전에 ‘아 꿈엔 낮동안 감춰둔 불안이, 혹은 방황이 갖가지 장치들로 표현이 되겠지.’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같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더 생각나듯이 결국 꿈에서 그런 것들이 표현되는 거겠지. 내가 영화감독이나 드라마 작가라도 된다면 이것 또한 영감이 될 수 있겠지만 보통의 사람인 나는 그럴 리 만무하니 더러운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곤 한다. 문제는 요즘 그 횟수가 잦아졌단 것.


아침마다 기분이 너무 안 좋다.

이런 날은 애써 기분을 밝게 전환하려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밝은 곡을 하나 선정하여 무한 반복 듣기를 하는데 나는 주로 ‘cheese’의 ‘madeleine love’를 선곡하여 듣는다. 경쾌한 리듬에 밝은 분위기의 곡이라 금세 기분 전환이 된다. 일부러 더 빵댕이를 흔들며 아침 준비를 하러 요란스레 나가보기도 하는데 요즘은 이 곡 만으론 조금 부족하다.


‘흠. 이렇게나 자주 험한 꿈을 꿔서야…’

내심 잠자리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그래도 내겐 이제 ‘요가’가 있다.

좋지 않은 기분의 흐름을 전환해 주는 아주 괜찮은 운동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생하러 가자!’

말이 좀 웃기지만 난 아직 요가가 어렵고 힘드니까. 나름 몸의 고생도 고생인거다. 불안과 두려움은 몸을 움직이면 좀 나아진다고 하니 분명 요가도 내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은 꽤나 애써야 하는 빈야사 수업이다.

원장님의 수업인데 이는 필히 나를 아찔한 곳으로 안내하리란 보장이 되어 있단 얘기다. 오늘처럼 아침 기분이 좋지 않은 날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있으랴.


평소처럼 매트를 깔고 앉았다.

기본 동작부터 시작하는데 어라… 오늘 컨디션이 영 아니다.  늘 해오던 같은 동작인데 오늘따라 힘이 자꾸 빠지고 더 많은 집중을 요구한다.


‘아 오늘 애먹겠는데… 이런 시작으로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약한 생각은 할 수 있는 동작도 일찍 포기하게 만든다는 걸 이젠 좀 알기에

‘아냐. 해보지 뭐. 하다 쓰러지면 이 많은 사람 중 한 명 정도는 날 구해주지 않겠어?’

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빈야사 플로우를 계속 이어가니 몸에 열기가 금세 후끈 올라왔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3/4 정도 되었을까. 깔딱깔딱 호흡이 가파르게 올라왔다. 오늘따라 오른쪽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 저번엔 쉽게만 되던 동작이었는데 자꾸만 힘이 풀린다.


‘그래도 버텨보자. 어떻게 되나 해보자.’

다시 집중. 아파도 힘들어도 눈에 힘주고 버티고 불태워 잡념 따윈 다 날려버리자며, 몸의 움직임과 호흡으로 나쁜 꿈의 장면들을 조각조각 찢어 태워 없애는 마음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후덜 거리며 버티고 버텼다. 그런데 이게 좀 도움이 되었는지 힘이 없던 오른쪽 다리에 다시 가볍게 조금씩 힘이 붙는 느낌이다.


한쪽 다리로만 집중하여 서서 버티는 동작에 들어갔다. 확실히 아까보단 버티는 게 수월하다.

‘신기하다. 그거 하나 넘겼다고 또 이게 되네?’

내심 몸에 감탄하며 끝까지 포기하는 동작 없이 해냈다.


마지막 사바아사나를 하며 눈을 감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보다 기분이 한 결 나아짐을 느꼈다.


‘역시 오길 잘했어.’


나는 이제 좀 더 기분 좋은 아침을 맞기 위해 요가를 간다.

요가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견디자. 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