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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Jan 05. 2024

100일, 요가를 합니다.

프롤로그



 요가는 오래전부터 내게 끝내지 못한 과제 와도 같았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뱀의 꼬리만도 못하게 파사삭 사그라든 채로 쥐도 새도 모르게 끝내버리는.


그런 종목은 요가뿐만이 아니라 수영, 악기연습, 밴드활동, 영어 공부 등도 포함이 된다. 분명 내가 좋아 시작한 건데 나는 왜 끝까지 하지를 못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언제든 할 수 있단 자만심이 있었고, 이 정도 했으면 되었다는 쉬운 만족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초반과 다르게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어지는 배움을 기피하고 쉬운 것만 찾아가려는 나약한 마음도 한몫했다.


그리고 더 솔직해지자면,

‘이걸 해서 뭐 할 건데?’와 같은 아주 건조한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에게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활동만 강조해 온 결과물 같은 것.


이유야 어찌 되었건 내게는 이런 성향이 자리 잡아 있고 이것들은 내가 더 성장하는데에 방해물이 된단 걸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든단 것은 때때로 구린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약간은 촉촉하게 변한 단 점에서 꽤나 괜찮은 일이기도 하다.







 최근엔 ‘하이큐’라는 배구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자신의 꿈과 목표에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주인공들은 이미 그 과정에서 엄청난 성장을 한다. 외적/내적으로.


모든 성장만화가 그렇듯이 결과가 좋든 나쁘든 각자들은 그 안에서 성장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나는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끈기 있게 목표한 만큼 도전하여 성장한 적이 있던가?' 하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았더니 명쾌하게 ‘있다.’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물론 아주 없진 않았겠지만 그런 것들은 사회 제도나 분위기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책임이었을 뿐 내가 원해서 끈기를 가지고 이뤄낸 것들은 또렷하게 생각나는 게 없다.



끈기 없는 채로 30대를 보낼 수 없어.

메마른 채로 마흔을 맞이할 수 없어.


와 같은 생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바심으로 다가왔다. 몇 바퀴 더 구르면 마흔인데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안 하던 짓 좀 해보자.’하여 이렇게 안 하던 짓을 해본다.

브런치라는 오픈된 공간에 100일간의 요가를 기록하기로-







 그 많은 것들 중 왜 하필 요가냐? 고 묻는다면, 어떤 도구도 요령도 없이 오롯이 자기 몸에만 의지해야 하는 행위가 요가라고 생각했고, 몸은 노력하는 만큼 변화가 가장 쉽고 빠르게 보이는 것 중 하나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제 몸을 방치해선 안 되는 나이에 접어든 것 같다. 가볍게 아프던 것도 이제는 쉽게 낫지 않고, 소화기관도 제멋대로다. 이 험악한 세상, 제 몸 간수도 못하면 어떻게 버티겠나.

이와 더불어 혼자 찌그덕 대던 글쓰기를 요가 기록을 빌미 삼아 용기 내어 시작해 보는 거다. 혼자 쓰는 게 아닌 누군가와 공유하는 나의 이야기.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과연 나는 요가도, 글쓰기도 성장할 수 있을까?

100일의 요가가 끝나면 나는 어떤 것들이 변화되어 있을까?


일단 기대 없이, 대단한 것 없이 시작해 본다.





단순하게,

요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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