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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r 07. 2024

햄스트링의 외침으로 얻은 깨달음

Day 18


아프다.

왼쪽 다리 뒷부분이 불타오른다.

내 다리에 길고 굵은 끈이 더 버티다간 끊어져 버릴 거라고 외쳐댄다. 

여태 그 녀석의 존재를 나는 몰랐다.


녀석이 또 소리친다.

아프다고. 그만하라고.


미안. 나도 그만하고 싶어. 하지만 도망갈 길이 없다.


미안하다. 네가 견뎌라……



나와 햄스트링과의 대화다.


오늘은 아쉬탕가 기초반 수업이 있었다.

기초반이니 간단하고 쉽겠구나 생각하고 마음 놓고 갔는데 아. 주말 동안 너무 격하게 쉬었나?

햄스트링이 너무너무 아프다.


18일 차라지만,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요가인데 어찌 이다지도 진전이 없단 말인가…

근력도, 유연성도 왜인지 모르게 제자리걸음 같다.


요가원에 가는 시간 외에 별도로 집에서 더 근력이나 유연성을 위한 연습을 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 그렇게까지 하면 나는 쉽게 질려 나가떨어질 것이다.

더더군다나 나는 100일의 요가를 기록하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무리해서는 안된다…(핑계다)


사실 오늘 살짝 주눅 들었다.

나는 아직도 아파서 벌벌 떨며 하는데 다른 회원님들은 쭉쭉 잘 뻗어나가고 팍팍! 몸에 힘도 줘가며 굵직하게 버텨내신다.

차라리 완전 초반이면 선생님이나 주위사람들 하는 동작 본다고 정신없어서 주눅 들 여가도 없을 텐데, 조금 익숙해지고 나니 주위 사람들이 보인다.


보고 싶지 않은데 보인다.


흠.

하지만 이건 곧 나의 자만에서 오는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배웠으니 이만큼은 응당 하겠지.’라는 자만. 그리고 욕심.


응당, 이 정도 할 수 있다. 라는 건 없다.

못할 수도 있는 거지.


그래. 나는 느리다.


인정한다.


요가하고 끝마쳐 나올 때도 다른 회원님들은 슉슉슉 정리하고 빠릿빠릿 움직이시는데

나는 아픈 건 둘째 치더라도 몸짓 자체가 느리더라.


근데 나 자신을 너무 이렇게 쓰니 지질하고 안쓰러워 보이니까

여유가 많다고 해두지.


하하.


오늘 요가선생님이 초반에

“남들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특별한 포인트를 찾아 그곳을 응시하며 자신에게 집중하세요.“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하고 말해주셨는데 그 말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 때마침 내게 필요한 말이기도 했고.


좀 주눅 들고 ‘어라, 나 여전히 못하네.’ 싶을 때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 응시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니 다시 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그런데 이 말은 비단 요가원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염두에 두면 좋을 말 같다.


남과 비교하여 작아지는 만큼 괴로운 일은 없으니까.

비교란건 스스로 지옥을 사들이는 것과 같단 생각이 든다.


비교 같은걸 의식적으로 잘 안 하려 하는 스타일이고, 마이웨이를 고수하려 항상 스스로 다듬고 나름의 마음 정제를 하며 사는 스타일이라 자부했는데 난 여전히 하수인가 보다.

그런 것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누려보고 싶다.


진정으로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충만한 삶.


요가 선생님의 저 한마디에 순간이지만 마인드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에게 집중하니 의외로 칭찬할 거리가 눈에 보였다.

‘오호라- 초반에 탈수기처럼 탈탈거리며 떨어대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잖아?! 근육이 조금은 힘이 붙었나 보다.’

물론 아직 달달 떨며 하는 동작들은 많지만 정말 어디 아픈 사람처럼 탈탈거리며 털어대는 모습은 없어진 것!


삶의 전반에도 이를 많이 적용하길 바라며,

요가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일단은 믿어본다.


내일 또 가야지.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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