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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r 14. 2024

너무 비장하게 하지 말자.

Day 22


‘훗. 어제의 강함을 느낀 나. 오늘도 강하겠지. 오늘도 아마 잘하겠지.’

‘매일의 요가 일기를 쓰고, 20일이 넘는 시간을 해왔으니 그래. 난 좀 강해졌을지도.’

라고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아쉬탕가 시간이다. 벌써 몇 번은 겪어본.

처음 몸 풀 때부터 뭔가 느꼈다. 고작 편히 앉아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스트레칭을 하는 동작인데 지지하는 팔이 조금 후달린다.

‘흠. 기분 탓인가.’


아니.

기분 탓이 아니었다.

오늘 분명 나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었고 요가를 하고픈 의욕도 충만했는데 플로우를 할 때마다 온몸에 힘이 좌악 빠지는 게 느껴진다.


결국은 차투랑가단다아사나를 할 때 팔에 힘이 풀려 가슴팍이 털썩 내려앉았다.


정말이지… 한없이 약하게 한없이 스르륵 내려앉아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그렇지 아직 이게 나지…’

뭘 바라고 왔나 보다.

그래서 좀 비장하게 시작했는데 어김없이 작게 작게 실망한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이제 겨우 요가 나부랭이인걸!


이즈음 등장하는 마법 같은 주문세트. ‘나는 햇병아리인걸!’, 내지는 ‘나는 아직 요가 나부랭이인걸!’ 따위의 말을 해본다.


살짝 자만했나 보다.

다시 초심으로! 늘 배운단 마음으로 돌아가자. 하하…


그런데 요가 100일 차에도 ‘난 아직 햇병아리인걸!’이라고 말할까 봐 살짝 두렵다.

사실 잘 모른다. 이 요가라는 게 어디까지가 햇병아리이고, 어디부터가 청소년 병아리인지.


솔직한 마음엔 알고 싶지 않다. 아니다. 더 솔직해지자면 이런 것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만약 1년을 했는데도 아직 이 수준이라면 스스로가 아닌 척 해도 내심 주눅 들 것 같다. 그렇다. 나는 강한 성취형 인간인가 보다. 아닌 척하려 했으나 노력해도 성장하지 않으면 주눅 들기 싫으니 미리 덜 다치려 방어막을 치는 거다. 저 햇병아리니 나부랭이니 어쩌고 말들로 스스로를 미리 보호하려는 것. 나는 나의 이런 성향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인생에 여유가 없단 얘기니까…


정말이지 요가할 때만큼은 ‘그냥’ 하고 싶다. 어디가 끝이고, 어디까지 도달해야 하고 그런 것 생각 않고 오로지 내 몸을 위해 ‘그냥’ 열심히 꾸준히 해보고 싶다. 하지만 장담컨대 희망사항과 인간의 관성은 서로 가닿기가 힘든 나이가 되었으므로 종종 이런 말들을 반복하고 또 번복하는 글을 쓰리라.


혹시 나란 인간 100일의 요가 글쓰기 외에 더 욕심나는 무엇이 생긴 것 아닌가 모르겠다. 부정은 할 수 없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한 분야에 파고들면 최고가 되고 싶다는 야망이 들끓던 짐승과 같은 인간이었으니까. 너무나도 거칠었던 그 시절의 나는 온갖 고락을 겪고 모난 곳은 정 맞아가며(정확히는 스스로 맞춰가며) 지금의 나로 만들어졌는데 역시 기질이란 건 어느 정도 존재하나 보다. 요가를 하며 이런 거친 면모가 나오려 할 때마다 잘 다듬어 줘야겠다.


그저 오늘은 그냥 좀 힘 빠지는 날이었던 걸로. 다치지 않고 끝내서 다행이었고 요가의 본질과 내가 요가를 바라보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자주 되새김질 해봐야겠다. 높은 곳만 바라보고 냅다 달리다 본질을 잃어버려 휘청거리던 지난날이 어디 원, 투 데이었던가. 으윽. 갑자기 지난 기억에 마음이 쓰라려온다.


일단, 별다른 걱정 없이, 별다른 실망 없이 그냥 담담하게 내 시간 안에 흐르게 하면 그걸로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이 생각을 늘 마음으로 느끼길 바라며

부디 다음 글부터는 ‘실망’이라던가 ‘주눅’이라는 내 마음의 글이 보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제발. 하지만 장담할 수 없지! 히히.)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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