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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r 19. 2024

반다가 뭐지?

Day 23


아침부터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흠. 살짝 귀찮은 날씨지만 주말 내내 먹은 음식들과 둔해져 있는 몸을 보니 움직여야겠다. 용기 내어 가뿐하게 엉덩이를 떼고 종종걸음으로 요가원으로 향했다.


아쉬탕가 초급 시간.


내가 일주일 중 제일 집중하여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나의 잘못된 동작이나 습관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다. 아무래도 초급반이니 만큼 기본적인 자세나 동작을 바로 잡아 몸에 익도록 알려주는, 초석을 다지는 데에 집중하게 되는 시간.


그리고 또한 겸손하게 되는 시간.


‘오호. 나 이 자세 이제 좀 되는데?’

싶어 나름 자신 있게 동작에 들어가고 버티고 있으면 어느샌가 사뿐히 다가와 가벼운 터치로 나의 뒤로 말린 골반을 슬쩍 밀어 넣어 준다던지 기울어진 몸을 살짝씩 바로잡아 주고 사라지는 선생님… 선생님의 터치가 이루어지고 나면, 신기하게도! 쉬웠던 동작이 어려워지는 마법에 걸린다.


좀 더 힘이 들어가고 좀 더 동작이 어려워진다.


그러니까,

내가 힘들지 않았고 아프지 않았던 건 조금 잘못된 동작을 하고 있었던 것.

살짝의 디테일이 달라졌을 뿐인데 요가가 몇 걸음 더 멀어졌다.


‘흠. 역시 쉬운 게 없군.’


어쩔 수 없지. 또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면 되는 거다.



머리가 나빠서 그리고 의외로 또 단순해서 눈에 보이는 동작들만 따라 하기 급급한 나는 아직도 용어들이 낯설고 플로우의 순서가 헷갈린다.


외워볼까 했지만, 외우는 데에 신경 쓰느라 동작을 제대로 못하는 건 또 싫어서 일단 계속 반복하여 몸에 익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아, 목표라기 보단. 그냥 그런 날이 오리라 믿으며 늘 같은 마음으로 처연하게 하고 오고 싶은 마음이다. 어려운 용어는 그때그때 머릿속에 차락! 하고 박히는 단어가 있으면 그날그날 궁금증을 해결하고 머릿속에 담아두는 걸로 알아가면 될 것 같다.


오늘 간만에 머릿속에 박힌 단어는 ‘반다’이다.

선생님께서 한 번씩 “반다에 좀 더집중하세요!”라고 이야기하는데 반다가 무엇일까… 알 듯 말 듯한 용어이지만 궁금증을 넣어두고 눈치껏 잘 따라 하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았다.


반다라는 것은 '묶는다, 잠근다' 와 같은 뜻으로 쓰인단다. 체내의 프라나 순환을 저장하기 위한 근육 수축… 여기서 프라나라는 것은 '에너지' 혹은 '기'와 같은 의미란다. ‘반다’는 이런 프라나를 저장하여 영적인 에너지로 순환시켜 준다고… 음… 어렵다. 어려워. 뭔가 조이고 수축해서 행하는 동작 같긴 한데, 프라나라는 것을 저장하고 영적인 에너지로 순환하고 여기까지는 너무 내겐 아직 고차원적이라 어렵기만 하다. 일단 나는 요가 햇병아리니까! 반다라는 말이 나오면 잘 조여(?) 봐야겠다.


하다 보면 되겠지,

하다 보면 알겠지.


문득, 곧 있으면 요가 30일 차가 되어가는데 하다 보면 되겠지, 알겠지 와 같은 주문이 통하지 않으면 어쩐담? 하는 걱정이 조금 생겼다.

흠. 아니야. 유튜브에 내가 좋아하는 요가선생님이 그랬어.

“여러분, 진짜 그냥 계속하면 어느 순간 돼요.”라고.


그래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아! 그리고 오늘 차투랑가 단다 아사나에 관한 디테일한 동작을 배웠다! 아주 아주 내게 필요한 설명이어서 너무 좋았다.

여태 나는 차투랑가 단다 아사나 전에 플랭크 동작에서 발을 어느 만큼 뒤로 뻗어야 하는지 감이 안 와 이랬다 저랬다 뒤로 더 뻗었다 허우적댔었는데 오늘은 선생님께서 어느 정도 발을 뻗어야 하는지, 그리고 차투랑가 단다 아사나로 내려가면서 뒤꿈치를 어느 정도로 빼야 하는지, 팔의 모양은 어떻게 되는 건지, 상체는 어디까지 내려와야 하는 건지에 관해 친절히 알려 주셨다.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오늘은 집에 가서 연습을 좀 해봐야겠다.



오늘도 하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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