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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Mar 27. 2024

놀란 몸에는 요가를

Day 26

 월요일 아침이다. 올겨울 최강 한파였던 지난 주말, 호기롭게 가평에 놀러 갔다가 오는 길에 빙판길에서 가벼운 사고가 났었다. 사고를 수습하는 동안 강추위에 바깥에서 오들오들 떨어서인지 아니면 나름 사고의 후유증인지는 몰라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몸뿐만이 아니라 멘탈도 나갔는지 가만히 앉아 있으니 온갖 서러운(?) 생각들이 물밀듯 올라와 자꾸만 바닥으로 가라앉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요가를 갔다.


왜인지 모르게 요가를 가면 놀라 굳어 아픈 몸이 풀릴 것 같고 왜인지 모르게 한 공간에서(친분은 없지만) 다른 회원분들과 함께 호흡을 하면 위로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내 나이 즈음 되면 이제는 사람에겐 누구나가 감추어진 깊고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게 있다.

특히나 힘들고 서글픈 일 같은 경우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묵직하고 큰 것들이 다가오는 경우가 있어 각자가 말은 하지 않아도 가지거나 지나 보낸 그런 덩어리들을 적어도 하나쯤은 있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각자들이 모여 호흡을 하고 몸으로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지는 이 공간이 왜인지 모르게 위로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요가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 예감은 적중했다.


아쉬탕가 시작 전 약간은 추위에 들뜨고 어수선한 그 웅성거림부터가 신기하게 위로가 되었다. 곁에 딱 붙어 서로의 속사정 이야기를 하나하나 나누지 않아도 이런 건강한 웅성거림이, 각자 위치한 자리가 잔잔히 위로가 될 수도 있구나…

남몰래 기분 좋은 명상을 하나 더 하고 온 기분이다.


논다고 쉬고 아파서 굳어 더 잘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아쉬탕가인데 오늘은 신기하게 몸이 평소보다 더 부드럽다. 힘도 들어가고 스스로가 기운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왜 나만 이렇게 부침이 잦을까? 왜 유독 올해 이렇게 힘든 걸까?’ 하며 지레 약해져 겁먹고 울적했는데 이 요가의 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정말이지 그 힘듦이 절반은, 아니 오버 좀 더 보태 80프로는 날아간 기분이 든다.

오늘도 역시 작은 용기 내어 궁둥이를 떼고 요가원에 온 내게 칭찬하며, 아침시간 웃으며 맞이해 준 선생님과 회원분들께 감사드리며, 그리고 어제 함께 힘든 시간을 슬기롭게 보낸 가족들과 도와주신 이름 모를 분들께 또 감사드리며, 새로 또 사는 건강한 힘을 얻어본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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