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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Apr 18. 2024

요가 망친날

Day 36

36일 차의 요가 일지이다. 일단 너무 피곤하다. 이 글을 쓰지 말고 그냥 하루 쉴까 싶다가도 아까 느꼈던 감정이나 몸상태들이 내일이면 희석이 될까 봐 궁둥이 꾹 붙이고 앉아 타자를 토독토독 두들겨본다. 힘이 너무 들어갔다. 최근 2-3일간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줄곧 긴장 상태다. 정확히는 여행을 다녀오고서부터 몸에 힘이 부쩍 들어갔다. 릴렉싱 하러 갔던 여행인데 돌아올 땐 무언가 힘이 잔뜩 들어간 나. 그래. 그 이유를 모른단 건 거짓말이다. 다행히도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목표가 생겼는데 나에겐 그 목표를 이룰 능력의 밀도도 경험치도 부족하기에 조바심이 난 거다. 목표는 빨리 이루고 싶고 능력은 안 되는.


한마디로 욕심이 자라난 것.


욕심이 뇌를 지배하면 몸도 굳나 보다. 꿈도 다시 압박받는 꿈을 꾸질 않나. 일단 자고 일어나면 너무 피곤하다. 이런 상태에서 요가를 갔다. 머리를 비우고 몸의 명상을 위해 요가를 한다던 다른 때와는 달리 나는 오늘 이런 생각을 해버렸다.

‘요가를 하면서 생각 정리 좀 하자. 차분하게 요가를 하다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 거야.’




오늘은 엄청 헤맨 날이었다. 평소보다 더 비틀거렸고, 어지러웠다. 균형이 말도 안 되게 안 잡혔고 요가원에 온 첫 주보다 더 못했다. 심지어 아쉬탕가 초급 시간이었는데도 말이다.


‘역시 마음이 문제인가’


요가를 한다고 했으면서 나는 요가가 아닌 내 생각을 하러 간 거다. 그러니 몸이 자꾸 흔들리고 집중이 안 되는 것.

아주 아주 멍청한 요가를 하고 왔다. 땀은 무척이나 났지만 스스로의 생각과 욕심들로 무척이나 애를 먹은 시간이었다.

‘한심해…’

마음의 소리가 올라왔다. 수업이 끝나고 요가원을 뒤로하여 집으로 가는 길. 평소와 달리 개운하지 않다. 심지어 오늘은 머리서기 자세를 아직도 시도조차 못한다며, 역시 넌 겁쟁이라는 생각에 혼자 또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유독 내가 못하는 것만 떠올린 그런 날이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못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지.‘라는 말로 억지로 스스로 위로를 해보려고 하는데 이게 오늘은 도통 안 먹힌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따위의 날 선 생각이 스스로를 다시 나무라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다시 본질로 돌아가보자. 이러다간 생각과 그로 인한 자책에 질식할 것 같다.

마음이 어지러울 땐 본질 찾기 연습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요가를 왜 하는 것이며, 글은 왜 쓰고 있는 것이며. 그 밖의 다른 내가 벌인 일들은 왜 계속하고 있는 것인가에 관해 생각하다 보면 조금은 머리가 맑아질 거다.


나는 체력 증진과 좀 더 신체적으로 나은 질의 삶을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 또한 꾸준히 요가를 해본다는것에 의미를 두고 100일을 채울 목적으로 시작을 했다. 그렇다면 이미 목적에 맞는 요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본질은 그것이기에 머리서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남과 비교하며 어떤 퀘스트를 깨기 위해 요가를 하는 게 아니란 거다. 나는 좀 더 내 몸과 친해지고 내 몸을 만나기 위해 요가를 시작한 거니까. 이미 그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본질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그래. 나는 이미 잘하고 있다.

내일도 잘할 거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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