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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Apr 26. 2024

일취월장했네!

Day 37

간만에 잠을 설쳤다. 우리 집 고양이가 새벽 내내 놀아달라고 보채는 통에 자다 깨어 놀아주느라 영 피곤하다. 하지만 요가는 가야 한다. 지난번 겨울휴가로 너무 길게 요가를 쉬었기 때문이다. 아. 그러나 오늘은 일주일 중 제일 많은 힘을 요구하는 원장님의 빈야사 시간! 나는 수면의 질이 하루의 기분과 체력을 크게 좌우하는지라 오늘 요가시간을 잘 버틸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허나 짧지만 그래도 나름 충실했던 지난 요가시간을 돌아보면 몸의 컨디션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았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러므로 직접 부딪혀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요가를 하면서 그때그때 나의 남은 에너지와 몸상태에 충실하여 동작을 끝까지 맺음을 할지, 아니면 중간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멈춘 채 동작을 취할지 정하면 될 일이다.

아무도 무리해서 동작을 완벽하게 버티며 맺으란 말을 하지 않더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체크하면서 자신에 맞게 동작들을 이어 나가라고 (내가 아는) 모든 요가선생님들이 말씀하고 계신다.

‘그래. 가자.’

요가복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요가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어래? 기초 아쉬탕가 수업을 맡아했던 아는 언니가 와계신다.(언니는 내가 요가원 등록을 했던 초반에 잠시동안 기초반 수업을 맡아 진행했었다.)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아니 언니가 다시 어쩐 일로…?’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원장님이 오전에 일이 있으셔서 내가 하루 잠깐 맡기로 했어."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그렇다면 오늘은 그렇게까진(입에 피맛이 날 때 까진) 힘든 시간이 아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님 시간들보다 힘든 동작들이 아니고 내 체력 분배가 잘 된다면 내친김에 평소보다 조금 더 과감한 동작에 도전해 보자.’


아직 초보인지라 동작 하나를 다 완성 못하는 것들이 많고 그중에서도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수업 막판에 진행이 된다던가 체력적으로 힘을 많이 뺀 뒤에 이어지는 동작의 경우엔 힘이 딸려 차마 완성할 엄두가 안나는 것들이 있다. 마침 오늘처럼 조금 여유 있게 진행되는 요가시간이라면 그런 것들을 조금씩 용기 내어 도전해 볼 만할 것 같았다.


오늘 도전해 볼 자세는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차투랑가는 하이 플랭크 자세를 한 뒤에 팔꿈치를 90도로 몸에 붙인 채 굽히며 몸통을 지면에 가깝게 내리는 동작인데, 이전에도 썼지만 나는 이 동작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늘 있었다. 그러나 복근의 힘도 부족하고 팔의 힘도 부족한지라 배나 가슴부터 힘 없이 철퍼덕하고 내려앉기 일쑤여서 욕심부리지 않고 무릎을 먼저 바닥에 대고 상체를 그대로 내리는 것부터 연습을 해왔다.


무릎을 굽힌 채로 차투랑가를 해 나간지 어느덧 3개월 남짓… 어느 날 집에서 혼자 무릎을 대지 않고 시도해 보니 나름 동작이 잘 되는 거다. 물론 아직 힘이 부족해 세 번 이상은 무리가 있지만 오늘 정도의 수업 강도라면 그 정도라도 도전해 보는 게 좋겠다 싶어 처음으로 요가 시간에 무릎을 펴고 차투랑가를 시도했고, 무려 연속 세 번이나 성공을 했다. 물론 내 모습을 보지는 못하니 꼿꼿하게 정자세로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상 잘한 것 같다(?).



나름 혼자 뿌듯한 채로 빈야사 요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안보는 사이 아주 일취월장했는걸! “


오-! 칭찬은 역시 햇병아리도 춤추게 하나보다. 언니의 칭찬에 기분이 너무 좋아 가는 길 발걸음에 저절로 흥이 붙었다. 나도 모르게 잇몸이 만개해 있었다.


나…

요가가 재밌나 보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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