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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Apr 29. 2024

해이해졌어

Day 38


도대체 요가를 시작하던 초 햇병아리 시절의 나는 어떤 마음가짐이었기에 지금보다 몸이 더 단단했던 걸까? 물론 근육은 처음 시작보단 지금이 더 붙은 게 확실하지만 중심을 잡는 힘이라던가 안정감 면에서는 완전 처음 시작하던 초반보다 지금이 더 비틀거리고 벌벌거린다.


한 2-3일 전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되었다. 특히나 아쉬탕가 중간에 선 자세인 ’웃디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라는 자세를 취할 때 이런 증상이 더 나타났다. 이름부터 길고 어려운 이 동작은 내가 배운 서서 하는 동작중에 제일 어려운 동작이다. 한 다리로 서서 버티며 반대쪽 발의 엄지발가락에 손가락을 걸어 앞으로 쭉 편채로 들고 버티다 옆으로 넘기기도 하는 동작인데, 나는 아직 초보라 이렇게까지 정식 동작은 하지 못하고 무릎을 접고 정강이를 손으로 잡아 거의 끌어안은 채 서서 버티는 동작을 주로 한다. 그런데 이게 분명 요가 초반엔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잘 되었었는데 지금은 영 못 버티고 비틀거리는 거다. 서 있기는 한데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얇은 나무 마냥 비틀비틀 거린다.


‘아. 내가 지금 동작을 한참 잘못하고 있나? 중심이 되는 부위에 힘을 줘야 하는데 많이 놓치고 있나? 복부에 힘을 계속 너무 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기 무섭게 선생님께서 이렇게 외치신다.

“복부에 힘을 주지 않으면 몸이 벌벌 떨려요. 복부에도 힘을 정확히 주세요!”

앗. 선생님께서 흔들거리는 내 몸뚱이를 발견하신 건가 싶어 정신 차리고 둘러보니 나 말고도 많은 회원님들께서 함께 덜덜 떨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근데 그 모습들이 왜 이렇게 인간적이고 귀엽게 보이던지. 속으로 살짝 웃음이 났다.


‘다들 열심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군!’


그리고 나 역시도 다시 기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도 모르는 사이 아쉬탕가 동작이 초보주제에 익숙해지고 편해졌나 보다. 아직 잘하지도 못하면서 벌써부터 호흡도 놓치고 전반적으로 몸에 긴장을 너무 놓은 채 플로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익숙하고 편한 게 역시 좋은 것만은 아니군…‘


처음 왔을 때의 내 모습을 돌아봤다. 동작 하나하나 놓칠세라 잔뜩 몸에 힘 들어가며 호흡도 열심히 하려고 애쓰던 마구 어설픈 내가 그려졌다.

너무 해이해진 거다. 다시 호흡부터 신경 쓰며 기본에 충실해야지. 그래야 그다음으로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바짝 긴장할 필요까진 없고 그저 복부에 힘주고 호흡에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동작을 잘하려는 마음에만 치중했다.


기본. 기본. 기본에 충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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