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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May 01. 2024

존경스러운 회원님들

Day 40


원장님의 빈야사 요가 시간이다! 아침부터 파워 업 하러 가볼까? 오늘은 어떤 동작들에서 나는 고통을 느끼고 헐떡임을 느낄까? 잔뜩 힘이 들어간 채 들른 요가원. 어라? 그런데 갑자기 블루투스 스피커로 인도풍 비트가 나온다.


‘뭐지? 비트요가 시간으로 바꼈어?’


순간 잠시동안 뇌정지가 왔다.

'아아아아 시간표가 바뀌었구나!!'

‘비트 요가 여태 두 번밖에 안 왔는데… 근데 맨 앞에 서다니. 아… 헤매겠는걸?'


문득 아까 요가원 입구에서 마주친 원장님과 인사하다 주고받은 말들이 기억이 났다.


"진호님, 첫 타임 수업들 밖에 시간이 안 나시죠? "

"네. 아무래도… 이후에 다른 일들이 있다 보니..."

"그쵸. 시간표는 괜찮으세요? "


여기서 시간표는 괜찮으세요? 라는걸 나는 그저 현재 수업구성이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닥치고 보니 그 말뜻이 바뀐 시간표가 괜찮냐는 질문이었단 걸 뒤늦게야 알았다. 이런. 매 월 초 문자로 보내주시는 시간표를 제대로 확인을 안 한 거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서는

"네! 좋아요! "하고 호기롭게 요가원으로 들어왔더랬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웃긴다.


아무튼 순식간에 나눈 대화들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나는 이내 다시 집중을 해야만 했다.

이미 비트는 나오고 있기 때문. 나는 이 흐름에 올라탄 이상 끝까지 해내야만 한다. 이미 게임은(?) 시작되었다. 두둥.


빠른 눈으로 주위 회원님들을 둘러봤다.

'여기서 제일 오래된 회원님이 누구시더라… 원장님을 보지 않고도 비트요가가 몸에 익어 잘하시는 분을 찾자. 오늘의 서브 스승님은 그 회원님이다!'


원장님을 보고 따라 하면 되지 왜 다른 회원님을 또 찾냐 하면, 원장님은 앞에서 동작을 선보이시다가 일어나서 전체적으로 회원들이 잘 따라오는지 체크하고 동작을 힘들어하는 분에겐 다가가 자세 교정 등의 직접적인 코칭을 하시느라 나의 시야에서 자주 사라지기 때문이다. 원장님이 일어나 전체적 동향을 살피는 그 사이 비트요가 동작을 잘 모르는 나는 다른 따라 할 이를 찾아 바삐 움직여야 한다. 다행히 내 등뒤로 든든한 오래된 회원님들이 계셨다.


'오늘 하루만 제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속으로 듣는 이 아무도 없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고 정말이지 놓칠세라 열심히 따라 했다.


쉴 틈 없이 동작이 이어졌고 내 눈알도 회원님들을 따라가느라 쉴 틈 없이 굴러갔다.

그런데 이 느낌이 싫지 않았다. 마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동작을 잘 모르니 혹여나 놓칠까 한없이 따라가기 바빴던, 하지만 정말이지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 했던 처음의 그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러나 더 솔직해지자면, 빈야사가 아닌 비트요가를 시작하는 음악이 요가원에 흘러나왔을 때 살짝 마음에 지진이 일어났었다. 나는 내가 예상한 일들에서 벗어난 일이 갑자기 닥쳐오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인데 요즘 흔히들 말하는 mbti의 J유형의 인간이 나다. 심지어 비트요가는 그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수업이었다. 왜냐면… 나는 머리가 나빠 은근 율동이나 춤 같은 것들을 익히는데 남들보다 오래 걸리고 삐그덕 대는 스스로에 자주 현타를 느꼈기 때문이다. 막판에 몰아치는 복부운동이 내게 매우 고역인 탓도 있다. 아무튼 이래 저래 이런저런 이유로 마냥 피하고만 싶었던 비트요가였는데 이렇게나 갑자기 하게 될 줄이야. 마치 아무 장비 없이 갑자기 헬기에서 밀쳐져 고공낙하를 뛴 사람이 된 기분이다.


'으악. 하지만 해보자.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고! 처음인 양 다시 정신없이 따라 하는 거야아……'


그냥 해보자. 는 말의 힘이 이젠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있다. 내친김에 이렇게도 생각해 봤다.

'그래. 첫 비트요가 때 쓰러지기 직전까지 운동을 했었어. 복부는 너무 아파 막판엔 나를 내려놓기도 했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으니 지금의 내 몸은 이 동작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고통의 강도로 느낄지 궁금하긴 하다. 그러니 해보자.'


그냥 하자는 사람 치고는 생각이나 다짐이 꽤 많긴 하지만 나름 긍정적이지 않은가?


중반부에 다다랐고, 오. 역시 나는 동작을 잘 외우지 못해 우왕좌왕 바보스러운 모습들을 보이기도 했다. 방향 감각도 없는지 혼자 엄청 버벅대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소리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현타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뭐 어떤가. 못하니까 여기 있는 거지. 잘하면 내가 댄스강사나, 요가 강사를 하겠지! 난 아직 햇병아리 학생인걸! 그래도 난 지금 매우 집중하여 열심히 하고 있다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땀으로 상의가 훌떡 젖어버렸다.


자. 이제 막판 복부 운동이다! 휘몰아치는 복부운동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

아니요.


난… 이제는 준비가 된 줄 알았다. 지난 3개월간 나름 열심히 요가원을 왔었으니까.

물론 전보다는 좀 더 오래 버티긴 했지만, 여전히 중간에 쥐어짜 내는듯한 상복부 통증에 손으로 살포시 윗배를 움켜쥐며 그냥 누워버렸다.


'아. 힘들어.'

하지만 이대로 계속 쉴 수 없다. 주위 회원님들을 보라!

나는 천장을 보고 누웠지만 격렬히 움직이는 회원님들의 팔다리는 풀린 동공 너머로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하자. 나도 하자.'

한 5초 정도 쉰 다음 다시 복부를 일으켜 으쌰 으쌰 영차 영차 끝까지 해보려 몸부림친다.

그러다 이내 또 쉼.

'아. 아프네.'

또 5초 정도 상복부를 움켜잡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또 으쌰으쌰 영차영차.

마지막 복부 운동을 끝으로 모든 비트요가 플로우가 마무리되었다.

동공은 이미 시작 30분 후에 풀려있었고 내 다리는 시작 10분 여부터 흔들거렸고 한 40분부터는 나는 나를 놓았다.


깨꼵.(이건 내가 기절하는 소리다.)


옆으로 돌아누워 매트에 앉아 나마스테 인사를 하는데 머리가 산발이 되어있다.

‘나 자신… 격렬한걸. 아니. 이대로 나가면 추노잖아.’

스스로에 뿌듯하다가 이내 머리를 고쳐 묶고 매트를 정리는데 다른 회원님들은 그대로 앉아 다음 타임을 기다리신다.

‘와… 진짜 대단하시다들! 와… 와… 난 아직 멀었다.‘

속으로 정말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이 한 타임 만으로도 지금 온 진을 다 빼고 하루의 체력을 다 쓴 기분이 드는데 2교시인 빈야사까지 하시려고 앉아계신 회원님들을 보니 존경스러웠다. 한편으론 아. 이래서 내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체력이 못 받쳐주는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 약골.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닐 거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량을 찾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플 것 같다. 물론 지금 나는 요가 이후의 시간에도 나름의 스케줄들이 있고 나에게 그 시간들 역시 중요하기에 마냥 남들이 한다고 나까지 무리해서 따라 할 필요는 없는 거다. 이런저런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2교시까지 두 타임을 풀로 뛰는 다른 회원님들의 체력은 존경스러운 건 변함이 없다.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체력이 허락이 된다면 2교시까지 한번 풀로 뛰어봐야지.


아직 보고 배울게 많다. 차근차근 천천히 해나가면 되는 거다!


모두들 각자 시간에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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