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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호 May 20. 2024

이겨내!

Day 52


‘아. 너무 피곤하다.’


비 오는 아침이다. 3월의 봄 비. 아직은 겨울인지 봄인지 아리송한 날씨지만 이미 서늘하고 날카로운 공기는 온 데 간데없다. 어둑한 아침을 걷어올리고 굳은 마음가짐으로 “영차”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겨우 침대에 앉았다.


“아. 너무 힘든데…”

속으로 내심 ‘가지 말까?’라는 말이 뒤이어 나왔으나 ‘아니다. 또 정작 가보면 달라. 다를 수 있어.’ 라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못 움직일 정도로 피곤한 날에도 요가원에 가면 의외로 잘 버티고 끝까지 잘 해내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컨디션에 별 의심이 없는 날인데 정작 요가 시엔 어지럽고 후달려 금세 지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막상 닥쳐서 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거다.


부딪혀보고 그때그때 자신의 컨디션을 봐가며 완급 조절을 하는 수밖에.


어기적 어기적 되는대로 아침을 해결하고 모닝커피를 내려 마시니 몸이 좀 깨는 느낌이다. 세수를 하고 눈곱을 떼고 로션만 챱챱 바른 뒤 요가원으로 향했다.


‘어라. 왜 사람이 이리 없지?’

이상했다. 일주일 중 가장 핫한 원장님의 빈야사 요가 시간인데 나 포함 세명 밖에 없다. 시계를 봤다.


‘아뿔싸. 평소보다 10분이나 일찍 왔네.’


잠이 덜 깨긴 했나 보다. 부랴부랴 뛰어왔는데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던 것. 대충 몸을 풀고 나니 빈야사 수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은 가벼운 스트레칭. 앉아서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몸을 열어낸다. 쭉쭉. 부드럽게. 스트레칭이 끝나고 나면 빈야사가 시작이 된다. 수리야나마스카라 A로 시작하는 오늘의 빈야사.

좋다. 왜인지 잘 해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게 있다. 많은 회원님들이 한 공간에 집약되어 있다 보니 너무나들 가까이 붙어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내 동작에 집중하기보단 다른 회원님들의 동작이 갑자기 눈에 들어와 스스로의 페이스를 놓칠까 봐 신경도 쓰이고, 나도 모르게 잘하는 회원님들을 보고 따라 하다 눈이라도 마주쳐 본의 아니게 부담을 줄까 봐 그것도 살짝 걱정(?)이다.


되도록이면 원장님의 동작을 따라 하려 애썼고 또 되도록이면 스스로의 몸에 깊숙이 들어가 정신과 몸이 따로 놀지 않도록 집중하는 데에 애썼다. 그런데 사실, 여러모로 힘든 동작에 접어드는 후반부가 되면 이런 다짐 따윈 의미가 없게 된다. 너무 힘들어서 자연스레 내 몸밖에 생각이 안 난다.


아무래도 빈야사 시간 중에 가장 힘든 파트는 끝없이 하이런지와 전사자세를 반복하여 하체를 불태우는 구간이 아닐까 싶다. 이 구간이 되면 여기저기서 신음하는 소리가 적잖이 들려온다. 이미 앞의 분들은 허벅지가 너무 아픈지 다리를 펴고 잠깐씩 쉬어가는 분들도 계신다. 아. 나도 모르게 그런 분들을 보면 페이스가 흔들린다. 쉬고 싶지만 그래도 애써 내 동작에 집중하며 더 쥐어짜고 더 힘을 내어본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외쳐본다.


‘힘내요! 힘내! 끝까지 갑시다! 으아아아아 아’


이 악물고 포기하는 동작 없이 결국 다 해냈다. 물론 아직도 균형 면에선 엉망진창인 동작들이 많지만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흔들리면 다시 다잡고 구령이 끝나기 전까진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해내려 노력했다.


‘이겨내. 이겨내. 할 수 있다. 못해도 괜찮으니 일단 이겨내.’


뭘 이겨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겨내라는 속 말이 튀어나왔다. 자신의 나약함으로부터 편안함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으로부터 습관으로부터 거칠고 주눅 든 마음으로부터 이겨내라는 주문이지 않았을까.


이렇게 이겨내고 이겨내고 이겨내는 작은 성취의 시간들이 쌓이면 분명 더 단단해지리라고,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담담하고 단단해 지리라 믿는다.


그래서 또 요가를 한다.


이겨냄 뒤의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한 결 가벼워졌다.


거봐라. 역시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가보지 않으면 이겨내는 경험도 주저앉는 경험도 할 수 없다. 단단해지기 위해선 일단 마음속 의심을 버리고 덤덤히 부딪혀보는 수밖에.


스스로에게 무척이나 뿌듯했던 빈야사 요가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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