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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Jan 26. 2024

강해집니다!

Day 6

원장님의 빈야사 요가 시간이다. 지난번의 아찔했던 첫 수업이 문득 생각이나 살짝 또 겁이 났지만 마치 오늘이 처음인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냥. 그냥 끝까지 따라나 해보자.’


몇 번의 플로우를 타고, 버티고 또 버텼다.

어떤 동작에서 버티는 걸 계속하다 보면 무리가 가는 자세들이 생기는데 이번엔 오른쪽 허벅지가 그랬다.

오른쪽 허벅지를 구부리고 왼쪽 다리를 쫙 편 상태에서 이 동작 저 동작하는 포즈-요가 용어를 기억하면 좋겠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다음엔 기억해서 꼭 이 글에 써먹도록 노력하겠다- 였는데 와. 죽겠는 거다. 허벅지가 너무 아파왔다.


그런데 때마침 들려오는 원장님의 우렁찬 목소리.

“허벅지 불타요!!!!!”


네네. 제 허벅지 불타요. 살려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여긴 집이 아니니까 참았다.

아마 집에서 혼자 유튜브를 보고 했다면 이내 “으아아 못하겠다~~”며 주저앉아 스킵해 버렸을 동작이지만 여긴 분위기가 그럴 수가 없다.


이것이 요가원의 장점인가.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덩달아하게 되는, 내가 으아아 소리를 내면 분위기가 깨지고 수련에 방해가 되니까 참고 또 참아보는 것. 이 플로우에 나도 덩달아 물 흐르듯 방해 없이 가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집에서 하는 것과 달리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되고 나도 모르게 좀 더 버티게 되니 한계라 쉽게 단정 짓던 것도 어느새 다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회원분들 중에는 분명 나 말고도 근력이나 힘이 부족해 죽기 살기로 덜덜 떨며 하는 분들이 계신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처지의 초보분들을 보며 동지애 같은걸 남몰래 마음에 피우곤 하는데, 그런 동지들이 덜덜 떨어가며 버티는 걸 보면 나도 뭔가 더 할 용기 같은 게 또 생기더라.


‘그래 나도 버텨보자! 허벅지가 불타는 듯 아파서 포기하고 싶지만, 불타는 게 맞는 것처럼 들리잖아. 불타는 게 이 동작이 주는 결과라면 불태워야지 뭐 별 수 있나.’


참 신기하다.

허벅지가 불타는 듯 아파서 관두고 싶은데 불타는 게 맞는 거란다. 그럼 나는 맞게 하고 있는 거니까 그냥 버텨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역시 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말 한마디가 이렇게도 사람을 움직이게 하다니.


만약 원장님께서

“허벅지에 불타는 느낌 나도 참으세요!”

라고 했으면 참는 것에만 포인트가 되어 같은 동작을 하며 버티더라도 좀 괴로운 느낌인데

 “허벅지 불타요!!!”

라고 말하셨으니 ‘너희 허벅지 불타는 거 맞으니까 계속하면 돼.’의 느낌이라 약간 좀 더 버티는 힘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되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불타는 허벅지의 단계를 지나 어떤 플로우의 한가운데에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배가 막 고파 오는 거다.


‘이따 뭐 먹지?’

라는 질문을 자신도 모르게 하는 걸 보곤 화들짝 놀랐다. 한동안 배가 고파져서 밥을 먹은 기억이 잘 없었기에 배고프단 생각이 오랜만이라 낯설기도 하고 이런 빡신 플로우 중에 이딴 생각이 난다는 게 스스로 어이없기도 했다. 요가가 진짜 많이 운동이 되는가 보다.


‘아. 집중하자. 집중.’


배고픔의 반가움은 잠시 뒤로하고 집중했다.

오늘도 역시 3/4 지점 즈음 가니 거의 정신력으로 버티기 일보 직전.

살짝씩 동공이 풀리려 하는데

“버텨요!!!!!!!!!! 강해집니다!!!!!!!!!!!”

라고 외치는 원장님…


진짜 속으로 얼마나 박수를 쳤는지 모른다.

원장님의 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주옥같아서.


‘네. 버틸게요. 네. 강해질게요!’


버티면 강해 진다. 너무나도 당연히 이런 말들을 듣고 사는 인생이지만 몸만큼 제일 빠르고 쉽게 답해주는 경우가 없는 것도 같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요가지만, 정말 버틴 만큼 조금씩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조금씩 조금씩 내 몸에도 근육들이 붙고 있겠지?



이렇게 또 하나 더 버텼다.



덕분에 빈야사를 끝내고 나오는 길이 뭔가 훈련을 하나 단단히 끝낸 전사의 모습 같았다.

비록 다리는 달달거렸지만.


이건 다 강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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