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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일기 쓰는 아빠 Nov 27. 2020

DSLR, 쓸모갱신

아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길러주기 - part I

렌즈 교환식 카메라 DSLR 시장이 2020년 들어 대폭 축소되었다. 니콘 카메라는 경영실적이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뉴스 매체의 소식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하지만 뉴스를 통하지 않고도 상식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DSLR  구입을 미루거나 전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화질 휴대폰 카메라가 있으니까. 그런데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내가 생각하기엔 조금 큰 문제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선율이 와 모바일 폰의 거리를 최대한 멀리 둘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평소에 컴퓨터는 물론이고 모바일폰은 사실상 거의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다른 부모님들 이상으로 아이에게 모바일 폰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바일폰을 활용한 카메라 촬영 때문이다.


내 본성상, 아이의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때로는 심지어 음성녹음으로 저장하고 기록해야 마음이 풀린다. 그렇다 보니 모바일폰 카메라로 촬영을 참 많이도 하게 되었다.  모바일 폰 카메라를 대체하려면 큰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여행이 자유롭지도 않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것만으로도 눈치 보이는 이 시대, 우리는 카메라를 더 이상 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건 남자들이 샐러드를 점심 메뉴로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경험이었을까?


오늘은 육아일기를 쓰는 아빠의 관점으로 DSLR 카메라의 필요성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우선, 촬영이라는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카메라를 사용하던 동기 motivation를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헤집어 보았다. 그 속에서 '자랑' 이 떠올랐다. 그 겉표면에는 소셜 네트워크, 자긍심, 작가주의, 예술, 깊이에의 강박감, 독립심 등이 마치 정전기 오른 탱탱볼의 표면에 묻은 자잘한 먼지와 머리카락처럼 따라 올라왔다. 그 먼지를 떨어내고 DSLR 카메라의 실질적인 존재 의미를 찾아보았다. 비로소 한 가지 핵심 키워드가 떠올랐다.


'육아'


그렇다. 내 아들을 양육하는 아빠의 관점으로 사진을 촬영한다는 경험에 대해 다시 생각을 옮겨보기로 했다.


산책을 하다 보면 드넓은 시드니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거니는 엄마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부러울 만큼 조용하고 얌전하며 심지어 교회당에서 예배드리는 장로님들 보다 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모바일 기기가 들려있었다—오늘도 봤다.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경험 자체는 물론이고, 그 기기가 뿜어내는 전자파가 사람의 두뇌, 특히 성장기 어린아이의 두뇌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 논문이나 신문 기사들은 얼마든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서 읽어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 무언가 의심스러운 것이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선율이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바일 폰에 관한 친밀감을 나타내 보이지 않는 게 이로울 것이다.


그동안 나는 대부분의 사진을 내 전화기로 촬영했었다. 심지어 대중교통이나 식당에 들어갈 때에도 전화기에 입력된 전자결제 방식을 사용해왔었다. 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선율이 에게 결제를 해볼 수 있도록 허락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참 부족한 교육 교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현금을 들려주고서 거스름돈을 돌려받는 게 더욱 인상적일 터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는 아빠의 행동이 선율이 에게는 어떻게 비쳤을까? 나는 아직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데..


이제부터 촬영이라는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은 것 같다. 인공지능 시대의 '육아'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아이가 모바일폰을 지나치도록 친밀하게 여기는 환경을 되도록 피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휴대폰을 자주 열어보지 말도록 해야 한다. 촬영도 휴대폰 카메라가 아닌 진짜 카메라로 촬영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나 같은 경엔, 그중에서도 촬영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기에 적합한 DSLR로 촬영하는 게 좋겠다.  


그렇긴 해도, DSLR은 너무 무겁잖아.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한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소비자로, 종속적인 존재로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면, 내 아이의 두뇌와 아이의 정서적인 건강을 최우선시 여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장 사소해 보이는 행동들 중 1% 씩을 변화시키면 결국에는 굉장한 양이 변화된 결과를 안게 될 것이다. 나는 카메라 촬영 경험을 변화시키는 것을 시작해 보아야겠다.


내 아이의 정신과 영혼을 위해서, 휴대폰을 멀리하려면 DSLR 이 필요하다.


내가 사용하기에 적당한 DSLR 카메라는 아래의 두 종류다.

캐논 EOS 6D (약 100만 원)

캐논 EOS 5D Mark 3 (약 200만 원)


불필요한 고사양은 제거하고 난 뒤에 떠오른 제품들이다. 적당한 크기와 무게, 사진의 결과물을 촬영자의 의도에 맞게 최대한 반영할 수 있을 만한 필름 크기의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4K 초고화질 영상 촬영은 전혀 불필요하다. 영상 촬영할 경우, 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이고,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5K 화질을 재현할 수 있다는 모니터로 재생할 수 있을 만큼의 영상 콘텐츠는 도대체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사실, 내 과거 경험에 따르면, 방송용 HD 테이프로 공부하던 2000년대 초에 보고 입을 벌리게 되던 그 화질에도 못 미치는 느낌이다. 평소에 카메라를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들의 눈에는 좋아 보일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영상도 점차 휴대폰으로 감상하는, 축소지향적인 사진, 영상 트렌드가 만들어진 것과 같다.


내 경우엔, 지금까지 내가 사용하던 카메라를 사용하면 된다. 비록 너무 오래되어서―2004년에 출시―영상 촬영도 안되고, 화질도 낮고, 게다가 어깨를 짓누를 만큼 무거운 몸체를 갖고는 있지만, 그건 선율이 가 언제 보더라도 카메라라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카메라를 조작하는 방식이나, 사진 결과물은 내 마음이랑 가장 닮아있기도 해서 더욱 좋다.


지금은 휴대용 인터넷 사용 기기를 최대한 멀리 하는 것으로 작은 목표를 세워본다. 그리고 항상 소지하고 다닐 만한 작고 얇은 동전지갑을 마련해 봤다. 카드보다는 현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돈의 쓰임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겠다.




캐논 EOS 1D Mark 2 N(막투엔), EF 40mm 1.8







캐논 EOS 1D Mark 2 N, EF 40mm 1.8







캐논 EOS 1D Mark 2 N, EF 24mm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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