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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Feb 14. 2017

캐논 카메라 어디까지 써봤니?

난 EOS 5D Mark II로 시작했다.


아마도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라면 집에 장롱표 카메라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렸을 적, 집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올림푸스의 하프사이즈 카메라인 PEN EE-3를 통해 초등학교 시절 소풍에서의 추억을 담곤 했다. 그리고, 사진관 정기휴일 때마다 아버지를 따라 국내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당시에는 세계 최초로 1/8000초라는 셔터 스피드를 가진 니콘 F-801과 역시나 세계 최초로 달나라에 간 핫셀브라드 500CM을 휴대하고 다니곤 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 가면서 사진에 관심을 두지 않다가 대학 무렵에는 니콘의 수동 카메라인 FM을 손에 쥐고 있었다. 사진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필수 코스인 FM2가 아니라 그냥 FM이었다. 이 FM을 가지고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곤 제주도 졸업여행을 흑백으로 찍었던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렇게 또다시 한해 두 해가 지나고 군대를 가게 되는데 전역을 약 6개월 정도를 남겨둔 2002년에 하나의 전환점이 발생한다.




바로 로모 LC-A라는 카메라를 알게 되었고 다시 한번 사진 &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미 소유하고 있던 카메라에 필름을 사서 넣고 찍은 다음 현상소에서 현상 및 인화를 하는 정도였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의 디지털카메라 시대보다는 더 큰 흥미와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Canon A-1


아마도 이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캐논이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알게 된 때가 말이다. 니콘의 필름 카메라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시절을 훨씬 지나서야 캐논을 만나게 되었고 우연찮은 계기에 캐논 A-1을 손에 넣었다. 지금의 캐논 EF 렌즈군 이전에 FD 렌즈군이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모를 텐데 나 역시 FD 렌즈군을 처음 접했고 구형인 FD와 신형인 nFD 중에서 구형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니콘의 F 바디와 동급이라는 캐논 F-1, nF-1 등을 알게 되었고 EOS 1Ds라는 DSLR도 알게 되었다.



EOS DCS 3


캐논 카메라 뮤지엄을 기준으로 한다면 1995년에 발매한 EOS DCS 3가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일반인들이 2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DSLR 입문에 본격화됐던 때는 2000년에 출시한 EOS D30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1Ds 이전의 2001년에는 EOS 1D를 선보인 캐논은 현재까지 51종의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는 선보이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들은 캐논 카메라 뮤지엄에서 확인할 수 있고 내수, 북미, 유럽/아시아 등 출시 국가에 따른 모델명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도 종종 방문했는데 모처럼만에 다시 들어가니 쾌적하게 정리된 모습이 보기 좋다.




각설하고 로모 LC-A를 알게 되면서 다시금 사진을 취미로 시작하고 니콘 FM 혹은 핫셀브라드 500CM으로 여러 모습들을 담으면서 참으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싸이월드가 유행했던 시절이라 로모인스카이라는 동호회에도 가입해서 활동하고 나중에는 클럽짱까지도 했었는데 후에 몇몇 멤버들을 바탕으로 영정사진 촬영 봉사클럽인 ViewTiful을 만들게 된다. 2003년부터 시작된 활동은 약 10여 년간 활동해 오다가 안식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활동을 하면서 캐논 EOS 5D라는 지금의 풀프레임 DSLR 보급화에 앞장선 모델을 만나게 되었다. 활동하던 영정사진 촬영 봉사클럽 ViewTiful을 필름나라에서 후원해 주었고 촬영에 필요한 캐논 EOS 5D와 함께 조명, 액자 등을 활용하여 어르신들에게 좀 더 완성도 높은 사진을 전달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처음으로 소유하게 된 DSLR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다. 이제부터 내 생애 최초로 가지게 된 DSLR 카메라의 이야기를 할 차례다. 바로 나의 사진 생활의 또 다른 전환점은 캐논 EOS 5D Mark II를 가지기 전과 후로 나뉘게 되니까 말이다.



바로 2009년 6월의 기억인 코오롱스포츠 포토트레킹 in 제주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왔던 세월에 비하면 사진을 알지 못하던, 사알못이었지만 용감하게 핫셀브라드 500CM과 회사에서 빌린 니콘 D40으로 졸업여행 이후 10년 만에 찾은 제주도를 담았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된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 많은 참가자들이 2008년 11월에 출시한 캐논 5D Mark II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제주도를 다녀오고 나서부터 고민은 시작됐다. 일명 구계륵이라고 불리는 EF 24-70mm f2.8L 렌즈와 함께 총합계 550만 원이라는 금액의 질러야 하나?라는 질문은 답을 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nodah, Yellow Knife, Canada, 2009  Kimjoowon


고민하고 지르고 손에 쥐는 데는 채 열흘이 걸리지 않았고, 다시 6개월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크나큰 행운을 거머쥐었다. 바로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에서 진행한 6인의 오로라 원정대가 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EOS 5D Mark II가 행운의 징표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기까지가 카메라를 알고 사진을 찍으면서 일어난 20여 년간의 이야기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하의 날씨에 카메라가 얼어가며 오로라를 담았고



대한항공여행사진공모전에서 동상도 수상을 했으니 인생 최고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한다. 물론, 어려웠던 사정으로 인해 장비를 반토막 내어 소니 A850으로 잠시 기변 했던 적이 있었지만 나에게 여전히 캐논은 행운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다시 어렵사리 돌아간 EOS 5D Mark III에 이어 이제는 EOS 5D Mark IV를 사용 중에 있다. 가격에 비해서는 4K 동영상 등에서 말도 많고, 여전히 1D X Mark II와 같은 바디를 갈망하고는 있지만 현실에 만족하려고 한다. 아마도 언젠가는 1D 계열의 바디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약 30여 년 동안의 카메라를 접하고 사진을 찍었던 이야기들을 해보았다. 현재 캐논의 DSLR 라인업은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홈페이지 기준으로 고급기, 중급기, 준중급기, 보급기로 나뉘어 있으며 xD, xxD, xxxD, xxxxD 순으로 모델명이 정해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xD 계열은 숫자가 작을수록, xxD/xxxD 계열은 숫자가 클수록 상위 기종이니 으니 제품을 구입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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