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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Aug 28. 2024

학력인증을 받으면 추가되는 영주권 점수

19. 고마운 사람들

처음 오전 쉬프트를 시작할 때 한가했던 화요일과 목요일은 손님이 늘어갔다. 근무시간은 오후 4시까지였지만 시간에 일을 끝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6시 10분에 시작하는 영어 수업을 받기 위해 최대한 늦게까지 한다 해도 5시에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늘 시간에 쫓겼다. 일이 끝나면 정류장까지 뛰어가 버스를 타고 코퀴틀람센터에 도착해 바로 오는 마을버스를 놓치지 않고 타야 수업시간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같은 반 학생들과 제법 친해졌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 중 나처럼 영주권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 학생도 있고, 이미 영주권을 받고 일을 구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동남아계 학생도 있었다. 한국에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다 캐나다에 와서 얼마 전 영주권을 받은 언니도 알게 됐다. 언니는 내가 사는 콘도 바로 건너편에 있는 쇼핑몰에서 피부관리실 오픈을 준비 중이었다.


언니는 손목 보호대를 하고 있는 나를  안쓰러워했다. 통증이 심해져 손가락 끝으로 겨우 펜을 잡고 글을 쓰면서도 패밀리닥터가 없어 병원 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캐나다 의료시스템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워크인 클리닉에서 영주권을 받은 언니는 실력이 좋다는 의사 선생님을 추천해 줬다. 추천으로 왔다는 얘기를 듣고 선생님은 친절히 봐주셨고 뼈의 문제는 아니니 약을 복용해 보라고 소염제를 처방해 주셨다. 이미 많이 악화가 되어선지 약이 효과가 없었다.


*워크인 클리닉(Walk-in Clinic)
패밀리닥터(주치의)가 없거나 패밀리닥터가 있더라도 예약대기 등의 이유로 만날 수 없을 때 이용하는 일차 의료기관. 워크인도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으나 예약 없이 기다렸다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언니의 샵은 오픈을 했다. 어느 날 언니는 주문한 장비들이 한국에서 들어왔는데 고주파 기계가 있으니 와서 치료를 받아보라고 했다. 한국에서 몇 번 받아본 적이 있어서 그게 염증치료에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었다. 다른 방법이 없던 터라 쉬는 날 언니를 찾아갔다.


따뜻한 곳에 나를 눕게 한 언니는 담요를 덮어주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아이고 속상타 참~말로, 우째 젊은 아 손을 이래~ 만들어놨노.. 일을  혼자 다 하나? 니 영주권 받으면 당장 거기 때리치라.."


언니는 걱정에 걱정을 하며 내 손목에 젤을 발랐다. 내가 알고 있던 고주파 기계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옆에 의자를 놓고 앉은 언니가 오른쪽 손목을 기계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손목에 불이 난 듯 열이 올라오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니 여기 염증이 꽉 차서 그렇다. 곧 좋아진다."


한 시간 넘게 손목 주위를 계속 문지르자 움직이지 않던 손목이 삐그덕 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니는 왼쪽 손목도 똑같이 마사지를 해줬다. 왼쪽은 오른쪽만큼 나쁘지는 않아 곧 편해졌다. 두 시간 가까이 옆에 꼭 붙어 앉아 치료를 해 준 언니는 급구 돈 받기를 사양했다. 그렇게 해 준 것도 고마운데 돈까지 안 받는다고 하니 너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노동부와 사장님의 인터뷰가 끝나고 내 LMIA(외국인 노동허가서)는 승인이 났다. 승인 서류와 함께 이민국에 비자 신청을 해 놓은 나는 이때부터 시간을 전략적으로 써야 했다. 영주권 받는 기간을 길게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의 타임라인을 미리 정리해 두었다.


LMIA 비자가 나오기까지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나는 두 달이 걸리는 학력인증을 받아야 하고 영어점수도 만들어야 한다. 비자가 나오면 곧 연방풀에 내 정보들을 올려야 한다. 연방풀에 올라간 정보는 1년간 유효하다. 1년이 되기 전에 주정부 노미니 프로그램(BC PNP) 승인을 받고 연방풀에 BC PNP 승인을 업데이트하면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연방승인을 받는 거다.


최종 학력이 이민 평가 항목에서 점수로 매겨진다. 학력이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2년제 컬리지의 디플로마를 받았어도 학사 학력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는다. 여기에 학력인증을 받으면 가산점이 주어진다. 1점 차이로 당락이 정해지기 때문에 가산점을 놓칠 수가 없다.

학력인증(Educational Credential Assessment, ECA)은 외국에서 취득한 학위를 캐나다 커리큘럼 기준으로 비교 평가해 동등한 학력으로 인정받는 과정이다. 캐나다 정부에서 지정한 학력인증기관이 여러 곳 있지만 나는 WES(World Education Services) Canada를 통해 받기로 했다.


*캐나다 정부에서 인정하는 학력인증 평가기관
1. Comparative Education Service
2. International Credential Assessment Service of Canada
3. International Credential Evaluation Service
4. International Qualifications Assessment Service
5. World Education Services


WES Canada에 온라인 계정을 만들고 이민 목적 학력인증(ECA Application for IRCC)을 신청했다. 신청 후 비용을 결제하니 레퍼런스 넘버(Reference Number)가 발급이 되고 어떤 서류들을 어디로 보내면 되는지 안내가 나온다. 레퍼런스 넘버가 들어간 WES Canada의 양식을 내 대학 학사 담당자에게 보내야 다.


담당자를 찾기 위해 내가 졸업한 학교 홈페이지를 구석구석 뒤졌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해외학력인증을 담당하는 부처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에 직접 전화를 했다. 학사담당 직원 여러 명과 얘기를 했지만 학력인증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 전화는 돌고 돌다 앳된 목소리의 여직원과 연결이 됐다.


그 직원 역시 '학력인증'이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고 했다. 나는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절차를 설명하고 내가 보낸 양식의 작성과 함께 영문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요청했다. 수시로 나에게 이메일이며 전화로 연락을 해 온 그 직원은 마지막까지 성적증명서에 누락된 과목은 없는지 양식에 빠진 내용은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을 했다. 영주권을 위해 필요한 서류라 하니 그 직원 역시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 애써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그렇게 영문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 WES Canada의 양식이 준비가 됐고 행정처리 비용과 캐나다로 서류를 보낼 우편료를 결제해야 했다. 그런데 카드결제가 안된다고 한다. 송금을 받을 계좌도 없다고 한다. 학력인증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 했으니 행정처리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든 대신 와서 현금 결제를 해주면 된다고 하는데 딱히 부탁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류를 다 준비해 두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걸림돌이 생겼다. 난감해하는 나를 이해한 그 착한 직원은 본인이 현금결제를 할 테니 개인계좌로 송금을 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고마웠다. 그 직원은 그렇게 서류를 밀봉해 등기우편으로 WES Canada에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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