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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Mar 10. 2024

내 하루의 기분을 정하는 드라이브 쓰루

단풍국 직장인의 아침

모닝커피는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재택을 하는 날이면 사다 놓은 팀홀튼의 다크 로스트 커피를 마신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에는 주로 드라이브 쓰루를 이용한다.

커피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맛있기는 하다. 그 진한 향과 막 내렸을 때 위에 살짝 덮이는 크리마는 아침잠을 깨워주고 기분을 리프레쉬해 준다. 하지만 어느 스타벅스를 가느냐에 따라 깊이에 차이가 있다. 포인트 제도가 바뀌면서 혜택이 줄어든 것도 있고 커피 가격이 다른 데랑 차이가 많이 나서 사실 요즘은 잘 안 간다. 아메리카노와 크로아상을 똑같이 주문했을 때 팀홀튼과 가격이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출근길에는 스타벅스 드라이브 쓰루가 없다.

팀홀튼에서 아메리카노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팀홀튼 커피는 누가 뭐래도 크림과 설탕이 두개씩 들어간 더블더블이다. 블랙을 즐기는 나는 팀홀튼에서 내려주는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메리카노가 메뉴에 추가되고 한잔 두잔 마시다 보니 맛이 꽤 깊다. 하지만 팀홀튼 역시 로케이션마다 퀄러티가 다르다. 어디는 너무 약해서 마신 것 같지 않고, 또 어디는 너무 강해서 아침에 마셔도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다. 팀홀튼 역시 드라이브 쓰루를 가려면 사무실을 지나갔다 다시 돌아와야 해서 아침에는 가지 않는다.




그래서 한동안은 사무실과 2분 거리에 있는 A&W 드라이브 쓰루를 이용했었다. 커피 맛이 훌륭하지는 않지만 편리성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 출근 시간에 그렇게 바쁘지가 않다. 여기에도 아메리카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불과 얼마 전이다.

A&W 드라이브 쓰루를 2년간 갔다. 그 2년 동안 난 한번도 아침 인사를 건네는 직원을 본 적이 없다. 이곳은 윈도우 하나에서 결재와 픽업이 모두 되는데 계산할 때 손잡이가 길게 달린 카드 단말기를 내밀고 무표정한 얼굴로 결재할 금액이 얼마인지만 알려줄 뿐이다. 결재하고 나서 "땡큐" 라고 말하는 직원을 본 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커피는 그냥 말없이 건넨다. "하루 잘 보내" 라고 먼저 인사를 해도 돌아오는 답이 없다.


뭐 인사 좀 안 할 수 있지 하지만 기분이 다르다. 집에서 나와 내가 하루를 시작하면서 만나는 첫 번째 사람이다. 커피를 받고 사무실로 가서 일을 시작하지만 어쩐지 기분은 가라앉는다.




요즘은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를 간다. 여기 아메리카노는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즐길만하다. 어떤 날엔 줄이 길어서 5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를 가는 날엔 기분이 좋다. 드라이브 쓰루에 진입하면 모바일 앱을 열고 코드를 받는다. 그리고 주문할 때 코드를 주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이 코드는 내 계정에 연결돼서 생성되기 때문에 맥도날드 시스템에 내 이름이 뜬다. 얼굴도 보기 전에 스피커로 인사를 해 온다.


"Oh hi honey, good morning!
Do you want a large americano black?"

내가 뭘 마시는지도 기억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결재를 하는 윈도우에서 직원과 가볍게 날씨 얘기도 하면서 좋은 하루 보내라고 서로 인사한다. 결재 후 픽업 윈도우에 가면 또 다른 직원이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이곳에서는 아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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