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real 맞벌이 시작
월요일부터 아내는 회사로 복귀했다. 직무 특성상 일반적인 다른 직장맘들에 비해 5개월 정도 더 휴직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은 우리 가족에게 모든 점에서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이 조금 짧았건 약간 길었건, 복직하는 그 날을 더 잘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직을 앞두고 우리는 짧은 3박 4일의 국내여행을 다녀왔다. 지금껏 다녀온 그 어떤 여행보다 우리의 관계와 내면이 꽉 차오르는 느낌을 주는 여행이었다. 힐링, 리프레쉬 그 자체! 그런데 그 힐링의 이면에는 아내의 섬세하고 꼼꼼한 설계가 있었다는 것은 여행 셋째 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는데, 정말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육아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텐데, 고작 야근 좀 한다고 불평하는 내 스트레스를 더 열심히 받아주는 마음 덕분이었다. 고마웠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다.
복직 하루 전에는 대전에서 지냈던 신혼시절을 돌이켜보기도 했다. 다른 점은 그땐 재주가 뱃속에 있었고, 지금은 세상 밖에 있다. 그땐 출산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나들이를 제법 다녔다. 대전에 핫하다는 카페도 다 챙기고, 1시간만 달리면 손에 잡히는 근교 여행지도 두루 섭렵했다. 온전히 우리 둘을 위한 시간이었다. 신혼 시절과 육아 시기가 장소로 뚝 잘라 구분되니 더 분명한 감정이 든다. 아무튼 생각해보면, 재주가 안에 있고 밖에 있는 그 단 하나의 차이점이 모든 차이를 만들고 있다. 대단한 아이임에 확실하다.
금주 월요일, 화요일은 그냥 좀 짠했다. 내가 짠할 정도니 아내는 당연히 눈물이다. 벌써 재주는 16개월이라, 월요일 하루만 지내도 엄마와 아빠가 옆에 없다는 점을 눈치를 차렸다. 흠, 어찌할까 둘이 서로 통화를 나누었지만 그렇구나, 그렇겠네, 어쩌겠어, 하는 대화가 전부일 수밖에 없다. 우리 셋 모두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가 복직하고 이틀 동안, 남편인 나는 일찍 돌아와 아내의 낯선 회사생활을 챙겨주긴 무슨 이틀 연속 야근을 하고 왔다. 오늘은 12시를 넘겨 퇴근택시를 탔고, 지금 글을 쓰는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생각했던 맞벌이 첫 주의 모습은 아니다만, 이제 이것도 일상이려니 하고 이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지. 이 시간에 짬짬이 몇 줄 남기는 것도 나의 노력의 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