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물 안 개구리

by 이림과

5. 우물 안 개구리


속담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제일 싫어하는 속담은 언제나 늘 하나였다.


“우물 안 개구리”


우물 안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 보고 들은 게 적어 제가 아는 게 전부라고 아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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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딸들을 위해 터를 잡은 곳은 경기도 외곽이었고, 그중에서도 마을과는 한참 동떨어진 곳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친구들과 비교를 일삼게 되고, 형편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마냥 대단해 보이던 아빠가 무력하게만 보일 때쯤엔, 내겐 그곳이 좁디좁은 우물과도 같았다.


“옆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전액 장학금 준다니까, 한번 생각해 봐.”


다니던 중학교 옆에 있던 고등학교는 인문계였지만, 그 지역에서 꼴통 취급을 받던 곳이었다. 누가 임신해서 자퇴했네, 커튼 뒤에서 별짓을 다 한다더라는 소문이 걸핏하면 들려오는 곳이었는데,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인근에 공부 잘하는 애들을 포섭하던 중, 나에게까지 제안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신을 위해서라도 그 학교를 갔어야 했지만, 그때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곳 중 하나였다. 물론 이유야 여럿이었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단지 옆에 있는 학교여서였다. 그 동네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면 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만 같았다. 그 안을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개구리처럼. 그건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


“저는 시내에 있는 다른 고등학교 갈 거예요.”


거듭되는 선생님의 권유에도 내 결심은 확고했다. 막연하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면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있었다. 마침 타이밍이 좋았다. 아빠와 같이 늦둥이로 태어난 내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험난하기만 했던 타지 생활에 지쳐버린 아빠는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작은언니가 기꺼이 나를 맡게 되면서 도시 중심부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원룸이지만 복층형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면서 오랜 친구들과 떨어지는 것이 내심 서운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도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설렘이 과거에 두고 온 모든 것들을 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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