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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블로켓 Nov 28. 2019

합리만 따르는 게 합리적일까?

책으로 떠나는 탐사 _ 마블로켓 북토크 No.2

책으로 떠나는 탐사 _ 마블로켓 북토크 No.1


합리만 따르는 게 합리적일까?


손님을 섬기는 일본 고유의 마인드와 태도. 오모데나시를 거칠게 정의하자면 이렇다.

차(茶) 문화와 관련이 깊은 오모데나시는 료칸이라는 공간에서 그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오모데나시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리테일 일곱 군데를 소개하고 있다. 

마블로켓의 두 번째 북 토크 책은 ‘북 저널리즘’ 시리즈 중 하나인 오모데나시. 우리의 논의는 ‘오모데나시’를 키워드로 나선형을 그려나갔다. 다음은 북 토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뼈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오모데나시라는 키워드


최근에 일본을 보는 다양한 프레임의 책들이 출간되었다. 퇴사, 디테일, 라이플스타일 등이 대표적이다.

오모데나시도 일본을 소개하는 하나의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오모데나시라는 전통은 현대화되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나 CS(고객만족)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일지도 모르겠다. 


가만, 우리는 오모데나시에 해당하는 것이 없을까? 

공짜라고는 없는 일본 식당에 비하면 밑반찬을 기본으로 깔아주는 것도 우리 식대로 손님을 접대하는 것일 테고, 시장에서 덤으로 하나 더 얹어주는 것도 찾아온 손님에 대한 우리 식의 접객문화일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오모데나시는 기원에 대한 연구(브랜드 스토리)가 있고, 오모데나시라는 공식 명칭(브랜드 네임)을 가짐으로써 브랜딩이 가능해졌다고 할까? 일반적인 일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오모데나시를 의식할 것이며 오모데나시라는 단어를 말할까? 우리가 일본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프레임으로 유용하다는 생각에

참가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경험한 오모데나시


일본에서 각자가 경험한 오모데나시를 얘기해보기로 했다. 료칸까지도 아니고 작은 숙소에 머물렀던

한 참가자는 삐뚤빼뚤한 한글로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손편지 메모를 보는 순간 반갑고

고마웠던 경험을 얘기했다. 우리는 이런 작은 행동에 감동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평소에는 잘 까먹게

된다. 한 참자가는 구글이라는 매직 지도가 없던 시절, 일본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을 꺼냈다. 가로축

세로축만 있는 약도를 들고 길을 찾다가 결국 파출소라는 곳을 들어갔는데 길을 돌아서 사라질 때까지

먼발치에서 자기를 지켜보고 있던 경찰이 기억에 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몇 가지 있다. 시코쿠

카가와현에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갈 때였다. 에어비앤비라는 것이 열쇠만 건네받고 그 집을

내 집처럼 이용하는 것인데, 나는 에어비앤비 집주인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버스정류장에서 픽업을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늦은 저녁에 시내를 구경할 예정이라고 했더니 시내까지 라이드를 해줬다. 내 집에 들인 손님에 대해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것처럼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제안하고 또 제안해주었던 기억.


그렇다. 제대로 된 오모데나시라면 료칸을 경험해봐야겠지만 일상의 오모데나시라면 동네

편의점에서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일본 편의점에서는 계산을 기다리는 줄이 아무리 길더라도

접객 과정을 생략하는 법이 없다. 캔이나 병은 세워야 하고 차가운 것과 따듯한 것은 다른 봉지에 나눠

담아야 한다. 젓가락이나 스푼을 빼먹는 법도 없고 봉투에 물건을 다 담은 후에는 손님이 들고 가기

편하게 비닐봉지 손잡이를 돌돌 말아 손에 쥐어주듯 내준다. 빠른 게 미덕인 우리 편의점에 비하면 속

터지는 속도지만, 확실히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은 든다.


일본의 포장문화에 대한 갑론을박


편의점 얘기가 나오자 포장문화에 대한 얘기가 꼬리를 이었다. 일본의 과대 포장이 불편하다고 한

참가자는 일본에서는 조금만 사더라도 낱개 포장이 흔해서 먹을 것을 조금 사 왔을 뿐인데 다 먹고 나면

포장지만 한 가득이라고 했다. 쓰레기 매립지 주변의 거주자들이 질병에 걸리는 사례도 나오는 판에,

포장지를 버릴 때마다 그게 일본이든 한국이든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특히 일본의 백화점이나 몰을 다녀올 때마다 생기는 1회용 종이백들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디자인도 좋고 재질도 좋아서 보통은 챙겨 오는 편이지만, 두고 올 때도 많아서

그때마다 쓸만한 물건을 버리고 오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포장지를 줄이는 게 전 세계에 공통되는

친환경 트렌드 아닌가? 왜 일본은 글로벌 트렌드에서 늘 예외적인 느낌일까?


한 참가자는 일본의 포장문화에 대해 퍼포먼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포장은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의미 있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 포장에 수반되는 다양한 재료들이 산업적으로 발전될 여지가

있고, 디자인도 발전될 여지가 있는데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효율의 잣대로 재단해버린다. 과거의 것도

남겨두고, 비효율도 남겨 두고, 누군가의 눈에는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도 남아있을 때 다양성이

생기고 결국 그런 행위들이 사회의 상상력으로 커갈 수 있는 건 아닐까?


그 순간 내 머릿속의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포장에 대한 내 생각도 일방적이었구나 라는 느낌.

어느 쪽이 맞다 틀 리다를 떠나 포장은 줄일수록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얼음처럼 견고했던 모양이다.

우리 사회는 많은 이슈가 밴드왜건의 형태를 띤다. 다양성을 버리고 하나로 간다. 과대 포장이 이슈가

되면 비닐봉지는 모두가 쓰지 말아야 하고, 종이백은 모두가 덜 쓰도록 유상판매를 하고, 콩기름으로

1도 인쇄한 종이백은 환경 슬로건을 프린트한 개념 쇼핑백으로 둔갑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포장은

비용 낭비이고 시대 역행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일본의 감도 높은 포장문화를 감탄할 뿐 우리는

합리적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것이 효율 위주로 선택되고, 창의성은 창의성대로 따로 개발하자고 외치고 있는 건 아닐까. 포장문화의 발전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한

참가자의 말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선물 문화로 이야기를 옮겼다.


인색하고 어색한 선물 문화


우리는 선물을 주거나 받는 게 인색하고 낯설다. 게다가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선물 주고받기가

정착되어서 직접 주는 일도 줄었다. 대기업의 기프티콘에 참여하는 브랜드는 점점 늘어나고, 사람들은

편하게 기프티콘을 날리는 것으로 생일을 축하했다고 생각한다. 한 참가자의 에피소드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생일날 기프티콘을 5개 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커피 2잔에 블루베리 조각 케이크 세트의 똑같은 기프티콘. 5개가 쌓인 것을 보니 조금 당황했다는 이야기. 이제는 쌓인 기프티콘들을 환불까지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친절한 카톡 씨.

선물이 기프티콘으로 대체되면서 포장한 선물을 직접 건네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아재라든가 노땅이라든가 옛날 사람이라는 소리 한방에 훅 간다. 최근 우리는 단정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나의 키워드를 낙인처럼 찍어서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봉쇄해버린다. 조금만 진지하면 진지충, 조금만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도 TMI라는 말로 차단하기 일쑤.

조금만 다정해도 오글거린다고 표현해버려서 다양한 정서와 감정을 동일한 수준으로 재단해버린다.

그러니 선물이라는 ‘아날로그’ 행위를 하면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다.


일본은 선물 문화가 발달해있다. 출장이나 여행 중에도 그 지역의 오미아게를 선물하는 것은 평범한

일이다. 예쁘게 포장된 선물은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설렘을 배가시킨다. 잘 봐달라는

이면의 메시지 없이도 관계를 두텁게 만든다. 과거에 비하면 이렇게 잘 살게 됐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선물하는 여유와 문화를 가져보지 못한 걸까? 여전히 효율과 합리성을 시대정신처럼 분주하게 앞만

보고 가야 하는 걸까? 빨리 담아주고, 빨리 전해주고, 빨리 서비스하다 보면 우리 고유의 정교한 문화가

빨리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조금 두렵다. 합리를 따지는 것이 궁극적으로 합리적인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밤. 일본의 오 모 데나시로 시작된 얘기가 나선형을 그리다가 우리를 돌아보는 반성적 사유까지

뻗어나간 토크였다.




마블로켓

로컬 리서치 매거진ㅣ에디터가 제안하는 물건  

https://marblerocket.com/

@marble_ro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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