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함께 짓는 농사
마르쉐친구들이 작년에 지구농부여행을 하며 만난 지구농부들의 이야기를 채소지에 실어 브런치를 통해 발행합니다. 격주로 연재될 지구농부들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이번 회에서는 풀과 함께 공생하며 농사짓는 지구농부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올해의 풀풀농장 밭은 어떤 모습일까요?
채소지09_지구농부이야기 01 풀과 함께 짓는 농사
지구농부 INTERVIEWEE : 충남 홍성 / 풀풀농장_이연진 농부 @풀풀농장 풀과
>> 풀풀농장 편은 1, 2부로 나누어 발행되었습니다. >>> 1편 보러 가기
좋은 땅은 계속 좋고 안 좋은 땅은 여전히 안 좋아요. 땅은 빨리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변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그만큼 풀의 역할이 큰 거죠.
처음에는 여러 작물을 함께 심는 인디언 농법 등 여러 가지를 시도했는데 저희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고추랑 땅콩을 같이 심어 봤는데 그게 효과도 못 봤고,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대신 윤작, 돌려짓기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한 곳에 다시 같은 걸 심는 연작은 안 해요. 한번 작물을 심은 후에는 3-6개월은 쉬면서 풀을 최대한 키워서 지력을 회복하도록 해요. 박한 땅에는 한 해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풀을 키우기도 하고요. 뭔가를 해야겠다 싶으면 지력을 회복할 때까지는 콩, 잡곡 종류를 심어요. 그러다 보니 채소를 심을 땅이 많지 않아요. 똑같은 곳에는 못 심으니 올해는 수확이 안될 걸 감안하고 박한 곳에 심는 경우도 있죠. 예를 들어 파잎 벌레처럼 특정 작물에 벌레 같은 게 생기면 몇 년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땅을 찾다가 못 찾아서 안 하게 된 작물도 있죠.
“사실 땅은 안 건드릴수록 좋아요.”
사람이 땅을 건드릴수록 잘못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건드리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해야겠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니까요.
‘무경운이면 그럼 감자 캘 때는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도 받았었어요. 초기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죠. 수확, 파종할 경우 땅을 파는 게 필요한 부분이 있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건드리냐 보다도 얼마나 빨리 복구시키느냐가 중요해요. 파종 때는 복구가 어렵지만, 수확 후 파헤친 부분은 수확 잔해물이나 주변 풀로 흙이 드러나지 않게 피복시켜주는 행위로 2-3일 안에 재빨리 복구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생명체가 최대한 덜 파괴되는 시점에 재빨리 복구해주는 점이 정말 중요합니다. 회복을 위해서는 자연물 멀칭을 이용하지요. 들깨 같은 경우는 부피가 커서 밭에서 말려요, 콩은 집으로 가져와서 눕혀놨다가 수확 후 잔해물을 그 작물을 키웠던 그곳에 다시 가져다 덮어줘요. 그 자리에는 덮을 것이 없으니까 다시 그곳에 가져다 두는 거죠. 문제는 그곳에 풀이 나면 아직 분해되지 못한 잔해물과 엉켜서 풀매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져요. 그래서 보통 시골에서는 불로 태우죠. 고춧대는 끝나고 분리하기 어려워서 한 번에 다 태워요. 들깨는 태울 필요 없이, 땅을 갈지 않으니까 그대로 돠두면 흔적도 없어져요. 12년 동안 들깨 농사를 지었는데 흙을 들여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들깨대는 작년 것밖에 없어요. 한 번도 태운 적이 없는데 자연스럽게 흙으로 되돌아갔어요.
“풀로 땅을 비옥하게 하기”
켜켜이 쌓이니까 흙이 비옥해질 수밖에 없긴 한데 작물을 키우다 보니까 풀을 맘껏 키우진 못하죠. 옥수수 같은 경우는 작물의 크기만큼 풀도 따라서 키우는데, 옥수수는 큰 후 중간부터는 풀을 그냥 두어요. 어차피 옥수수가 풀보다 더 크니까요. 그런데 당근 같은 경우는 풀을 끝까지 관리해줘야 해요. 작물을 키우면 작물이 우선이라, 땅이 비옥해지는 속도는 산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산은 경작하지 않으니 풀이 마음껏 나고 스러지면서 빠르게 비옥해지는 거죠.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밭을 갈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언젠가 땅이 비옥해질 수밖에 없어요. 하나의 예가 일본의 자연농 가와구치 선생님의 논이 30년 이상 무경운으로 지었는데, 너무 거름기가 많아서 토양 분석을 해보면 질소질이 너무 많다고 나와요. 질소질이 너무 많으면 오는 병이 도열병이거든요. 물을 너무 대주면 도열병에 안 좋아서 인위적으로 물까지 얕게 해야 했어요. 선생님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다다른 거예요. 물론, 논은 물이 큰 역할을 하죠. 물의 도움을 받아서 30년이 딱 되니까 비옥한 땅이 됐고, 너무 비옥해서 문제가 될 정도의 땅이 되었어요. 밭이 그것보다는 속도가 느리겠지만 밭은 100년 정도면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이 농사를 시작해서 만 년 동안 깎아먹고 표토를 유실하는 농사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표토를 만드는 농사로 전환해야 해요. 그중의 하나가 자연농의 방법인데, 100년만 하면 만년 동안 까먹은 걸 회복할 수 있으니 그걸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충분히 할만한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생존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요.
“토양 검사를 해보다”
12년 농사를 지어보니 좋은 땅은 계속 좋고 안 좋은 땅은 여전히 안 좋아요. 땅은 빨리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변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그만큼 풀의 역할이 큰 거죠.
우리 동네 풀무학교가 있는데 전공부 학생들이 본인 농지와 동네 몇 곳의 흙을 테스트해본다고, 흙을 떠서 검사를 했어요. 풀무전공부는 유기농 20년 한 곳이에요. 저희 밭에서는 밀 심겨 있던 쪽이 가까우니, 제가 그리 좋다고 생각지 않는 곳의 흙을 떠갔어요. 결과가 유기물이 적정을 초과했어요. 인산, 칼륨, 마그네슘 다 초과, 칼슘도 적정 범위 내에 있고 산도는 낮고요.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 정작 유기농 오래 한 밭들이 상태가 안 좋은 거예요. 대부분의 밭이 유기물이 적더라고요. 유박 같은 걸 넣지만 그건 땅을 비옥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작물이 영양분을 뽑아내 버리면 땅은 다시 척박해지는 거죠. 농업 기술센터의 무료 검사인데, 이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우리 밭이 꽤 괜찮네 생각도 들고, 외부 투입에 의존하는 방식의 농업이 문제점도 깨닫게 되고요.
“경운으로 잃어버리는 표토”
비가 한번 오면 개천은 흙탕물이 돼요. 그만큼 표토가 유실되고 있는 거죠. 특히 로터리 친 다음날 비가 오면 다 쓸려내려가는 거죠. 그걸 거름을 넣어서 버티고 있는 건데, 불균형이 계속 심해지고 토양이 박해지고 있는 거죠. 사실 전 검사하는 걸 안 좋아해요. 결과에 연연하게 되거든요. 땅이 어떤지는 풀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풀이 잘 크면 ‘여기는 채소가 되겠구나’ 풀도 잘 안 되는 땅에는 ‘콩이나 잡곡을 심어야겠구나’ 하죠. 그도 저도 아니면 풀을 한 해 더 키우는 거죠. 풀도 안되면 풀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죠.
투수 실험도 했어요. 배수성을 따지는 건데 1등급이 나왔어요. 가뭄에 취약하긴 해요. 가장 맑다고도 나왔어요. 유기농 오래 한 밭이 3~5등급이 나오더라고요. 비가 많이 오면 힘든 거죠. 자연농으로 가장 많이 회복되는 건 사람이에요. 저도 그나마 시골에 살아서 이렇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올해의 농사”
이웃이 올해(2021)는 우리 마늘이 반듯이 예쁘게 잘났다고 칭찬을 하셨어요. 집안 사정 잘 아는 건 아니니 아마 우리에게 농사가 생업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일반적인 농사를 생각하는 분들이 저희가 이런 방식의 농사로 먹고산다는 것을 상상을 못 하실 겁니다. 대파밭도 풀 사이에 있으니, 대파 뽑고 있으면 뭐 하는 건가 물어보시더라고요. 밭인 줄 모르고. 그전까지는 토마토가 익지를 않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땄어요. 옥수수가 전에 없이 키가 크고 잘됐고요.
“가뭄과 슬럼프”
감자는 10킬로 심어서 1킬로 거둔 적도 있어요. 가뭄이 겹쳤던 3-4년은 정말 힘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농사 슬럼프를 겪었고 육체적인 환경도 안 좋았어요. 통장에 마이너스가 점점 늘었고, 3년 연속으로 가지 100주를 심어서 3개를 수확할 정도로 농사도 안되었고요. 생산물이 너무 적었어요. 힘든 슬럼프를 겪으면서 홍성을 떠나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집과 땅을 팔아서 빚을 청산해야겠다고요. 그러지 않고는 출구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그 고비를 마르쉐 출점을 하면서 넘었지요.
“10년의 변화”
감자는 작년에는 3배 거두었어요. 땅이 자연농으로 십 년이 지나면 농사가 되나 보다 했죠. 오랜 가뭄이 끝나서인 이유도 있는 듯해요. 이래저래 작년이 엄청난 해였어요. (2020년) 한번 농사가 그렇게 잘 되고 나니 갈무리해둔 게 많아서, 이맘때면 꾸러미 보낼게 많지 않은 때인데도 올해는 갈무리해 둔 것들이 많아서 이건 다음번에 보내야겠다 이렇게 미뤄두면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전에는 간신히 풀을 모아서 보냈는데, 말려놨던 잡곡 등 비축해놓은 게 있으니 같이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꾸러미가 자리를 잡으면서 농가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고 있어요. 힘들지만 점점 더 가능해지고 있어요.
저희 농사 규모를 좀 설명드릴게요. 밭은 2000평, 그중에 300평만이 저희 명의의 밭이에요. 그곳에는 대부분 나무를 심어서 경작하는 게 많지 않아요. 논이 1500평 정도. 외지인이 사서 관리하기 어려운 땅을 주로 임대한 거라 임대료 부담이 크진 않아요. 논은 나랏 땅이에요.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에요. 논에서 나오는 농사 직불금으로 임대료를 감당하고 있어요.
“두 번의 위기”
지난 10년 농사에서 두 번의 농사를 그만둘 위기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귀농 초기에 돈벌이 없이 고정지출은 계속 있으니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고, 가계부를 써서 지출을 줄여보자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가계부를 안 쓰는 것이 해결책이었어요. 써봤자 방법이 없으니. 그런데 어떻게 해결됐는지 모르게 그냥 어떻게 됐어요. 두 번째는 지역의 꾸러미 조직에서 독립하면서 판로가 전혀 없는 상태가 됐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되었는데, 누군가가 도와준 것 같아요. 제가 뭘 어떻게 했다기보다 (막연한 희망이나 목표는 있었지만) 누군가가 나를 여기로 끌어줬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어요.
“마르쉐와 꾸러미”
막막한 상태에서 마르쉐 시장에 자주 가자고 아내에게 얘기를 했었어요. 아내가 그 말을 믿지 않더라고요. 우리가 팔 게 없는데 어떻게 자주 가느냐고요. 저는 ‘될 거다’라고 했고 그냥 어떻게 하니까 됐어요. 마르쉐 하면서도 꾸러미 5명만 늘릴까 하면 아내가 어떻게 그게 되냐 하면 아니야 될 거야 우겨서 하면 되더라고요. 30명도 그렇게 우겨서 된 거예요. 처음에는 20명 문턱을 안 넘으려고 했었어요. 한 달에 2번 보내는 꾸러미인데. 아내는 조심스러워하는 타입이고 저는 벌려 놓으면 수습된다는 타입. 부자들은 망해도 돈을 막 쓰면 또 벌리잖아요. 돈이라는 건 아등바등하지 않고, 그걸 떠났을 때, 무관심하게 그냥 나는 밭에서 일하면 돈이 쌓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돈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계속 줄어드는 것 같아요. 마르쉐를 자주 나가게 되면서, 처음에는 팔게 없었는데, 나가면 팔 것이 생겨요. 거기에 맞춰서 연구를 하게 되어있어요. 거기에 맞춰서 만들고 심게 되더라구요. 자주 나가다 보면 손님들과 소통도 잘되니까 그만큼 또 판매도 잘 될 거고요. 그래서 사실 꾸러미 30명에 이르게 된 거에는 마르쉐 지분이 크죠. 한 60% 그리고 요나의 광고가 한 40%. 그 덕분에 된 거지 저희가 한 건 없어요.
“자연농의 마음”
지금까지 온 게 스스로도 신기해요. 처음에 ‘너 이거 10년 해야 해’ 하면 안 했겠죠. 그런데 한 해 한 해 이게 재밌네 저게 잘됐네 하면서 하루하루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작년(2020년)에는 농사가 너무 잘 돼서 이런 해가 있구나 싶었죠. 평소의 3년 치 양이 수확물로 나왔거든요. 가물어서 잘 안된 해와 비교해보면 10년 치의 수확물이 나왔어요. 거의 모든 작물들이 가장 많은 수확을 했죠. 농사가 잘 된 해는 부쩍부쩍 크니 풀도 그냥 두어도 되고, 힘도 덜 들어요. 그런데 안 되는 해는 안 자라니까 풀도 계속 베어주어야 하고 결국 열매도 안 맺는데 힘은 힘대로 들죠. 결론적으로, 누군가 이끌어주었다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어요. 제가 아나스타샤를 읽으며 하나님의 존재를 확신하게 됐는데 교회적인 의미는 아니고 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뭔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 사람의 마음이 다르잖아요. 뭔가 잘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는 것과 이게 뭐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하면 안 되는… 사람 마음이 정말 중요해요. 자연농이 사람의 마음을 착하게, 아름답게 하는 것 같아요. 꽃을 보고 자연을 다루고 자연 속에 있게 되니까 모난 성격도 둥글어지고, 이해하고, 포용적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삶이란 것도 편안해져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해서 아이들 불량식품을 많이 사주게 됐는데 지금은 그런 것에 경제적인 압박을 안 받고 여유 있게 먹고 마시게 됐어요.
자연농을 생계로 하고 있으면 계속할 수 있으려나 고민은 계속하게 돼요. 중요한 것은, 내일 그만두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나중에는 더 개입을 안 하고 채취의 단계로 나아가고 싶어요.「아나스타샤」 책을 보면 한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면적이 3000평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산도 있고 밭도 있고 그 자체로 생태계 구현이 가능한 거예요. 돌아다니면서 아침에는 과일 따먹고 그런 식으로요.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산에 들어가서 살지 않을까 생각해요. 작은 땅에 집만 구해서요. 우리나라는 땅이 좁으니 산 같은 건 교집합으로 나누면서 3천 평을 같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의 개입을 최소로 하는 농사에서 파종하지 않는 농사로 그다음에는 채취의 방식으로,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그렇게 이동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6-70년대까지는 풀을 뽑지 않았다고 해요. 먹을 걸 많이 심기도 했고 풀을 먹기도 했고요. 풀을 없애면 꼴 베러 멀리까지 가야 하니 같이 키운 거죠. 동물을 키우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유산양을 젖을 짜려고 키워봤는데, 빼앗아 먹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닭들은 자기들이 벌레도 잡아먹고 흙도 먹고 하니 3-4일까지는 집을 비워도 돼요. 개도 1-2일은 가능한데 돼지부터는 그게 불가능해요. 가축과 함께 살아가는 일은 서로에게 힘든 일이기 때문에 도리여 ‘내가 고기를 먹는다면 키워서 먹어야겠구나’ 생각도 들어요. 식물을 키우는 과정을 알면 동물도 채소도 다 새롭게 다가와요.
“생활의 필요에서 시작하기”
맥주도 우리 생활에 필요한 먹거리잖아요. 이게 될까, 자연농 하다 왜 맥주지 생각하다가 그냥 해야겠다 생각이 든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예요. 원료를 사다가 하는 건 부담인데, 맥주의 원료가 쌀, 보리. 대부분의 원료를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까 원재료 부담이 없어서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 생각이 들어서 시작할 수 있었죠. 수제 맥주의 특성상 매번 다른 맛이 나올 뿐 실패라는 게 없어요. 이번에 이런 맛이 나오면 이 맛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사는 거죠. 너무 큰 규모를 하면, 저희가 온전히 매달려야 해요. 그걸 유지하고 수익을 내려면 계속 양조를 해야 해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어요. 재미로 할 수 있을 정도만 하려고 해요. 농사를 계속 지을 거니까.
그래도 잘되면 마르쉐에 기부를 좀 하고 싶어요. 마르쉐 출신으로, 마르쉐에 도움을 받았던 곳들이 함께 기부를 좀 하면 시장이 안정적으로 할 수 있잖아요. 잘된 팀들이 고향을 돌보는 그런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요.
“로컬의 아름다운 공간 만들기”
양조장을 예술적으로 지어보고 싶어요. 지역의 랜드마크처럼 홍동에 가면 맥주는 안 사도 양조장 건물은 보러 가자는 말이 나올 수 있게. 저는 이런 가공장들이 거점마다 곳곳에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농부들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곳들이요. 쌀맥주니까 볏단으로 지을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농사를 병행해야 하니 일주일에 한 번 양조하고 최소한의 규모로 하니 최소한으로 판매를 시작하고 조금은 규모를 늘리겠지만 크게는 안 할 거예요. 규모를 안키 우려는 이유가, 동네마다 이런 곳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서울까지 가서 판매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홍동 우리 지역을 중심으로 먹고살고, 물론 마르쉐는 가겠지만. 그런 차원에서 너무 크게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면 아내도 저도 여기에 메이게 되는 거라 싫어요.
생계로 하려고 하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가능은 하죠. 도시 분들이 도시 텃밭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용으로 하지 말고 내가 직접 기르는 게 의미가 훨씬 더 크거든요. 작물의 공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훨씬 더, 나에게 특화된 작물이 나온다고 해야 할까요? 이걸로 현대병도 치료할 수 있다고 봐요. 대신 본인이 직접 기르는 게 더 효과가 좋고, 그것들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프신 분들이 텃밭에서 자연농의 방식 혹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농작물을 기르는 것이 본인과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길이에요. 그리고 근본적으로 도시를 바꿀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생계로써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성의 시대잖아요. 똑같이 찍어내는 산업화 시대에서 흐름이 바뀌어가고 있어요. 스토리가 있는 제품, 작물이 주목받아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환경 훼손을 좀 덜 시키고, 오히려 복구시키면서 내 몸에도 좋은 작물이라면 충분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어요. 이런 농사를 돈을 벌기 위해서 선택하는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돈도 벌 수 있는 효과가 있어요. 큰돈은 아니어도 먹고 살 정도의 생계는 되죠. 하지만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는 어려워요. 권장할 수 있는 부분은 도시텃밭 정도가 될 것 같아요.
[마르쉐X파타고니아의 지구농부 프로젝트]
마르쉐X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 유기 농업'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농업을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 농부'라고 일컬으며, 이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지구 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농부여행]
마르쉐X파타고니아 지구농부프로젝트의 하나로, 함께 '지구농부여행'을 떠납니다.
지구를 되살리는 농사를 지향하는 마르쉐 농부님들과 함께, 자연재배 농부님들을 만나러 갑니다.
흙과 풀과 벌레가 같이 사는 곳에서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인터뷰집 '채소지'로 공유합니다.
* 풀풀농장의 연재 후 이어 풀풀농장 x 신비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신비원과 풀풀농장의 대화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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