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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쉐친구들 Jun 23. 2022

채소지_지구농부이야기02.신비원_김영자, 전세철 농부1

자연의 신비를 찾아가는 농부의 숲정원


마르쉐친구들이 작년에 지구농부여행을 하며 만난 지구농부들의 이야기를 채소지에 실어 브런치를 통해 발행합니다. 지구농부들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이번 회에서는 ‘신비원’에서 전하는                    

지구농부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채소지09_지구농부이야기 02 자연의 신비를 찾아가는 농부의 숲정원

지구농부 INTERVIEWEE : 전남 부안 / 신비원_김영자, 전세철 농부풀과 함풀




산이 밭이 되긴 어려우니 그냥 산에 나는 것들을 심어야 해요.
그냥 자연의 고집을 우리가 이해하는 게 빨라요.




Q. 농장을 거닐면서 많은 종류의 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심으셨나요?

 ‘아나스타시아’(대안 문명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책의 제목) 방식대로 잣을 심었어요. 수확 목적이 아니고 이 농장이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의식처럼 심은 것이에요. 지금 100여 가지 종류가 심겼어요. 나무들은 필요한 만큼 각 종마다 3~5그루만 심어요.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이 농장 안에 다양한 생명체가 살면서 서로 어우러져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목적이에요.

나무는 굉장히 오래 걸려요. 씨를 심으면 10년은 기다려야 열매를 얻어요. 고로쇠, 헛개, 개암나무, 꽃사과, 자두 등 웬만한 나무는 다 심었어요. 복숭아는 씨앗을 심었더니 자랐어요. 검은 자두는 잘 열리지만 나방이 다 빨아먹더라고요.

모과도 있는데 둘째 아이 백일쯤에 엎고 산책 갔다가 오래된 집 모과나무 아래 떨어진 모과에 싹이 난 걸 주워다 심은 거예요. 원종으로부터 출발해서 갈 수 있을까 해본 거죠. 그걸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지금 10, 20대라면 가능하지만 30대 넘어서 가족 꾸리는 사람은 그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요. 저도 살다 보면 포기하는 게 생겨요. 토종 살구는 16년 만에 첫 열매를 먹었어요. 맛있고 벌레를 안 타요. 일부러 따면 써서 못 먹고 장마 전에 저절로 떨어진 것을 얼른 주워다 먹어야 해요. 2주 전에만 왔어도 여기 온통 다 꽃이었는데 지금은 다 졌어요. 아이들이 학교 갔다가 예쁘게 꽃 핀 것을 보면서 집에 오는 게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도시에 나가 살아도 집에 오는 게 좋다고 해요.




Q. 농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수많은 생명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를 키웠다는 거예요.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를 있게 해 준 존재들이 있는 거죠. 내가 스스로 알아서 깨우친 게 아니라, 내가 잘나서 온 게 아니라, 나를 칭찬하거나 지적했거나 내게 나쁘게 했거나 했던 그 모든 것이 나를 여기에 있게 만들었어요. 나 아닌 모든 존재들이 나를 여기에 있게 한 것이죠. 그걸 아는 순간 나도 이 세상을 위해서 한 가지는 뭔가 하고 싶었어요.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요. 그건 뭘까 고민했죠. 나는 특별한 재능은 없고 몸뚱이만 있더라고요. 어차피 농사를 해왔으니 농업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하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죠.





Q. 거름을 넣지 않고 농사를 지으려면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할까요?

작물의 특성을 이용해 돌려짓기해야 해요. 목적이 마늘과 양파라면 그전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까 고민해요. 그러면 속도는 되게 늦죠. 보통 농업에서는 이모작으로 둘 다 얻지만 우리는 하나만 얻는 거예요. 한 번은 보리 기장 등을 심으며 그 작물을 키우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거예요. 마늘 한 지 20년 됐어요. 여름작물 중 마늘을 돕는 게 기장이구나 생각했어요. 옥수수 심은 자리에 마늘 심으니 다 죽더라고요. 이런 건 몇 년을 해봐야 답이 나와요.


오래 해보면 여기에 맞는 작물이 뭔지 답을 얻어요. 전문적으로 목적을 갖고 얻는 답이에요. 땅에서 뽑아서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바로 넣어줘야 해요. 마늘 심은 후 콩을 심는다면 그건 수확용이 아니에요. 한 작기를 완전히 포기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땅에서 착취만 계속하는 거니까요.



농장 위쪽에 과수와 약초, 산나물 등을 키우는 곳이 있어요. 산을 밭으로 개간했는데 채소를 심으니 잘 안되더니 원래 산에 자라는 애들은 잘 돼요. 구절초 고사리 취나물 등.

산은 확실히 오래 걸리더라고요. 산이 밭이 되긴 어려우니 그냥 산에 나는 것들을 심어야 해요. 그냥 자연의 고집을 우리가 이해하는 게 빨라요. 외부에서 들어가는 퇴비가 없어요. 퇴비를 안 쓰고 안 되는 건 포기해요. 이런 게 자연에 순응하는 거구나 하면서, 억지로 안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취나물 조금 뜯어서 우리 먹고 조금 팔고 그 정도면 족해요. 집약적으로 해서 우리가 원하는 작물을 얻기는 어렵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Q. 자연재배 방식을 취하더라도, 사람의 똥과 같은 부산물은 순환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인분을 퇴비로 안 하는 이유 중, 미생물 세계를 건드리는 건 오히려 사소한 문제예요. 독성은 발효시키면 되거든요.

첫째 기생충 문제가 있을 수 있고요, 또 하나는 전혀 다른 사고가 필요한 부분이에요. 모든 생명체에는 파동이 있어요. 사람이 먹고 나온 인분은 사람의 의식에 연결된 파동이 있어요. 그와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죠. 그러면 내 인분을 거름으로 넣어 키운 것을 나만 먹는 거라면 문제가 없죠. 그런데 남이 그걸 먹으면, 내가 어떤 의식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느냐가 포함되어 있으니 문제가 될 수 있죠. 그게 완전히 해체가 안 된 상태에서 작물에 가면 작물에 영향을 주거든요. 그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죠. 그걸 없애기 위해 해체되기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사람의 의식이 분해되고 없어질 때까지. 그걸 기다리면서 인분을 직접 쓰지 않는 거예요. 나만 먹는 게 아니고 수많은 다른 조건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거니까요. 최대한 원래 작물의 특성대로 키워서 내보내는 거죠. 특정 목적대로 키워서 줄 수도 있어요. 그러려면 그걸 먹을 사람이 지정이 되어 있어야 명확히 목적을 갖고 키워서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먹을 거니까, 순수히 마늘이 원래의 마늘이 되는 데에만 집중해서 키우는 거예요.



>> 신비원 편은 1, 2부로 나누어 발행됩니다. 곧이어 2부도 이어집니다.

* 이번 회는 지구농부여행을 함께 떠났던 지구농부, 풀풀농장의 이연진 농부가 인터뷰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풀풀농장 이야기 보기



[지구농부란?]

탄소를 다시 땅으로 되돌려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고 자연에 조화로운 방식으로 짓는 농사를 통해 자신의 자립과 함께 (기후위기 속에서) 지구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농부입니다.


[지구농이란?]

땅을 건강하게 되돌리고 자연에 조화로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삶을 통해 자신의 자립과 함께 지구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농부입니다.

 

[지구농사방법]

무경운 또는 최소경운을 통해 토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흙의 탄소저장력을 높입니다. / 무경운, 최소경운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화학비료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 무화학물질, 무투입

풀과 덮개작물 그리고 자연물멀칭을 통해 토양을 건강한게 한다. / 덮개작물, 자연물멀칭

다양한 작물을 섞어짓거나 돌려기르는 방식으로 땅과 작물의 건강을 돕는다. / 동반작물, 작물길드

다양한 씨앗을 이어가면서 생명다양성을 높이고 농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 원종, 토종, 자가채종

다양한 가축과 소동물, 그리고 미생물들과 공존하며 유기물의 순환한다. / 동물복지, 천적농법, 방목

전승되는 지식과 자급적 생산을 소중히 한다. / 발효, 저장, 농가가공

 

[지구농부들의 농법]

자연재배, 퍼머컬쳐, 재생유기농법, 유기농법, 전통농법, 생명역동농법, 탄소순환농법, 농생태 등


[마르쉐X파타고니아의 지구농부 프로젝트] 

마르쉐X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 유기 농업'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농업을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 농부'라고 일컬으며, 이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지구 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농부여행]

마르쉐X파타고니아 지구농부프로젝트의 하나로, 함께 '지구농부여행'을 떠납니다.

지구를 되살리는 농사를 지향하는 마르쉐 농부님들과 함께, 자연재배 농부님들을 만나러 갑니다.

흙과 풀과 벌레가 같이 사는 곳에서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인터뷰집 '채소지'로 공유합니다.


* 신비원 인터뷰 연재 후, 이어서 무주, 장영란농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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