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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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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니 Nov 01. 2022

지구종말론 3

 '그놈들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큰 거인이란다.'


 그동안 체제가 흔들릴 것이 우려되어 언급하지 못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때로는 진실을 감춤으로써 평화가 유지되기도 한단다.'


 우리는 벌써 이틀 밤을 앞만 보고 지나왔다. 얼마나 더 가야 할까? 아직 악취는 나지 않는다. 싱그러운 풀냄새만 감돌고 있다.

 막상 그 나쁜 놈들을 만나면, 무슨 수로 엄마를 구출하지? 거인들과 정면 승부는 무리다. 그들은 우리 문명을 손쉽게 괴멸시킬 만큼 기술이 앞서있다.

 나는 동생과 욱하는 마음에 대책 없이 나오긴 했지만, 엄마를 구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현실에 감정이 동요되었다.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구출 방법은 나중에 찾자. 우선 엄마를 찾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후에 벌어질 일은 상황에 맞게 해결하자.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저기 바위에 앉아있는 건 누구지? 야밤에 위아래로 시커먼 옷을 덮어쓰고 있다니. 혹시 정신병자인가? 저쪽은 아직 우리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걸음 속도를 줄였다. 저 앞으로 지나갈지, 어두운 숲 속으로 돌아갈지 잠시 고민했다. 동생은 가보자는 식으로 콧대를 까딱하며 신호를 보낸다. 그렇지만 내심 겁먹은 표정이다.

 우리가 수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으며 숨을 죽이고 슬며시 걸어갔다.


 "웬 놈이냐!"

 희한한 몰골로 앉아있던 사람은 우리를 발견하고 고함을 질렀다. 걸쭉한 중저음의 목소리다.

 "아이고 깜짝이야!"

 나는 두려움을 감추고 짐짓 놀란 척하며 태연하게 행동했다.

 "아저씨, 여기서 왜 그러고 있으세요?"

 "이놈들아, 니들이 내 집 앞마당에 들어와 놓고 무슨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여기가 아저씨 집이에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남의 집인 것도 몰라봤네요. … 뭐, 번지수를 표시할 시국도 아니지만…."

 나는 깜짝 놀라는 척 연기하며 사과했다. 이런 곳을 집이랍시고 유세 떠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집은 그렇다 치고 오밤중에 저런 괴상한 차림으로 바위에 앉아있는 것도 수상했다. 미친 게 틀림없었다.

 동생은 상황 전개를 나에게 일임한 듯 말없이 아저씨와 내 눈치를 번갈아 살피고 있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말씀 좀 여쭈어봐도 될까요?"

 아저씨는 경계하는 기색을 보이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묻는 말이 뭔지 들어보면 대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말을 이었다.

 "이쪽으로 가면 그자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나요?"

 "그자들이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문했다.

 "외계인들이요."

 "또…, 다시 시작된 건가?"

 안절부절못하며 겁에 질린 듯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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