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나는 무리 밖의 세상에 처음으로 발을 내딪었다. 기분이 묘하게 가벼웠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들떠서 행진했다. 나중에는 조금 뛰기도 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강물로 목을 축였다. 맑은 물을 마음껏 마셔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물길을 따라 걸으니 운도 따랐다. 뱀이나 곤충들이 자주 출몰했다. 비둘기와 오리도 이따금 만났지만, 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식사 거리로 가장 자주 입에 오른 것은 뱀이다. 생긴 건 끔찍해도 살이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상당한 별미다.
우리는 엄마를 납치한 놈들이 주로 출몰하는 낮에는 이동을 피하기로 했다. 공교롭게 출정한 첫날에 그들의 기척을 느꼈다. 그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황급히 나무 뒤로 몸을 숨겨서 무사할 수 있었다. 너무 두려워 고개도 내밀지 못했다. 한 번쯤 놈들을 봐뒀으면 좋았을 걸 후회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이후 우리는 밤에만 움직였다. 낮에는 주로 큰 나무 위에서 잠을 청했다. 그래도 잠을 자야 움직일 것 아닌가.
때로는 새가 와서 지저귀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깬 적도 있다. 비록 새들이 더 놀라서 후다닥 도망갔지만.
새 말고는 딱히 위험에 노출된 적은 없었다. 워낙에 조심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참. 외계인 말고도 조심해야 할 것들이 또 있다.
지린내가 코를 찌르는 놈들. 엄마의 엄마는 그놈들을 가리켜, 들개라고 불렀다. 들개들은 항상 무리를 지어 행동했다. 우두머리가 졸개들을 거느리며 다녔다. 곁에 따르는 졸개들은 우두머리에게 절대복종하며 빌빌 기었다.
채신머리라고는 없는 놈들이다. 정말 비열하고 지저분하다.
나무 위에서 쉬고 있을 때, 우연한 기회로 놈들이 뱀을 잡는 광경을 목격한 적 있다.
한 놈이 사냥감을 발견하고 목이 터질 듯 짖어서 무리를 한 곳으로 모았다. 뱀을 빙 둘러싸고 짖어 대기만 반나절은 한 것 같다. 한참을 으름장만 놓더니, 더는 견지지 못했는지 갈색 놈이 뒤에서 꼬리를 깨물었다. 뱀이 반사적으로 갈색 놈 코에 이빨을 쑤셔 박았다(나중에 콧잔등이 짱돌만 해졌다).
뱀이 공격한 틈을 타, 털이 너덜너덜한 놈이 뱀 머리통을 발로 눌러 제압했다. 그리고 이빨로 두개골을 박살 냈다.
정말이지 치졸하기 그지없는 싸움이었다. 한두 놈도 아니고 무리가 한꺼번에 덤비다니. 그 정도면 나도 상대할 자신이 없다. 최대한 저놈들을 피해 다니는 게 상책이다.
수적으로도 열세다. 절대 붙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린내가 너무 심해서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윽, 더러운 종자들.
강변의 밤공기는 아주 상쾌하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의 촉감.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는 잡초의 느낌. 밤의 고요함을 듣고 있으면 뭔가 벅찬 감정이 느껴진다.
우리는 꼭 필요한 말을 제외하고는 침묵했다. 관계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을 뿐이다. 나란히 길을 걸었지만, 서로의 세계 속에서 사색을 즐겼다.
우리는 가장 늙은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 길을 걸어갔고, 목적지에 도달할 때쯤이면 엄마를 구출해낼 방법도 생각날 것이라고 막연히 믿었다.
우리가 떠나기 전에 늙은 아저씨가 했던 마지막 충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