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이놈들아! 싸우지 마라. 나 여기 있다!"
"아저씨!"
"네놈들이 걱정되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원. 그나저나 아까 거인들을 보지 않았냐?"
"네, 그놈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아저씨는 저런 놈들 어떻게 싸우셨어요?"
"정면충돌은 어려운 일이지. 우리는 게릴라전을 펼쳤다. 놈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영리하지는 않아. 대체 그만한 기술은 어떻게 발전했는지. 같은 전략에도 여러 번 당하더군. 결국, 우리가 전멸당하긴 했지만…."
"아저씨가 와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는 아저씨를 끌어안고 한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홀아비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그 냄새도 그렇게 좋았다.
"애들아, 이제 그만 좀 놓고 가던 길이나 가자꾸나. 놈들이 또 나타날지 모른다. 우선 저쪽으로 이동하자."
우린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럽게 아저씨가 앞장섰다.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가 뒤따르는 형국이 되었다.
남의 엄마 구출 작전에 괜한 사람을 가담시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다만, 초연하게 행동하자. 채무의식을 느끼면 한없이 비굴해진다. 내가 더 쓸모없어 보일 뿐이다.
나중에 엄마를 무사히 구하고 나면 아저씨를 우리 무리로 초대하자. 그게 보답이 될지도 모른다. 고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봐서 아는 일이다.
"형! 저게 뭐지!?"
동생이 가리키는 방향에서 세상에 없는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우리는 황급히 달려갔다. 그곳은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료수까지 곁들여서 먹거리가 차려져 있었다.
우리는 하루를 통째로 굶은 탓에 이성을 잃고 음식을 먹어치웠다. 우리는 정수리를 맞대고 맹렬하게 먹고 마셨다.
"맙소사! 세상에 토끼 고기보다 맛있는 게 있었다니!"
아저씨도 황홀한 표정으로 접시를 핥았다.
아저씨가 논리와 이성을 벗어난 감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전쟁의 참상을 기억할 때에도 침착했던 아저씨다.
뒷덜미에서 뭔가 느껴졌다. 나는 꼼짝없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바로 옆에서 동생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는 어디 있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흑인 아저씨는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나는 형언할 수 없는 좌절감을 느끼며, 절규에 가까운 신음을 소리쳤다.
"아저씨이!"
"아, 이놈의 꼬양이 새끼들 또 들어왔네. 저번에 통장 행님이 구청에 민원 넣어서 싹 소탕했다 하드 마는 또 쓰믈쓰물 기어나오네예."
"안 그래도 저번 주에 박씨가 드론 띠아서 꼬양이들 숨어있는 하천에 쑥대밭으로 만들어서 다 쫓아 냈다 안 하나."
"그래 들쑤시면 뭐하는교. 결국 다시 모이는데."
"국밥집 아지매가 자꾸 고양이 사료 갖다 놔서 그렇다. 주지 말라고 내가 그 마이 경고했는데…."
"구청에서 중성화 수술은 계속하고 있는 갑더라. 예산이 부족해서 1년에 한 두바리 밖에 못한다더라."
"에레이, 그렇는교? 밤 되면 내애 울어 샅고 시끄러바스 몬 살겠대."
"그란데, 이 아들은 우짜지?"
"껌은 거 한 바리는 쌔가 빠지게 도망갔고. 흰둥이 두 바리는 완전 새끼네."
"행님 집에 데려가서 키우소. 얼라들 억쓰로 좋아하겠네. 허허허."
'미야옹, 미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