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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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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니 Nov 06. 2022

아머 킹 2

 "어."

 "가만 보자."

 내가 오락실 문 너머로 흘끔 확인했다. 정말 째철수가 맞았다. 그는 몸이 육중하게 비대해져 있었다. 한 구십은 넘어 보였다. 그리고 언제 나타났는지 일행이 한 명 더 있었다.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학생이 째철수 옆에 앉아 있었다. 여차하면 째철수 덩치에 가려 존재감을 느끼지도 못할 터였다.

 째철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 술봉지를 짤랑거리며 들고 있는 입장에서 도덕을 논하는 것도 우습지만, 우리로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광경이었다. 운전 만큼 내로남불도 없지만, 당시 우리의 편협한 마음가짐도 그러랬다.

 바닥에 떨어진 꽁초 몇 개가 줄담배를 피웠다는 이력을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회색 교복바지에 번쩍거리는 나이키 에어맥스가 대비되었다. 괜한 질투가 밀려왔다.

 "아, 저 자식 꼴 못 봐 주겠는데?"

 "못 봐 주면 뭐 어쩔 건데? 자식아. 집에 가서 영화 틀어놓고 술이나 먹자."

 "아니, 안 되겠어. 한대 패고 가야겠다."

 "뭐? 미쳤어?"

 "딱 한 대만 패게."

 "야 그러면 시끄러워져."

 "그러니까, 자식아 패고 토끼면 되지."

 "얌마, 너인 거 다 알아보고 가만히 있겠냐? 후환이 두렵지도 않냐?"

 "얼굴 가리고 패면 되잖아."

 그러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유난히 짧은 곱슬머리가 눈에 띄었다.

 "너인 거 다 알아. 복면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복면 그거 좋은 생각이다. 집에 복면 없지?"

 "집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냐? 검은 비닐봉지라도 덮어쓰고 하지 그러냐."

 "오! 좋은 생각이다. 야, 빨리 술 다 빼 봐."


 나는 웃음이 터졌다. 말린다고 그만둘 대현이 아니었다. 술병을 손가락 사이로 주렁주렁 쥐고 봉지를 건네었다.

 대현은 길가에서 봉지를 덮어쓰고 손톱을 밀어 넣어서 눈 부분을 뚫었다. 나는 웃음을 참기 힘들어 호흡곤란에 이를 지경이었다.

 "야! 좀 조용히 해. 들키겠어!"


 나는 입으로는 말리기는 했지만, 대현의 작전이 여기서 무산되는 것을 내심 원하지 않았다. 좀 선을 넘는 짓이긴 했다. 그러나 발상 자체로 너무 웃긴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의 말로를 보고 싶기도 했다.

 애초에 내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웬만큼 진지하게 말리기도 했다. 따라서 양심의 가책은 거의 느끼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다.


 대현의 숨결에 봉지가 들썩거렸다.

 "내가 묶어 줄게."

 "그래, 단단히 고정해야겠다."

 군용철모 쓰듯 턱 밑으로 봉지 손잡이를 묵어 고정했다.

 "이만하면 끄떡없다. 야 괜히 나 잡으러 오면 어떡하지? 난 저기로 가 있을 테니까 넌 저쪽으로 도망가. 쫓아 오걸랑."

 "그래, 걱정마. 저기로 도망가서 따돌리고 너네 집으로 갈게. 이따 만나자."

 "오케이." 나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난데없는 기습 린치를 맞고 쫓아올 정신이 있을까 싶었다.


 대현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미친놈이었다. 그 괴상한 몰골로 째철수에게 접근해서 다짜고짜 90도로 꾸벅 인사를 했다.

 째철수는 검은 봉지를 덮어쓴 이상한 남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겁에 질려 반대쪽으로 몸이 기울였다. 그러면서도 조이스틱은 쥐고 있었다.

 승리에 대한 야욕이 대단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여자친구도 놀란 나머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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