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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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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니 Nov 07. 2022

아머 킹 3

 대현은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절도 있게 거수경례까지 올렸다. 그리고는 주먹을 움켜쥐고 째철수의 광대를 향해 힘껏 펀치를 날렸다.

 그다음 일련의 행동들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 경박하게 줄행랑을 쳤다.

 모든 광경을 지켜보면서 거의 숨을 쉬기 힘들 만큼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잡히기 싫었다. 그리고 나는 숨어 있는 처지였다. 대놓고 웃음을 터트릴 수도 없었다. 웃음보를 참느라 배에 힘을 너무 준 나머지 복근에 경련이 일었다.

 그가 만일 나를 범인으로 보고 잡으러 왔더라면 나는 속절없이 잡혔을 것이다. 째철수의 그 육중한 덩치에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응징당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

 다행히 째철수는 갑작스러운 린치를 당하고도 상대를 오인할 정도로 정신이 혼탁하지 않았다.

 대현의 우려대로 봉지 때문에 숨을 쉬기 어려웠고 얼마 못 가 잡혔다.

 나는 길가에서 술병을 주렁주렁 쥐고 미친 사람마냥 실실거렸다.

 집으로 가는 내내 웃음이 통제되지 않았다. 무엇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었다.

 내가 집에 도착하고도 대현은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정말 무슨 일이 난 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이런저런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 때, 현관 벨이 울렸다. 입가에 경직된 미소를 띠고 있는 대현이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씨팔, 잡혔어."

 "어? 너 달리기 빠르잖아. 아까 그 덩치한테 잡혔다고?"

 "비닐 덮어쓰고 있으니까 숨을 못 쉬겠더라고. 그리고 어찌나 웃기던지 얼마 가지도 못하겠더라. 이러다 잡히겠다 싶더라니까. 골목길로 꺾어 들어가서 따돌리고 아무 집 대문에 들어가서 장독 뒤에 숨었지."

 대현은 숨을 한차례 크게 몰아쉬고 이어 말했다.

 "아니, 그 자식이 골목길에 들어와서는 이 집, 저 집 샅샅이 뒤지고 있지 뭐야. 다시 나와서 도망가면 들킬 것 같아서 숨죽이고 앉아 있다가 끝내 그 자식한테 잡힌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 새끼 많이 컸더라."

 나도 예상했던 바였다.

 오락실에서 만난 그는 우리가 어릴 때 못살게 굴던 째철수가 아니었다.

 비대해진 체격으로 보나, 학칙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게 꾸민 교복을 보나, 모범생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 흡연도 하는 걸 보면 동네에서 껌 좀 씹고 다니는 범주에 드는 것 같았다.

 우리는 주먹으로나 학업으로나 그와 붙으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 다만 어린 시절 그를 괴롭히던 위치에 있던 우리는 겉으로만 마냥 우습게 여겼다. 대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복면 따위를 찾을 이유는 없다.

 담배 좀 끄라며 당당한 모습으로 면박을 주고 말았을 텐데 말이다.


 어떻든 대현은 째철수와 조우하게 된 상황을 이어 말하자면,

 "어? 황대현 아니야?"

 "어, 나 황대현이다."

 째철수는 놀라며 물었고 대현은 그렇다며 태연하게 말했다.

 "야 임마, 그래도 그렇지 여자 친구도 있는 데서 갑자기 때리고 튀는 법이 어디 있냐?"

 "얘 봐라? 임마 소리까지 하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니, 이건 너무 한 거 아냐?"

 째철수는 생각보다 신사적으로 말했다. 마침 골목 끄트머리에서 째철수의 여자친구도 걸어오고 있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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