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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니 Nov 07. 2022

아머 킹 4

 "이게 미쳤나?"

 "야,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미안하다. 한 대만 맞아라."

 그러고는 대현의 안면에 펀치를 한 방 꽂아 넣고 자신의 애인을 향해 뛰어갔다. 째철수는 그것이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대현은 그렇게 한 대 맞아 주고 왔노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맞고 온 게 아니라, '맞아 주었다'라고 했다. 뭐, 진실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괜찮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하나도 안 아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도 얼굴에 외상이나 어떠한 데미지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대현의 표정은 어둡게 그늘져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십 대였고, 그런 일을 오래 붙잡고 있기에는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나이였다.

 그 일이 대현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그런 일에 연연하는 것을 '뒤끝 있다'라고 표현했다. 응당 털어버리고 잊는 게 바람직한 자세로 간주되었다.

 시대가 그렇게 규정지으면 그렇게 따라야 했다. 묻고 따지고 드는 것은 좋지 못한 자세였다. 더구나 괜한 사람에게 주먹질한 것은 대현이었다. 선행된 폭력의 대가로 몇 대 맞았다고 따지는 것도 애매했다. 하물며 한 대로 그쳤다.

 대현은 이후로도 그런 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이따금 저지르곤 했다.

 누가 부추기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나서서 돌발 행동을 일삼았다. 나는 그 덕에 창피를 좀 보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시간은 흘러 우린 스무 살이 되었고 다른 지방으로 흩어졌다.


 대현의 고등학교 성적은 전교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학교는 매년 신설되었고 학령인구는 감소했다. 그 말은 대현에게도 러브콜을 보내는 학교가 더러 있었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 대현에게 전액 장학금을 제안한 학교도 있었다.

 전문학사 과정의 전문대였다. 무려 2년 전액 장학금을 제안했다.

 그 학교 법인은 일본의 사립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다. 대현은 졸업 후 일본의 대학교에 무시험 편입으로 이어지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편입된 학교의 등록금 또한 장학금 혜택이 주어졌다. 단지 생활비만 지원되지 않는 조건이었다. 상당히 매리트 있는 제안이었다.

 그 학교는 유명한 재벌 기업의 소유로 알려져 있다. 애초에 기업에서 학교 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는 이문을 보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학교 법인에 기부금을 내면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그 법인의 이사진에 혈족들을 앉히면 증여세나 상속세 한 푼 내지 않고 자산의 이전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돈이 좀 들어가도 학교의 존재 자체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든 대현은 그 매력 있는 제안도 거절했다.

 그런 자리가 소위 말하는 인기 학과 일리 만무하다.

 정원 미달인 애견피부관리테라피학과에 입학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결국, 대현은 우리나라의 땅끝에 해당되는 아주 먼 도시로 떠났다. 이름도 생소한 종합대학교에 진학했다. 전공은 목탁디자인학과다.

 대현은 대학 생활에 푹 빠져 한동안 본가로 오지 않았다. 9살 이후로 거의 10년 만에 서로가 없는 가장 긴 시간을 보냈다.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야 우리가 다시 모일 수 있었다.

 처음으로 공식적인 성인의 자격으로 술자리를 가진 셈이다. 왁자지껄한 번화가의 술집은 꺼려졌다.

 우리는 괜히 어른스러운 척 나이가 한참 든, 노티를 내고 싶었다. 주 고객층이 중년 아저씨들인 동네의 낡은 조개구이집에서 술을 마셨다.

 술이 몇 술배 돌고 대현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충격이었다. 반면 재호는 중학교 때부터 흡연을 시작했다.

 재호는 늘 흡연욕이 강했다. 우리는 항상 그 점을 나무랐다. 누구 한 명이 뭔가를 시작하면 우르르 따라 하는 관성이 심한 나이였다. 대현과 나는 이상하리만치 담배에 대해서만은 배타적인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 대현이 담배를 꺼내 문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현의 배경에 내가 없었더라면 중 고등학교 시절 진작 담배를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대현이 가끔 돌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나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 구경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담배는 내가 싫어서 만류하지 않았을까? 나도 뭔가 이중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떻든 어린 시절 노래방이나 게임방을 가면 재호는 통제력 없이 줄담배를 피워댔고 우리는 간접흡연만 줄곧 했다.


 "너 언제부터 담배 피웠냐?"

 "하…. 말도 마라 거기서 많은 일이 있었다."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내가 모르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일축하는 건 뭐람? 나는 상당히 섭섭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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