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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니 Nov 08. 2022

아머 킹 6

 "어, 친구. 반갑다. 나는 잘 있었다. 너는 별일 없고?"

 "나야 뭐, 늘 똑같지."

 "결혼은 했냐?"

 "아니, 안 했어. 너는?"

 "나도 아직이다.

 "회사는 잘 다니고 있냐?"

 "어딜 말하는 거지?"

 "예전에 재호한테 듣기로 물류회사 다닌다고 했었는데?."

 "아, 거기는 예전에 그만두고 지금 다른 일 구했다. 그 왜 종훈이라는 애 알지? 걔네 집에서 마트를 하나 오픈했는데, 지난주부터 거기서 정육코너 보고 있다."

 "어? 어, 종훈이라는 녀석하고 참 오래간다. 그럼 회사까지 그만두고 일을 봐주는 거야?"

 "아니, 나 실은 정신병원에 있었어. 크크크큭!"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딱히 흉이 될 것도 없는 시대다. 다만 근 10년 만에 연락이 와서 태연하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게 너무 이상했고 괴상한 웃음소리도 뭔가 오싹하게 들렸다.

 "뭐? 정신병원? 어떻게 된 일이야?"

 "아니 뭐, 별거 아니야. 그 조현병 같은 거 있잖아. 그게 걸려 가지고. 두 번이나 입원했었어."

 나는 슬슬 겁이 났다.

 "나 예전에 옷가게 한 거 알지?"

 "어, 알지."

 그 옷가게는 대현이 이십 대 초반 학교생활을 뒷전으로 하고 허송세월을 보내던 시절, 그의 부친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대현의 아버지는 대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도입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곧바로 부동산중개업에 뛰어들었다.

 대현의 부친이 고학력자라는 점과 80년대의 높은 취업률을 감안하면 좀 특이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대현이 방황하던 시기. 괜찮은 번화가에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작은 점포가 매물로 나왔다. 보증금은 천오백만 원에 불과했다. 기존에 옷가게를 운영했던지라 추가적인 시설비도 들 게 없었다. 다만, 월세가 150만 원인 점이 좀 부담되긴 했지만, 주변 시세에 비해 싼 편이었다.

 옷장사는 대현에게는 눈이 튀어나올 제안이었다. 대현의 최대 관심사는 패션이었다. 과거에도 입만 열면 언젠가는 옷가게를 개업해 마음껏 꾸미고 싶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었다.

 나는 그 무렵 대현과 여전히 소원한 상태였다. 따라서 옷가게 창업에 관해서는 직접적으로 보거나 들은 것은 일절 없다. 그러나 나는 대현과 초중고를 같이 나왔기에 서로를 아는 동창도 많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들을 여지가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대현은 소셜미디어 중독이었다. 자신의 모든 삶을 인터넷에 공유했다. 때문에,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대현은 어릴 적부터 수염이 많이 났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 속대현은 털보가 되어있었다. 흑인처럼 두피에 밀착되어 있는 곱슬머리도 한결같았다. 그리고 폭염임에도 불구하고 긴 팔 니트를 입고 있었다.

 또한 무슨 마케팅 전략인지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여성복을 취급하는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모든 게 난해했다. 행위예술가 같은 차림을 하고 여자 옷을 팔고 있으니, 질투심은 차치하고도 손님이 퍽이나 많겠다 싶었다.

 동창들도 갑자기 옷가게가 툭 떨어진 거나 다름없었던 대현을 시기했다. 하나같이 두고 보라며 그의 처참한 실패를 예상했다. 대현이 정말로 망해가고 있을 때 동창들은 경쟁하듯 앞다투어 나에게 보고했다.


 "웬 남정네가 그렇게 드러운 행색을 하고 있으니, 누가 들어가고 싶겠냐? 월세도 못 맞춰서 일수 당겨 쓴다더라."

 재호마저 사정이 이렇게 될 것을 예견했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다음번에 들은 소식은 더 암울했다. 옷가게 매출이 바닥을 치자 옷을 떼올 돈까지 말라붙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대현의 모친이 가게를 맡아주고 그는 일용직 알바 신세로 전락했다고 했다.

 주로 공항에 수화물을 하역하는 일을 했다. 당일 지급되는 일당은 도파민에 목말라했던 대현에게 단비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임시로 몸담았던 일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아무런 경영 전략 없이도 보수가 따박따박 나왔고 대현은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 말했다고 했다. 가게 일도 모친이 별다른 문제없이 계속 이어 했다. 장사도 그럭저럭 매상이 오른 상태였다.

 타고난 친화력이 있던 모친이 적극적으로 아양을 떨었고 그게 손님에게 먹혀들었다. 손님은 점차 늘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워낙 박리다매인지라 인건비나 겨우 건질 정도였다. 

 그쯤 대현은 퇴근 후에 술집을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옷가게 일에는 싫증이 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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