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니 Dec 09. 2022

홈리스 36

 은주는 무일푼이었다.

 자매가 없었더라면 당장 거리로 나앉을 상황이었다.

 당분간이라는 조건을 걸고 자매의 집에서 지내기로 합의를 보았다.

 자매는 각각 대학 4학년, 1학년이다.

 민지는 학교생활이 삐꺽거려 1학기만 마치고 휴학 중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내고 있었다.

 민서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진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주는 아이들이 빠져나간 방에서 나와 거리를 걸었다.

 그 어디에도 철창이 없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가슴이 뚫리는 후련함을 느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 지겨운 점쟁이 노릇을 다시 해야 하나.'

 기쁨과 분노가 교차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공원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문뜩 은주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있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죄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주택가는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다. 도처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20년 동안 세상은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은주는 갈팡질팡하다 민지가 일한다는 카페를 둘러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민지에게 누가 될까 봐 먼발치에서 구경만 했다.

 젊은 시절 영국과 데이트를 하던 올림픽 다방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뭔가 이국적인 분위기가 잔뜩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커피를 직접 서빙을 해야 했다.

 은주는 약간 해괴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유리 문밖에 은주가 서 있는 걸 알아본 민지가 황급히 뛰어나왔다.

 민지는 청색 베레모에 갈색 계통의 앞치마 차림을 하고 있었다.

 "엄마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민지야! 생각났어!"

 "응? 뭐가?"

 "아이디어! 우리 사업!"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매거진의 이전글 은주 3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