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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May 29. 2017

<한나 아렌트>,<나는 부정한다>,<라벤더의 연인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들......

 한나 아렌트, 유태계 독일  출신 정치철학자이죠.

그녀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저서에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 정책 가담자였던 아이히만이 전후 아르헨티나로 숨어들어 살고 있었으나 유태인들에 의해 적발되어 이스라엘로 송환되어 재판을 받고 사형 당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재판 과정에 참석하여 그에 대한 글을 쓰기로 위임 되어 이스라엘로 떠나고......

그녀는 독일에서 공부할 때 하이데거의 수제자였을 뿐 아니라 잠시 그의 연인이기도 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너무나도 덤덤하게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유태인 지도층의 도움으로 이루어짐을 강변하는 그를 보며, 악마 정도의 죄인을 상상하던 그녀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설파합니다.  하이데거를 통한 사유의 능력을 키운 결과였겠죠. 잠시 유부남이었던 스승과의 연인 관계였던 이력, 존경하는 그 스승이 나치 정부에 동조하는 모습은 그녀에게 많은 충격과 깊은 성찰로의 초대였을 겁니다.  그녀에겐 같은 학자로서 살아가는 남편과 동료 교수들과의 동지애가 돈독했고.....  그녀의 경험으로 인해서일까요?!  남편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 여교수에게 쿨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녀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이론은 극심한 반향을 일으키고 성난 군중들을 피해 있어야할 정도로 심한 압박에 시달립니다.  유태계이면서 동족의 미움을 자처하며 학자적 소신을 굽히지 않는 한 멋진 여성 학자에 대한 이야기.  멋진 사유의 힘, 그리고 학자적 양심에 당당했던 그녀.  언뜻 실존주의의 대가 하이데거가 약간은 빈약한 인격으로 서술된 듯 하나 그의 철학 세계는 대단한 것이었죠. 그가 했던 말을 그의 수제자였던 한나 아렌트가 실천해 보인 삶을 산 걸까요?!  하이데거는 설파했습니다.

잡담은 천박함을 낳는다. 호기심은 진정한 관심도 놀랄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새로운 것','뭔가 다른' 것을 필요로 하는 기분전환의 형식이다.
그러나 가능성으로서의 진정한 존재와 자유를 드러내게 하는 기능을 가진 기분, 불안, 두려움 등이 있다.
이것은 자신을 선택하고 자신을 지배할 자유가 인간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시간의 관련, 인간 존재의 유한성의 관련은 자신의 죽음과 만날 자유, 즉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그 죽음과 지속적인 관련을 맺는 것으로 체험된다.

 

  또 한편의 유태계 여인의 실화를 다룬 영화가 있죠.    <나는 부정한다>

1996년, 홀로코스트가 없다고 주장하는 재야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이 유태계 여성 역사학자인 데보라 립스타드와 그녀의 책 <홀로코스트 부인:진실과 부인에 대한 공세 강화>을 출간한 팽귄 출판사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합니다. 영국에서 이루어지는 이 법정 투쟁에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변론을 맡았던 유명 변호사팀과 법정 변론자로 리처드 램튼이 나섭니다.  열정에만 불타오르는 피고인에게 그녀의 변론팀은 직접 발언을 못하게 하고, 심지어 매일 같은 방향으로만 하는 죠깅 코스를 바꿔보라는 조언까지 합니다. 거기다 법정 변론인으로 나선 리처드 램튼은 너무 냉철해 차기워 보이는 형국. 그러나 그는 변론 팀과 함께 샌드위치 식사와 함께 고급 와인을 대접하며 팀웍을 다져나갑니다. 결국 이성적으로 어빙을 읽고 헛점을 파고들어 승리로 이끌어 역사 왜곡을 막게 되는데요.  역사학자로서의 소명의식이 투철한 데보라 립스타드는 열정 가득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자신을 부정하여 정도를 가는 법도 그리고 팀 플레이의 중요성도 알게 됩니다.

<데미안>에서의 그 문구가 다시금 떠오르더군요.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이번엔 여성 이야기이지만 조금은 다른 영화 이야기입니다.  <라벤더의 연인들>

영국 어느 조그마한 해변 마을에 조용한 황혼을 지내는 쟈넷과 우슐라 자매가 있습니다. 어느날 젊은 폴란드 청년이 조난된 채 발견되고, 그녀들은 그를 지극 정성으로 돌봅니다. 영어도 통하지 않고 기억 상실까지 있는 그가 바이올린에 대단한 재능이 있음이 알려지고....  마침 그 동네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던 여성 화가에 의해 큰 무대에 서게 됩니다.  그 와중에 쓸쓸히 늙어가던 두 자매는 야릇한 연정을 느끼게 되고, 특히 연애 경험이 없던 동생 우슐라는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로맨스 감정은 나이와 상관 없는 걸까요?!

그 아름다운 여성 영화의 음악을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직접 연주했다네요. 배우의 연주 연기 역시 지도함은 물론이고.

 여성의 삶, 다른 처지와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모두 아름답습니다.  5월은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모의 달'로 지정되어 기념하지요.  또 한분의 숭고한 여성의 삶을 장미 꽃다발과 함께 기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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