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시리즈의 광팬이지만 에단 호크가 내 맘을 끌지는 못했던거 같습니다. 오히려 여주인공 줄리 델피를 많이 좋아했었던 듯. 허나 이번 영화 <내 사랑>에서 그의 연기에 훅 빠져버렸습니다. 물론 여주인공 셀리 호킨스에게도 감동을 준 연기에 같은 크기의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바로 이 대표적인 그림으로 유명한, 우리 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캐나다 출신 여성
화가 모드 루이스에 대한 영화.
그녀는 선천적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어 신체적 장애를 가진 안쓰런 여자입니다. 게다가 가족마저 그녀를 골칫거리로 여겨 심한 학대에 시달리는 현실. 모드에겐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고. 바로 그 즈음, 동네 가게에서, 가정부를 찾는 에버렛을 보게 되고 몰래 전단지를 가져가 절룩 졸룩이며 외딴 그의 집을 찾아갑니다.
고아 출신으로 거칠고 투박한 그는 폐기물을 수거하여 팔거나 생선 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사나이고....
우여곡절 끝에 그 둘의 동거가 시작되고.
험한 말과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하는 그는, 차츰 예쁜 그림으로 아름다운 생활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 결혼하게 됩니다. 그녀의 지혜와 그림 솜씨는 널리 소문이 나고, 부통령 시절 닉슨까지 그녀의 작품을 구매합니다. 사람들은 때로 모드가 에버렛의 성노예라 했으며, 결혼 이후는 여자 덕분에 한 키 잡은 운좋은 남편 취급까지......
처음 에버렛의 집을 찾았을 때, 그녀를 거절하는 그에게 모드가 말합니다. "You need me"라구요.
에버렛의 품에 안겨 죽어가는 모드가 "나는 사랑받았어요"라고 고통 중에도 에버렛에게 읇조립니다.......
대학 초년 때였어요.
한 남자가 내 마음에 들어왔고, 한참 유행하던 팝송, 앤 머레이의 'You needed me'가 저를 사로잡았던 그 시절로 기억의 회로를 따라가게 하던 한편의 아름다운 시 같았던 영화 <내 사랑>...
상실을 맛본 사람만이 타인의 상실도 알아보는 걸까요?!
그리하여 우리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영화들이 있죠. 그 중 두편, <자전거 탄 소년>과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 입니다.
<자전거 탄 소년>은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로 세실 드 프랑스가 출연한 영화입니다.
프랑스가 배경인 영화이구요.
시릴은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보육원에 맡겨진 소년입니다. 시린 마음을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면서 달래는 그에게 위탁모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가 인연을 맺고 그와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시릴의 위로가 되어줍니다. 혼자 살며 미용실을 운영하는 그녀가 남친까지 포기하며 시릴을 돌보기로 한 것은 서로의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시크하게 표현해 내는 장면 장면이 정말 멋지더군요.
그렇담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은 영국인 이야기입니다. 실화이구요.
런던에서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 제임스 보웬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함께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불우한 남자입니다.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치료 중인 상태이고. 그를 돕는 상담사 덕에 거처를 얻게 되고, 상처 입어 피를 흘리는 고양이 밥이 그 집에 들어옵니다. 이웃 동물 애호가 여친의 도움으로 밥을 치료해 주고 밥과 제임스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항상 그의 어깨 위에 있는 귀여운 외모의 밥 덕분에 둘은 유명세를 타게 되고... 상담사 도움으로, 또한 중독자였던 오빠의 자살로 상처가 큰 여친의 절대적 혐오가 각성이 되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제임스는 결국 책을 써보라는 출판사 권유로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이라는 제목의 자기 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영국에서는 엄청난 베스트 셀러라고 하더군요.
세 편 모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타인으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느끼는 이야기네요.
그래요. 때론 내가 상실의 아픔으로 헤메이는 영혼이기도, 때로는 나의 상처로 타인의 상실을 위무하기도 하는 그런 역할에 충실하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