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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Jul 03. 2017

 어윈 올라프의 <Human & Nature>전을 보고

'82년생 김 지영'이 떠오르는 이유.....


https://youtu.be/XzyHOb9OwkI

 며칠 전 Jtbc의 '문화 초대석'에 가수 이효리씨가 나왔더군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신선했고, 걸그룹 출신 여가수의 삶의 행보가 눈길을 끌어 링크해 봤습니다. 신곡 중 'White Snake' 가사에 대한 답변이, "몇일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새하얀 식빵과 포토샵을 하여 하얗고 젊어보이는 모습으로 드러난 잡지  속의 본인 사진을 보고 든 단상"이었다며, 짙지 않은 화장에 눈가 주름을 노출한채 답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우린 단지 편리하단 이유로 자연을 파괴하고, 영원한 젊음을 위해 자신의 몸을 학대하기도 하고......  그저 유행을 쫒아 영혼 없는 삶을 따르기도 하죠.

그러한 이야기를 영상 작품으로 보여주는 사진 작가 어윈 올라프(ERWIN QLAF)의 'Le Dernier Cri 최신유행'(the latest fashion)(2006)을 보러 공근혜 겔러리에 갔었죠.

어윈 올라프는 렘브란트, 베르메르 등 네덜란드 거장들의 뿌리를 잇는 21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죠. 그는 네덜란드의 고전 회화 형식을 차용하여 상업 사진과 순수 예술 사진의 경계를 허물고, 인물과 오브제를 단순한 상업적 수단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작업을 해왔답니다. 이번에 소개된 영상 작품 '최신유행'은 3분 가량의 비디오와 인물과 정물을 담은 5점의 사진 작품으로 구성됩니다. 2019년 파리를 배경으로 작가가 상상한 미래적이고 현실 풍자적인 작품입니다.

 헐리우드의 유행에 민감한 여자들의 패션 집착과 과도한 성형수술 등에 대한 올라프의 현실 고찰과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거북할 정도로 완벽한 정물화 같은 실내 모습과 성형에 집착한 여성들의 모습은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더군요.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에서 귀신 들린 소녀가 외치던 대사였죠.

철학 없는 삶, 그저 트랜드만 따라가는 세태가 우릴 어디로 끌고갈 것인가 고민해야 할 시점인 듯 합니다.

겔러리를 나와 터덜 터덜 삼청동 골목길을 걷노라니 작은 화분에 심어놓은 식물과 그 옆 이런 문구를 누군가 써놓았더군요.

"씨앗"
너무 애쓰지마
너는 본디
꽃이 될 운명일지니

 우린 본디 꽃이 될 숙명으로 이 세상에 왔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김 춘수 시인처럼 꽃이 되어줄 누군가를 서로 불러주면 될 것을.....


 허나 현실 세계는 아직 뭇 여성들에게 팍팍한 현실입니다. 적나라하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 있습니다.  정치인 노 회찬씨가 문 재인 대통령께 선물했다 해서 더욱 유명해진

<82년생 김지영>

82년생 중 가장 흔한 이름이라는 김지영. 그녀가 여자라서 겪어야 했던 억울한 세상살이와 토해내지 못한 말들이 그녀의 몸 구석 구석에 숨어 있다가, 독박 육아를 하며 유모차에 딸을 태운 채  15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시며 공원 밴치에 앉아 있다가 '맘충'이란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되자,  주변 여성들의 목소리를 빌려 뿜어져 나옵니다. 그녀는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고......


 보봐르의 <제2의 성>이 세상에 나온지 오래지만,  아직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남성들, 여성의 외모가 그녀의 모든 것인 듯 생각하는 그들, 그리고 저급한 그런 사고에 동조하며 자신을 파괴해 가는 여성들.......


 어쩜 <82년생 김지영>은 패미니즘 이야기 뿐 아니라 이 시대 약자 모두를 위한 소설일 것입니다.

서로 서로 이름을 불러주며 기괴한 괴물이 아닌 귀한 의미로 남을 수 있는 세상이길 꿈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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