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열린디자인 &컨텐트 컨퍼런스 2020에서 좋았던 강연 몇 개를 요약해서 올린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예정된 컨퍼런스는 코로나 19로 온라인으로 선회했다. 코로나로 확산된 비대면 현상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모든 일에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두 손 들고 환영할 비대면 사건이 생겼으니 바로 해외의 컨퍼런스와 수업들이 상당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학생 비자 거부는 최소한의 출석조차 없애고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시키는 수업을 증가시키고 있다.
호텔, 항공, 등록비, 여행비까지 더해지는 지적 향연이자 자본의 향연이기도 한 해외 컨퍼런스 참가는 회사에서 큰 포상을 받거나, 학구열이 넘치는 소수의 직원이 아니라면 엄두를 내기가 어려웠다. 이런 언택트 현상은 과거 1/3~1/4 의 비용으로, 시차로 졸 걱정도 없이 좋은 수업을 듣는 기회를 창출했다. 녹화 영상을 제공하면 아쉬운 영어 리스닝으로 듣지 못한 부분까지 되돌려 들을 수 있으니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올해의 디자인 & 컨텐트 컨퍼런스에서는 조지 플로이드와 성차별 금지로 대두되는 차별 금지의 흐름이 강연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다. 다민족, 다문화 역사와 그에 따른 갈등이 상상할 수 없이 깊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차별관련 논의가 현업의 레벨에서까지 꽤 깊이 있게 이뤄지고 있었다.
첫 번째 후기인 이 글은 차별과 편견에 대한 흐름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디자이너로서 차별과 편견에 대항하는 자세와 노력에 대해 다룬다.
1. 데이빗 딜런 토마스David Dylan Thomas: Fight Bias With Content Strategy(현재글)
2. 사라 리처드Sarah Richards: Content Design, Why There's Another Title In Our Industry
4. 웬디 요한슨 Wendy Johansson, 에린 골든Erin Golden: Computational Experience: The New CX
데이빗 딜런 토마스
-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한다.
예를 들면, 주사위에서 큰 숫자가 나오기를 원하면 주사위를 세게 던지고 작은 수를 원하면 살살 던지는 것 같은.
편견에 거스르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편견의 사각지대(bias blind spot)라고 부른다.
인식의 95%는 무의식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인지 편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에러를 저지른다.
-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
사람들에게 주민 번호 마지막 두 자리를 써보라고 한다. 그리고 와인 한 병 입찰가를 써내라고 했다. 높은 수를 적은 사람은 높은 가격에, 낮은 가격을 적은 사람은 낮은 가격에 입찰을 한다.
"이제 앵커링 할거야. 절대 하지마~~~" 경고해도 한다.
"앵커링에 안당하면 돈 줄게" 해도 한다.
- 선택 설계자 choice architecture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인지 편향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퍼마켓 진열대
사람들은 보통 위에서 물건을 집기 때문에 오래된 재고부터 소진할 수 있도록 진열대를 설계한 디자인이다. 당신의 디자인은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어떻게 선택할까?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다. 95%의 사람은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선택을 한다.
개발자를 채용할 때 떠오르는 사람은 마른 백인 남자,
남성스러운 이름과 여성스러운 이름이 상단에 적힌 이력서가 있다면 여성의 이력서는 기각 파일에 들어간다.
AI 채용은 공평할거라고? 엄청난 성차별자임이 밝혀졌다. 왜냐하면 여자의 이력서는 검토안하는 행위를 학습하기 때문.
AMAZON GO는 반대이다. 아마존고는 무인 상점이다. 쇼핑몰 점원은 흑인 여성에게 좀더 공격적인 경향이 잇다. 하지만 아마존고에서 쇼핑을 한 한 흑인 여성은 매우 해방감을 느꼈다고.
- Cognitive Fluency
쉽게 읽히면 =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읽히면 =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아래는 팬케익 레서피. 어떤 레서피를 보면서 팬케익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나?
왼쪽 글? 오른쪽 이미지? 만약 2분짜리 비디오가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 같은가?
아래는 필라델피아 시내 대중교통 시간표. 왼쪽은 인쇄물, 오른쪽은 앱
왼쪽을 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오른쪽을 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Rosa Parks(역주, 미국에 흑인 인권 운동을 촉발한 여성 흑인 운동가)가 태어난 연도를 적은 두 문장 중 어떤 문장이 사실로 보이는가?
대개 오른쪽 연두색 문장을 택함.
실제 출생 연도는 1913년.
라임의 중요성: 댓구를 이루면 더 사실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함, 인지 편향은 확실함을 추구하기 위한 인지적 지름길 같은 것.
댓구가 중요한 이유는 기억이 더 잘 되기 때문에.
같은 원리로 큰 글자, 쉬운 언어도 이해와 기억을 쉽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잘 받아들인다.
정말? 쉬운 말이? 그렇게 중요해?
임신중인 흡연자와 산후 조리 과정에 있는 흡연자에게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경고문을 제시했더니 일반적인 수준의 경고문을 읽은 사람에 비해 금연율이 높았다.
인종이나 경제력과 무관하게 쉬운 안내문을 읽은 사람들에게서 약물 오남용과 이후의 지속 관리 수준도 개선되었다.
그래. 쉬운 언어, 이미지같은 건 알겠어. 그런데 라임이 뭐가 그렇게 효과적이라는거야?
처음에 안전벨트 법적 의무화가 시작되면서 나이든 운전자들은 잘 지켰는데 젊은 사람들이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캠페인. "Click it or ticket"
16~24 세 젊은이들의 참여가 65에서 72%로, 전체적으로73에서 80%로 상승, 1% 상승하면 280 만 명이 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270 명이 생존한다.
- 밴드웨건효과: 많은 사람이 하면 나도 따라하게 되는 현상
아래의 막대 이미지에서 왼쪽 막대와 가장 길이가 비슷한 막대는? 당연히 A
하지만 7명을 한 방에 넣고 다 B 라고 말하라고 했다. 그러자 진짜 실험자는 자신의 선택에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이 중 한 사람이라도 진실을 말하면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솔직한 피드백이나 의견이 중요하다.
한 회의실에서 가장 좋은 의견을 거수하라고 했는데 제일 높은 사람이 손을 들었다면 아래 사람은 다른 의견이 있어도 말하지 못한다. 무기명으로 의견을 적게 하고 그 의견들을 보드에 붙이는 방식이 더 다양하고 솔직한 의견을 도출할 수 있다.
- 프레임 효과
가장 위험한 편향이다.
95% 살코기 VS 5% 지방
어떤 소고기를 사겠는가?
의미는 같지만 소고기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세워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
전쟁을 4월에 할까요, 5월에 할까요 물으면 전쟁이 덜 발생한다.
전쟁을 할 지 말지 논의 자체를 안하기 때문에.
이중언어를 하면 프레임의 영향을 덜 받는다. 외국어로 들었는데 모국어로 생각하다 보면 프레임의 영향에서 벗어난다. beef 를 프랑스어로 생각하면 boeuf, 모음이 많군.. 95% 라고? 음...
그러다 본질에 집중한다.
Daniel Kahneman는 서두르면 프레임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숙고하거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생각하면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프레임의 영향을 덜 받는다.
아래 이미지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정치적인 논리로 흐른다. 나이 든 사람은 운전하면 안된다, 그건 차별이다 등등.
그럼 이 이미지를 보면 어떤가?
이 글을 읽으면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을지 방법으로 논의의 틀이 바뀐다. 대시보드 디자인을 바꿔보죠. 핸들 디자인을 바꾸면 됩니다. 등등등.
단어 하나가 틀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 기호 편견(Notational Bias)
어릴 때 색소폰을 배웠다. 서양식 악보와 음계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음악은 어떤가? 내가 가진 지식도 틀이 된다.
- self serving bias: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탓.
컴퓨터와의 관계도 그렇다. 잘되면 내가 잘한 거고, 안되면 컴퓨터나 인터페이스 탓이다. 하지만 내 정보를 컴퓨터에게 많이 제공할수록 반대가 된다. 내 정보를 많이 줄수록 잘되면 컴퓨터 탓이고 안되면 내 탓이 된다. 그러니 언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줄 지 신중해야 함. 그래야 컴퓨터와 사람간에 건전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 논리에 대한 사례를 안들어줘서 도대체 컴퓨터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게 어떻게 생길 수 있을지 의아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주식 트레이딩, 온라인 도박,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는 n 번방과 같은 중독성 제품과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되겠다 싶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아니지만 고도화된 전문가 시스템도 유사하다. 펀드 운영 잘해달라고 높은 수수료를 내고 위탁했는데 수익이 나면 둘 다 좋지만 손실이 나면 나만 손해다. 수술하다 죽어도 마찬가지다. 수술하다 죽은 것은 의사의 책임이 아니라 환자의 책임이다.)
Language doesn't just describe reality,
it shapes it.
Mbiyimou Ghoumu
언어는 단순 묘사의 수단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현실을 만든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미스, 결혼한 여성을 미세스라고 하는 것은 여성의 결혼 상태를 중요하게 드러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남성들은 결혼 상태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페이스북 논란을 보자. 좋을 때는 "우리는 언론사입니다. 멋지죠." 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책임을 지적하니 "무슨 말이에요, 우리는 플랫폼이에요" 한다.
둘 다 하겠다는 말을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내가 과학에 대해 오해를 했다.
가설이 서면 테스트하고, 확인하고, 다른 과학자들이 테스트하고, 확인하고.
그렇게 짜잔! 새로운 규칙입니다! 하고 발표한다고 생각했다.
잘 아는 과학자 한 분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어떤 가설을 테스트했는데 사실이다. 다른 과학자도 사실이라고 입증했다.
그러면 평생 나의 일은 내가 틀린 게 뭔지를 찾는 것이다.
내가 틀리다면 그럼 옳은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과학적 실험은 확증 편향을 깨는 과정이다.
디자이너도 디자인을 하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다음 숫자는 뭘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8이라고 말한다. 짝수라는 엄청난 규칙을 찾았기 때문이다.
'다른 숫자는? '
그러면 '난 패턴을 찾았어. 확실해' 라고 한다. 짝수라는 환상적인 규칙 말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7'은 어때?'
'아냐. 그럴 리 없어.'
패턴은 짝수만이 아니라, 이전보다 큰 수일 수도 있다. 사실 이 규칙이 더 포괄적이다. 짝수 규칙에 빠져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폐해를 막는 방법은 한 팀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리서치해서 와이어프레임,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그러면 상대팀이 와서 전투를 벌인다. 잘못된 가정을 지적하고, 문제의 가능성을 찾는다. 나는 이런 접근법을 좋아한다.
- 다른 방식은 speculative design: 미래 발생할 일을 현재에 경험해 보고 얼마나 심각할 지를 미리 체험하는 것이다. 한 원유 부호가 미래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화석 연료? 재생 에너지? 자 그럼 앞으로 10년, 15년, 20 년 후의 공기 질이 어떨지를 테스트해보자. 미래의 공기를 병에 담아 마시게 했다. 그리고 재생 에너지 투자를 결정.
- deformation profesionnelle: 나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 .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다. 파파라치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고 세상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 철저한 직업 의식이다. 다이아나 왕세자비가 죽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경찰은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하자고 한다.
인권 운동가는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디자이너의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의 일은 인간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Design justice network의 10가지 원칙이 있다. 그 중 처음 두 가지는,
1. We use design to sustain, heal, "and empower our communities, "as well as to seek liberation "from exploitative and oppressive systems."
2 "Two, we center the voices "of those who are directly impacted "by the outcome of the design process."
Erika Hall은 이렇게 표현한다.
다들 user centered design 을 한다고 한다.
실상은 sharholder centered design을 한다.
Markkula Center for Applied Ethics 에서는 아래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준다.
인지 편향을 찾아주는 52개 짜리 UX 카드도 있다.
우리는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기계, 컴퓨터, 이익 실현, 재산권이 인간보다 더 중요해질 때
인종차별, 물질주의, 군국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이 말을 누가 했을까? TED 에 나올 법한 그루의 말같지 않은가?
마틴 루터 킹의 말이다.
중요한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디자인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들은 이제 이런 책무를 져야 한다.
1. 데이빗 딜런 토마스David Dylan Thomas: Fight Bias With Content Strategy(현재글)
2. 사라 리처드Sarah Richards: Content Design, Why There's Another Title In Our Industry
4. 웬디 요한슨 Wendy Johansson, 에린 골든Erin Golden: Computational Experience: The New CX